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마당 텃밭에 콩을 추수하러 지난 달에 잠깐 다녀 왔었는데
얼지 말라고 수도계량기를 잠그면서
집안 이곳저곳의 수도꼭지를 열고 배수꼭지도 열어서
어느 정도는 물을 빼놓았고 좌변기안에도 물기를 모두 없앴었습니다.
스티로폼 알갱이를 가득 채우고 비닐봉지로 밀봉하여 만든
수도계량기 동파방지 뭉치도 몇 해 전에 수자원공사에서 무상으로 제공해줘서
수도계량기함속에 잘 막아뒀는데 고향집은 영하 20도까지도 내려가기 때문에
난방수 부동액 농도는 충분한지도 걱정이 되었고
수도계량기함도 윗면 전체를 덮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농협 축협 등을 들러야 음력이 있는 글자가 큰 달력을 얻을 수도 있고.
월요일까지 있으면서 콩밭에 반이상은 떨어진 것 같은 콩알도 좀 줍고
사나흘 정도 머무르려고 했었는데 고향에 가보니
눈이 쌓여있어 콩알 줍는 건 틀렸더군요.
황토방 아궁이 주변에 어지러이 놓인 불쏘시개들을 모두 태웠으나
마당을 뒹굴고 텃밭골에도 잠긴 낙엽은 눈에 젖어 더 두고 봐야했습니다.
내려간 금요일 오후에 축협에 들러 달력을 확보했고
남은 건 난방수의 비중을 확인하는 건데 단골가게의 주인이 서울에 볼 일 보러 올라갔다가
저녁에 내려 온다고 해서 토요일 아침에 난방수만 처리하고 나면
다시 서울로 올라 갈 수가 있는 상황은 되지만 만약 난방수 비중이 낮아서
새로이 부동액을 사서 난방수에 보충해야 한다면
8시간 이상 보일러를 가동하여 골고루 섞이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은 꼼짝없이 묶이게 됩니다.
저녁 9시반이 넘은 시각에 장터로 나가봤습니다.
구비해놓지 않았을 가능성이 많지만 그래도 한번 단골 철물점에 가보자는 것이었는데
역시나 늦은 시각이고 추운 계절이라 문을 닫았더군요.
부동액을 타지 않아도 난방수가 영하 20도 정도에 견딜 수도 있겠지만
추운 시골집에 있기 보다는 가능하면 서울로 일찍 올라오려고
비중 확인없이 그냥 부동액을 사서 타 놓고 밤새 보일러를 가동하고 나서
토요일 아침 일찍 귀경하려고 마음먹었었던 겁니다.
그런데, 어찌어찌 부동액을 빌릴(?) 수가 있었고
밤새도록 난방을 가동했습니다.
다음 날 토요일 이른 아침 6시에 자동차수리 점포 주인께 문자를 넣었는데
답이 없었습니다.
아침 7시 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가려면 6시반에는 부동액을 사서 갚아줘야하는데
도리없이 그 시각 출발 교통편은 포기하고 좀더 기다리다가
7시반경에 일단 집안을 정리하고 짐을 챙겨 집을 나섰습니다.
부동액을 사는 점포는 주인아저씨 살림집 아랫층에 있기 때문에
점포 사장님께 직접 전화를 걸어 내려오도록 해서 살 수가 있었습니다.
작년에 샀던 건 다른 종류의 것으로 양도 1리터 정도 적어서
가격이 1만5천원인가 했던 것 같은데 이 번의 것은 3리터이고 2만5천원 하더군요.
양심적인 주인아저씨는 비중검사를 해보고 부동액을 더 안 넣어도 되는지
확인을 먼저 해보는 게 좋은데 라고 약간 미안해하더군요.
가만 생각해보니 작년에도 비중검사하고 그 전 해 보다 적은 양 낮은 가격의 부동액을
저한테 파셨던 것 같습니다.
앞텃밭을 비추는 안채 대문위의 전구와 방앗간자리에서 샘물쪽을 비추는
굵은 알의 전구 두 개는 이 번에 교체하지를 못했네요.
깜빡했습니다.
둘 다 백열전구라 좀 더 조도가 좋고 소비전력은 낮은 것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날이 풀리면
안마당에 잔디키운다고 들어 낸 보도블럭 자리를 메꾸어야 하고
그 때 전구도 바꿔야겠습니다.
콩도 털고 또 텃밭을 갈면서 새로운 한 해의 작물키우기에 돌입할 것입니다.
월요일이면 동지입니다.
전 동지를 참 좋아합니다.
어릴 때 할머니께서 동지팥죽에 새알넣어 주시던 기억도 기억이지만
동지가 지나면서 날마다 낮이 점점 길어져서 하지때까지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밤의 적막과 침잠 그리고 고요함도 때때로 좋아하지만
햇살아래 가지각색의 자태를 뽐내는
산과 들, 나무와 풀, 파란 하늘과 흰구름이 내 마음의 창을 톡톡 두드릴 때
덩달아 빨라지는 심장박동에
들뜨는 느낌이 더 좋습니다.
그렇기에 매일매일 만물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는 출발점
동지가 되면 퍽 기쁩니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 가볍듯이 동지를 하루 앞둔
오늘 일요일이 참 대견합니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네."
수도계량기함을 꽁꽁 싸매듯 부직포 겹쳐놓고 비료포대로 보온
이른 아침 멀리 만석산위로 여명이 밝아 옵니다.
산골에서 보기드문 큰 차가 등장 ㅎ
경기번호를 단 수송차량이 경북번호를 단 땅다짐기계차를 실었습니다.
기계차의 옆구리에 부동액이 인상적입니다.
읍내에서 이침을 먹고 영주로 나갔습니다.
환승하고 시간도 훨씬 더 많이 걸리지만 교통비는 7천원 정도 저렴한 기차편을 택했습니다.
청량리에 내려 경동시장과 약령시장을 구경했습니다.
한약박물관이 있는 한약진흥센터는 코로나때문에 문이 닫혀있네요.
맑은 날 오면 한번 제대로 구경해보고싶습니다.
이리저리 다니다가 자그마한 가게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차림표에 가격수정표가 붙어 있어서 내린 거냐고 물어보니 천원씩 올린 거라고 합니다.
올린 가격도 아주 저렴한데 도대체 그 전에는 어떻게 수지를 맞췄을까?
가게창문에는 꼬막무침이 쓰여 있어서 들어왔더니 없다고 합니다.
굴전말고 다른 굴요리가 있는지 물어보니 생굴은 가능하다고 해서 생굴을 시켰습니다.
약간 떫은 기운이 입안에 돌아서 김치전도 시켰습니다.
엄마사장님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딸네미사장님한테 시켰더니
약간 자신없어 했는데 먹어보니 맛이 괜찮더군요.
가격대가 상당히 좋은 집입니다.
다음에는 과메기를 먹으러 가보려고 합니다.
위치를 알아놓기 위해서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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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길도 처음 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