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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장악, 야당 탄압, 핵폐수 두둔, 국격하락, 민생고
21일 오후 서울 숭례문~시청 구간에서 열린 제61차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촛불과 핸드폰 불빛을 밝히고 있다. 2023.10.21. 사진작가 이호
◇ 윤 정권 전방위 폭주에 ‘윤석열 탄핵’으로 진화한 촛불
윤석열 정권은 2023년 내내 전방위적인 폭주로 야당, 시민사회세력, 언론계는 물론이고 집권 여당과 연예인 등 일반 국민들까지 옥죄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제1 야당 대표로는 헌정사상 최초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고 기소되는 기록을 남겼다. 나경원 전 의원의 당 대표 출마 철회, 김기현 대표의 사퇴에도 윤 대통령의 그림자가 있었다. 시민언론 민들레, 뉴스타파 등 언론사와 기자 개인에 대한 연중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으로 언론의 자유를 짓눌렀다. ‘건폭몰이’로 양회동 열사의 사망을 초래했다. 최근 배우 이선균 씨가 사망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마약 수사 기조도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분노한 국민들은 올해 내내 매주 토요일 서울 시청 등지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연초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던 촛불 국민들은 하반기에는 ‘윤석열 탄핵’을 전면에 내걸고 국회에 탄핵안 발의와 표결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민주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3.9.27 [공동취재] 연합뉴스
◇ 이재명 체포안 가결→영장 기각→보선 압승…총선 앞 극적 반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내부 반란표에 의해 가결된 사태는 큰 충격파를 던졌다. 야당 대표 체포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 자체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인데다 소수파인 이른바 비명계가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자당 대표를 '검찰 아가리에 밀어넣은 격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고 비명계 송갑석 의원도 지도부에서 물러났다. "사즉생의 각오로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를 막겠다"며 목숨을 건 단식 투쟁을 벌이던 이 대표는 그 와중에도 단합을 간곡히 호소해 극심했던 당내 혼란을 수습하는 데 중점을 뒀다. 결국 검찰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퇴짜를 받고, 이어 '총선 전초전이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비명계의 입지는 급격히 위축된 반면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은 더욱 단단해졌다. 총선을 앞두고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 촉구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2023.12.20.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 제공
◇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위한 유가족의 투쟁
10·29 이태원 참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초 국회 국정조사는 여당의 방해로 '반쪽짜리'로 마무리됐고,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윗선 수사는 하지 않은 채 '용두사미'로 끝났다. 헌법재판소는 이상민 장관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고, 법원은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피의자 전원을 보석으로 풀어줬다. 이에 유가족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 운동에 나섰다. 희망버스를 타고 전국을 순회하며 시민들의 서명을 받았고, 마침내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됐다. 참사 1주기 추모행사에 대통령은 끝내 오지 않았지만,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진상규명의 출발점이 될 특별법 통과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유가족은 세밑 한파에 오체투지로 연내 통과를 촉구했다. 하지만 여당의 비협조로 법안은 아직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다. 민주당은 다음달 9일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 언론장악과 언론탄압 그리고 짖지 않는 개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과 비판언론 탄압이 마치 군사작전처럼 신속히 진행됐다. 언론계 ‘스핀닥터’ 또는 ‘마사지사’란 별명이 붙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KBS 이사장과 임원들을 내쫓고 극우 성향 인물을 KBS 사장에 앉힘으로써 ‘땡윤뉴스’ 시대를 열었다. MBC 방문진·EBS 임원 교체 시도, YTN 사영화, 연합뉴스TV 대주주 변경 등을 밀어붙이다가 국회 탄핵 직전 자진사퇴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가짜뉴스’를 핑계로 방송사 제재에 나섰고 권한에도 없는 인터넷 매체 심의를 시도하는 등 비판 언론의 입막기에 본격 나섰다. 이런 독재정권식 언론장악과 언론탄압이 자행되는데도 언론의 저항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정부의 실정과 무능, 김건희 씨의 국정개입과 숱한 불법·비리 의혹에도 침묵을 지켜 '짖지 않는 개'라는 비판을 받았다.
누적 관객수 1천만명을 돌파한 영화 '서울의 봄'을 상영 중인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의 모습. 연합뉴스
◇ 영화 ‘서울의 봄’ 1천만 관객 달성
11월 22일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이 ‘범죄도시’ 1, 2, 3편 이후 불과 한달여 만에 ‘천만 관객’을 달성하며 극장가를 달궜다. 1979년 12월 12일 벌어진 전두환 신군부 세력의 군사쿠데타를 생생하게 다뤄, 상세히 몰랐던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국민들에게 다시 소개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굴절된 과거사에 분노하며 치를 떨다가도 여전히 청산되지 않고 진행 중인 지금의 독재세력을 향해 새로운 다짐을 하고 있다. 40여년 전 군부독재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2030 청년층들이 스크린을 통해 피맺힌 한국 현대사 공부에 동참하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시민들의 분노로 궁지에 몰린 정치권·언론계의 ‘전두광 후예’들과 부역자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갑자기 ‘전두광 손절’ 바람을 불러오기도 했다.
