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지난 몇 년간 신공항을 건설하기 위해 적지않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사실상 그냥 묻힐 뻔했던 동남권신공항건설사업의 불씨를 살려내고 정부로부터 그 건설 당위성을 인정받는 데 성공한 것도 부산의 의지였다. 그 의지 속에는 동남광역경제권 상생 발전의 전기를 마련함으로써 우리나라의 고질적 병폐인 수도권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고 국가균형발전의 기틀을 놓고자 했던 백년의 계획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큰 계획과 여망은 간데없고 지역 간 이기주의와 정부의 정치적 고려 등으로 인해 신공항 건설사업은 짙은 먹구름 속에서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정부의 신공항 입지선정을 위한 용역은 큰 실망과 우려를 낳았다. 이미 그 건설의 필요성을 정부 스스로가 인정하고도 입지결정을 유보함으로써 정부의 신공항 건설에 대한 의지를 의심하게 하고 있다.
공항 이용의 효율성과 경제성 그리고 추후의 확장성, 소음으로 인한 각종 문제, 24시간 운항 가능성 등 모든 부분에서 가덕도가 밀양보다 우위에 있음은 이미 세계적인 공항 전문가와 석학들을 통해 입증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이웃나라 일본의 나리타와 하네다 공항의 사례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내륙에 위치한 나리타공항은 소음과 환경으로 인한 민원으로 국제공항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어 일본 정부조차도 국제선 나리타, 국내선 하네다의 기존 항공정책을 바꿔 해상공항인 하네다를 국제관문으로 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마당에 동북아 제2허브 공항을 지향하는 동남권의 신공항 입지에 내륙인 밀양이 고려되고 있다는 자체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신공항이 가덕도에 입지해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바로 KTX의 완전 개통이다. 현재 김해공항과 김포공항은 국내선 수요의 뒷받침으로 운영기반이 비교적 안정화되어 있다. 하지만 공항이 부산을 떠나 밀양에 건설될 경우 기존 국내선 여객수요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부산의 승객들은 KTX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공항의 국내선 기능이 상실되어 공항의 운영기반은 물론, 수익성에 치명적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가덕도는 우리나라 최대항이자 세계적 항만인 부산신항이 위치한 곳이며 대륙철도의 기종착지로 새로운 동북아 시대를 열어갈 지정학적 이점을 확보한 곳이다. 여기에 경제자유구역, 배후 물류신도시와 연계되어 우리나라에서는 명실상부하게 복합물류수송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이것이 동남권에 신공항이 건설된다면 가덕도가 최적지일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다.
지금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신공항은 지방공항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새로운 형태의 또 다른 관문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마당에 지금 눈앞의 이익에 사로잡힌 지역 이기주의와 정치적 고려가 신공항 입지 결정과정에 끼어들어 논란을 만들고 있다.
신공항 건설은 동남광역경제권 전체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사업이다. 지금 우리의 잘못된 판단으로 신공항이 본래의 취지를 무시하고 엉뚱한 곳에 건설된다면, 동남권은 수도권에 대칭되는 유일한 경제권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최소한 후대에 두고두고 비난 들을 일은 만들지 않아야 할 것이다.
정부가 신공항 입지를 결정하는데 이해 지역의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러한 정부의 입장을 일면 이해하지만,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정책에는 원칙과 소신이 필요하다. 따라서 더 이상 신공항 입지결정이 정치적 계산에 의해 표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부산상공회의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