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 해소 음료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김성직(37)씨는 저녁 회식 자리면 항상 두 가지를 챙긴다. 술 마시기 전 간을 보호하기 위한 캡슐제 한 알과 해장용으로 마실 숙취 해소 음료다. "술자리 많은 사람들에겐 숙취 해소 음료는 생필품이죠." 그가 애용하는 제품만 해도 '컨디션', '여명 808' '모닝케어'를 비롯해 '헛개나무 프로젝트 쿠퍼스' '알틴제로' '복앤복'까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새로 상품이 나왔다 싶으면 구매 품목 1번에 넣어둔다.
어느새 '음주 전후 상비품'으로 돼 버린 숙취 해소 음료. 1993년 제일제당의 '컨디션'을 필두로 매년 15~20% 성장해 현재는 거의 1000억원대 시장에 육박하고 있다. 1987년 '포카리스웨트'로 대표되는 스포츠 음료가 기능성 음료 시장의 '1세대'로 꼽힌다면, 뒤를 이어 '미에로 화이바' 등 식이섬유 함유 음료 시장이 히트한 데 이어, '제3세대' 기능성 음료로 숙취 해소 음료가 크게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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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대 식품영양학과 김희섭 교수는 "과거 콩나물국이나 해장국 등으로 속을 풀던 우리네 식문화에서 시작해 쉽고 간편하게 속을 풀 수 있는 제품군을 찾다 보니 소비자와 개발자의 의도가 맞아떨어진 상품"이라며 "기능성 음료는 기본적으로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상품화에 부담이 덜하고, 비타민과 아스파라긴산 등 간 기능 활성에 좋은 몇 가지 성분을 첨가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고부가가치 상품이 되기 때문에 쉽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알코올을 과다 섭취하게 되면 이뇨 현상으로 탈수 증세가 오게 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물을 마시게 되는 건 상식이지만 우리에게 독특한 '해장용 탕(湯) 문화'가 숙취 해소 음료의 개발에 바탕이 됐다는 설명이다. 여명 808을 제조·판매하는 그래미의 이욱한 영업부장은 "우리나라에 특히 폭음 문화가 팽배해 있고, 그와 더불어 보신(補身)용 탕 문화 역시 발달해 있는 터라 숙취 해소 시장이 계속 확산돼 온 것 같다"며 "해외에는 '레드 불' 같은 에너지 드링크류는 있어도 숙취 해소 음료 개념이 크게 발달돼 있지 않아 '건강차'나 '웰빙차'로 분류돼 수출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숙취 해소 음료 시장의 확산을 부른 게 폭음 문화 때문이라지만, 전문가들은 우리가 폭음의 길을 걷게 된 것이 채 100년도 안 된 일이라고 전했다. 한국 음주문화센터 제갈정 본부장은 "폭음의 계기에 대해선 '일제 강점기' 혹은 '군사 문화의 잔재' 등으로 해석이 분분하다"면서도 "예전 소학 등에선 '향음주례(鄕飮酒禮)'라 하여 7잔 이상 마시지 말 것, 체력이 약하거나 관례를 치르지 않은 자에겐 술을 권하지 말 것, 술자리가 끝나면 평상심을 찾을 것 등 주도(酒道)를 가르친 걸 보아 과거 우리는 폭음을 상당히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첫댓글 숙취해소 음료를 찾기보다 "향음주례"를 지키는 것이 더 좋을 듯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