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언덕에 봄이 돋아나던 날
신재미
석양이 질 무렵
공원을 산책하고 있는데
할머니 몇 분이 돌담 옆 의자에 앉아 계셨다
남루한 차림의 할머니들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가끔씩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가
가늘게 들리고는 했는데
라디오의 내용을 다시 설명하고 있는 할머니는
어디서 많이 본 듯 했으나
머리까지 스카프로 싸맨 모습이
이방인으로 느껴졌다
그때 할머니들 쪽에서 천둥치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나 했던 오여사님 이었다.
걸어온 발자국마다 지성을 심었어도
그의 삶엔 채워야할 공간이 광활한 듯 보였다
부식되어 버린 생명선에
걸려 있는 밧줄
언제 끊어질지 기약도 없건만
그의 목소리는 이승을 넘지 못한 통곡의 물결 되어
세월의 강을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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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인생
신재미
별들은 언제나
은하에서 태어나 새벽으로 가고
달은
호수로 내려와
밤을 보낸다
구름에서 태어난 바람이
새벽으로 가는 길을 열면
먼 길 달려 온 아침 햇살
은빛명주실 타래 풀어
세상을 밝히니
과학문명이 세상을 바꾸어 놓아도
밤이 가고
아침을 맞는 것은
신의 영역일 뿐이다
아침을 맞이하고
하루라는 새로운 날을 선물로 받은 기쁨을
감사 할 줄 모른다면
어젯밤 화재로 타버린 숯덩이 같은 존재라고
말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생명이 무엇인지
삶이 무엇인지
생각할 줄 알고 감사를 할 줄 안다면
인생은 늘 행복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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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정
신재미
진달래꽃 피어
언덕을 밝히던 사월의 어느 날
황토 길 걸으며
내 인생의 첫 무지개꿈 피워 올렸지
연분홍빛 어머니의 사랑이
삶의 희망으로 솟던 날
이별이라는 단어를 경험하며
어머니의 눈물을 보았다
간섭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설레임이
기적소리에 조율 된 아리랑 되어
산자락을 넘는 구름만큼이나 가벼웠다
눈에서 멀어진 세월이
어머니의 얼굴에 깊은 계곡을 만들고
들리는 소문이 행복을 주어도
걸어온 시간만큼
각이진 마음은 깎이고
욕망은 허물어져 내렸다
강변을 지키던 미루나무 잎사귀들만큼이나 무성했던
어머니의 사랑은
극심한 갈증을 일으킨다
영원히 치유 받지 못할 열병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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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 출생: 충북 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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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다음커페-들꽃피는언덕
◈ 등단: 문학 공간 시로 등단
◈ 공저: 시의 고향 아닌 곳 어디 있으랴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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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시낭송협회 9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