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山城의 풍경 외 2편
정연덕
한줄 바람도 노래가 된다
생금의 언어는 묻히고
이야기가 되어 늙어간다
접동새도 소리를 줄이고
산꿩도 걸음을 감추고
화가도 역사를 그린다
산마을 오솔길 숨어들고
산 그림자도 사랑에 들어
방황도 좌절도 그림이 된다
묵은 이야기 끄집어내어
수채화 산밭에 널어놓고
천상天上 길에 풍경을 단다
*여느 : 보통의, 예사로운, 그 밖의 다른.
죽음에 대한 변명
정연덕
몽테뉴는 "철학은 죽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 하고
달라이 라마는 "절대죽지 않을 것처럼 살다죽는 것이다
마크 트웨인은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출생 전
몇 십억 년 죽어있을 때에 괴로웠던 적은 없었다"고
천상병은 '귀천歸天' 詩에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돌아가서 아름다웠더라 말하리라" 죽음을 수궁하다
웰다잉은 죽음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 있어야 가능하다
그것도 두렵지만 죽음이 임박했을 때 아픈 것도 싫다
죽기 전 남은 시간 뜻있고 행복하게 보낼 수도 있다지만
뜻있고 행복하게 보내기 그렇게 수월한 것도 아니라네
애플 스티브 잡스는 췌장암 진단받고 아침마다 거울 보며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무엇을 할까" 자문하다가
그는 '죽기를 바라는 사람 없지만 죽음은 종착지,
인생에 이보다 훌륭한 발명품은 없다" 죽음과 친구해 살다
임종을 앞두고 신나게 웃었겠지? 아니면 조금은 울었을까?
모스크바의 종
정연덕
뉴욕 타임즈가 치켜세우는
은빛 풀루트의 예민한 감수성
그게 무슨 총명한 연주라고
신록을 더한 단비라고 우는가
대강당 불빛 화성보다 밝게 웃는가
단음을 중시하는 동양적 느낌으로
강하게 플루트에 어울리는 곡이라
또렷하고 밝은 얼굴 에뜨랑제여
그대 어느 낙원에 두고 떠나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