연차총친목회에 오신 손현희 데레사 자매님이 묵주기도중에 어머님이 치유를 받은 경험을 나누어 주셨다. 그런데 갑자기 그 이야기를 들으며 얼마전 잠시 뵙게 된 유아녜스 수녀님이 떠올랐다. 수녀님이 계실 때 "자매님, 기적은 매일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것 알아요?"하고 질문하신 적이 있다. 그때는 그냥 듣고 넘겼다. 그런데 갑자기 내게도 묵주기도의 은총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지난 10년동안 어린이집에 다녔는데 겁이많아 운전을 하지도 못하고, 버스는 30분에 한대씩 오는데 그것도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않아서 출근시간을 맞추려면 걸어가는 것이 더 편했다. 매일 30분씩 오가는 길에 묵주기도를 하였고, 조금 더하고 싶은 날은 더 먼길을 택하여 걸어다녔다. 그리고 어린이집은 아이들의 낮잠시간이 있어서 아이들 자는 모습을 살펴보며 묵주기도를 하였다. 처음에는 교회다니는 원장님 눈치도 살짝보며 앞치마 주머니에 묵주를 넣고 기도하였고, 나중에는 용기가 생겨 꺼내들고 묵주기도를 하여도 아무도 싫어하지 않았다. 낮잠시간에 조금 일찍 일어나는 아이들은 제가 묵주기도를 하면 "선생님, 목걸이?"하고 물어보며 묵주알을 만져보기도 하였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제옆에서 묵주에 관심을 갖던 아이의 부모님이 올해 성환성당에서 세례와 견진까지 받으셨다. 우연이긴 하지만 이것도 하느님이 주신것 같아 감사한다.
10년동안 한번 이직을 했지만 상황이 비슷하여 거의 걸어다녔고, 특별한 지향을 둔 적은 없지만 습관처럼 묵주는 손에 들었다.
그런데 얼마전 제가 다니던 어린이집 원장님이 국공립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일주일안에 어린이집 대표자가 바뀌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일요일 밤 10시에 갑자기 찾아오셔서 외부사람에게 원을 넘기려면 절차가 복잡하고 입주민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도 확신이 서지 않으니 원을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저는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여서 할말이 없었는데 인수금은 나중에 주어도되고, 권리금과 차량도 받지않고 주겠으니 시설장 자격증만 달라고 서두르셨다. 정말 얼떨결에 오래 묵혀둔 시설장 자격증만 넘겨드리고 3일만에 어린이집 원장이 되었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것은 과정이였다. 갑작스럽게 공지를하고 어머님들을 모셔서 동의서를 받았는데 단한분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불만을 표현하지 않으셨고, 축하해 주셨다. 그리고 입주민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도 성당에서 사진을 찍고 돌아다닌 덕분에 알든 모르든 우리성당 사람이니까 하며 반겨주셨고, 입주자대표를 맡고 계신분은 아들과 친한 친구의 아버님이셔서 저는 처음 뵈었는데도 누구 엄마라는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서를 받아주셨다. 모든것이 준비된 것처럼~
제가 한것은 아무생각없이 습관처럼 한 묵주기도였는데 너무나 큰 것을 받았음을 깨달았다. 그런데 어린이집을 인수하고 행사도 많고 서류도 정리할 것이 많아서 매일 30단 이상드리던 묵주기도를 하루에 5단도 하기 어려워졌다. 성모님이 제 모습을 보시고 한숨을 쉬셨나보다. 토요일에 생각도 못했던 큰 실수를 하여 일요일 내내 부끄러워 미사도 못가고 묵주기도를 바쳤다. 그동안 못드린 것을 되돌려 드리며 손에서 묵주를 놓지 않아야 겠다고 다시 다짐해본다.
첫댓글 소중한 경험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매순간이 은총임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지금도 감사하고, 항상 감사한일 뿐이죠. 감사하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 묵주알을 만지던 아이가 임재환형제님과 장효진 자매님의 아들입니다.
@김유신(아녜스) 아!!그렇구나. 자매님이 입덧이 심해서 요즘 성당에 못나온다고 해서 걱정했는데..곧 나올꺼처럼 답장이 왔는데 꼬맹이는 어린이집에 잘 오죠? 아빠랑 성당에 온것 몇번봤는데...잘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