올해 한국 경제는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가 이어지며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사진은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있는 부산항. 연합뉴스
◇ 헛말 된 ‘상저하고’…경제지표 성한 게 없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내내 ‘상저하고’를 외쳤다. 고금리와 고물가, 수출 감소로 상반기에는 경기가 좋지 않겠으나 하반기에 회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 말은 ‘희망 고문’으로 끝났다. 대내외 악재를 고려하더라도 경제에 대한 정부 대응은 무기력하기만 했다. 성장률과 무역수지 등 주요 경제지표는 어느 하나 성한 게 없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 중반을 밑돌았고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1년간 감소했다. 그 결과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큰 규모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고용 상황도 좋지 않았다. 특히 경제의 허리인 40대 취업자와 제조업 일자리가 크게 줄었다. 이는 경제 체질이 급격히 약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고금리에도 빚을 권한 정책에 가계부채는 1900조 원에 육박하고 기업부채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정부는 건전재정을 명분으로 세출을 줄였으나 재정적자는 악화일로다.
과일 경매 시장에서 사과와 귤, 딸기 등 과일 가격이 1년 사이 최대 60% 치솟았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신선 코너에 진열된 딸기. 2023.12.3. 연합뉴스
◇ 서민 짓누른 고물가, 아랑곳하지 않는 부자 감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민들은 높은 물가에 시달렸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 중후반대를 넘나들었다. 지난해 5.1%에 비해서는 둔화했으나 목표 물가인 2%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가히 살인적이었다. 농산물과 가공식품, 외식 물가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서민들은 고물가에 짓눌려 삶의 질이 떨어졌는데 윤석열 정부는 부자 감세에만 매달렸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4%로 낮춘 데 이어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와 양도소득세 중과 등 부동산 세금을 낮췄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실거주 의무 폐지 등 재건축 규제 완화와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 등 추가 부자 감세를 예고하고 있다.
◇ '군사주의' 소용돌이 휩싸인 한반도와 세계
한반도 안팎에서 대화 대신 총칼을 앞세운 ‘군사주의’가 팽배했던 한 해였다. 한반도에선 4·26 워싱턴 선언에 따라 미국 전략핵잠함(SSBN) 켄터키 함이 7·18 사상 첫 한반도 항구(부산)에 기항했고, 전략폭격기 B-52가 서울·청주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8·18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와 9·13 북·러 보스토치니 정상회담에서는 군사협력이 강조됐다. 9·19 남북 군사합의는 11월 23일 파기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진지전·소모전이 됐고, 남북의 우크라이나 포탄 간접 지원설도 끊이지 않았다. 10·7 하마스의 알아크사 홍수작전 이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2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잇달아 2027년 대만전쟁 가능성을 흘려 동아시아에도 긴장이 지속됐다.
8월 22일 촬영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저장 탱크의 모습.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24일 "오늘 오후 1시께 해수 이송 펌프를 가동해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2023.08.24. AP 교도 연합뉴스
◇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강행한 일본, 두둔한 윤 정부
8월 24일, 일본정부가 기어이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전 핵오염수의 해양투기를 강행했다. 자국 및 이웃나라, 태평양 연안국과 섬나라의 대다수 국민들의 반대와 항의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는 사고원전 부지 내에 저장해 온 134만 톤이 넘는 핵오염수를 이날부터 2051년까지 약 30년간 해저 관수로를 통해 태평양으로 흘려 보낸다고 발표했다. 일본정부는 삼중수소 등 제거되지 않은 핵오염수 내의 방사성 핵종들의 방사성 농도가 인체에 무해할 정도로 제거, 희석됐다고 주장했으나, 보편타당한 공개적 검증을 받지 않았고, 장기적 영향에 대한 검토도 무시했다.
한국인 85%가 반대하고, 중국정부가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로 대응하며 비판한 일본의 행태를 한국정부와 미국은 두둔했다. 이로써 국제해양법과 런던 의정서가 금지한 방사성 물질의 대량 해양투기에 다시 길을 열어 주었다.
새만금 잼버리 대회 델타구역에서 한 스카우트 대원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3.08.03. 연합뉴스
◇ 잼버리 파행, 엑스포 유치 참패로 땅에 떨어진 국격
156개국 4만여 명의 청소년을 한여름 땡볕에 질척한 간척지의 모기떼 속으로 내몬 새만금 잼버리. 아이들을 먼 이국에 보낸 외국인 부모들은 아우성을 쳤고 견디다 못한 각국 대표단은 영국과 미국을 시작으로 야영장에서 대원들을 철수시켰다. 그늘막을 설치한다, 냉방 버스를 동원한다, 뒤늦게 부산을 떨었지만 추락한 국격을 되돌릴 수 없었다. 청소년들을 전국에 분산 배치하면서 지방 정부, 대학, 기업에 일방적 통보를 하고 위로 K팝 콘서트를 연다면서 K팝 스타들의 출연을 강요했다. 엉망진창이었다.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전 참패도 한국민의 자부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 5744억 원을 물 쓰듯 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13차례나 외국에 나가고 96개국 정상과 만났다면서 고작 29표를 얻는데 그쳤다. 파리 현지에서 재벌 총수들과 심야 폭탄주 술자리를 갖고 결과 발표 직전까지 역전승의 꿈속에 축하 잔치와 공연까지 준비해 공분을 샀다. 윤 정부의 총체적 무능과 무책임, 몰염치를 드러낸 것에 더해 후진하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사건이 됐다. 윤 대통령과 정부의 존재 이유를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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