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이 뿌린 씨앗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 첫 통화에서 ‘조선업’을 콕 찍어 언급하면서
한국의 협조를 요청했어요
대한민국 산업에 놀라운 것이 많지만 특히나 조선 산업은 기적을 일궜지요
본격 도약한 것은 박정희 대통령이 중화학 공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울산의 현대 미포조선소, 거제의 옥포조선소 등이 준공된
1970년대이지만 그 씨앗은 1950~1960년대부터 뿌려졌어요
변변한 선박 만들 기술이 없어도 인재부터 길렀지요
1946년 8월 22일 국립 서울대학교 개교 당시
공과대학에 9개과를 설치했는데 그중 항공조선과를 신설했어요
학과는 생겼지만 가르칠 교수도, 교재도 없었지요
조선공학도들이 기계과 수업을 들으며 미국 조선학회 자료 등을 구해
함께 해석하고 토론했어요
1947년의 2회 입학생들은 동숭동 교정에서 길이 6.5m
소형 선박을 만들다 폭발 사고를 일으켰지요
이 사고로 이승만 박사가 기거하던 이화장 전화선이 끊겼어요
사고 원인을 들은 이 박사가 교정을 찾아가 학생들을 격려하고
부식도 챙겨줬지요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일본 잠수함 설계 경험이 있는 김재근 교수가
학과 신설 2년 6개월 만에 부임해 교육의 기틀을 잡았어요
6·25전쟁 중에 졸업한 초창기 조선공학도들은 대학 마치고
곧바로 강단에서 후배도 가르치고 미 해군 함정 수리도 담당했지요
우리나라 조선업은 출발부터 군·민 합동, 산·학 협력이었어요
6·25전쟁이 끝나고 미국 원조로 미네소타 대학이 주관하는
서울대 재건 계획이 가동됐지요
공학·의학·농학을 중심으로 교수진을 미국에 연수시키는 1950년대
‘미네소타 프로젝트’는 60년대 이후 우리나라 산업화에
인재 공급의 밑거름이 됐어요
조선공학과는 미네소타대 대신 MIT로 연수를 갔지요
교수도 없이 학과만 달랑 만들었는데 10여 년 만에
모든 교수진이 명문 MIT로 연수를 다녀왔어요
MIT 실험실과 같은 기자재도 들여왔지요
이승만 대통령은 하와이 이주 교민들이 힘들게 모은
독립운동 자금으로 1954년 인하공대를 설립했어요
인하공대 개교 학과 6개에도 조선공학과가 포함됐지요
조선업 청사진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만들어졌어요
1968년 신설한 초대 청와대 경제2수석(경제1수석은 김학렬)에
36세 젊은 엔지니어를 발탁했는데 세계 최고 조선소에서
역량을 쌓은 인재였지요
1951년 서울대 조선항공과에 입학한 신동식은 스웨덴 코쿰 조선소에
어렵게 취업 문을 뚫었어요
선박 설계를 배우고 세계적 명성의 영국 로이드선급협회 국제 검사관,
미국선급협회 검사관으로 일했지요
박 대통령이 방미 길에 그를 설득해 청와대로 데려왔어요
신동식 경제2수석이 거제도를 수십 차례 오가며
초대형 조선업 마스터플랜을 세웠지요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 조선업의 성공은 기업인 정주영을 빼고는
논할 수도 없어요
현대건설 정주영 회장은 “배 만드는 것도 어려울 것이 없다.
우리가 하는 건설 공사를 육지에서 수상으로 장소를 옮겨
건설하는 차이일 뿐”이라며 1972년 조선업에 뛰어들었지요
26만t급 초대형 유조선을 수주해 조선소 지으면서
선박 건조도 동시에 마치는 기염을 토했어요
그래도 일본을 따라잡기에 역부족이던 시절이었지요
당시 세계에서 건조되는 선박의 절반을 일본이 수주했어요
1970년대 후반 한 일본 언론이 ‘한국의 조선업을 진단한다’는
기사를 냈는데
“한국 조선업이 결코 일본을 따라올 수 없다”는 결론이었지요
그런데 기사 말미에
“그러나 각 대학의 조선학과에 좋은 인재들이 많이 입학했다.
이들이 기적을 이루어내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문장을
여운처럼 달았어요(박중흠 전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회고).
정부 리더십, 탁월한 기업가 정신에, 두껍게 형성된 조선업 인재들이
뭉치니 정말로 기적이 일어났지요
2000년대 들어 한국 조선업은 명실공히 세계 1위에 등극했어요
중국 조선업의 팽창으로 수주량은 1, 2위를 다투지만
LNG 선박같은 고부가 선박 제작은 압도적 1위이지요
트럼프의 ‘조선업’ 언급에 태동기를 떠올린 건 조선업의 특수성과
중요성을 되새기자는 의미에서이지요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출 산업이기도 하지만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 수호(守護) 산업으로 출발했어요
나라의 토대를 건설한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은
일찌감치 그 중요성을 알았지요
지난해 미 해군 측이 우리나라 조선소를 샅샅이 둘러보고 갔어요
트럼프 발언이 돌발적인 게 아니라는 뜻이지요
중국이 군함을 척척 만드는데 미국의 군함 건조 능력은
급격히 쇠퇴해 위기감이 상당하지요
트럼프 2기에 조선업 분야에서 미국과 기술 협력 방안을
주도적으로 제안해 나간다면
한미 동맹의 새로운 물꼬를 터나갈 수 있다고 볼수 있어요
당연히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여 민·관 전문가 팀을 만들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지요
어찌되었든 선견지명이 있는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이
뿌린 씨앗이 예측불허의 트럼프 시대에 와서도
새롭게 재 조명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탁월한 지도력을 존경하지 않을수가 없어요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라는 휘호가
다시금 가슴깊이 새겨지는 눈 내리는 날이네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 현대 미포만 조선소
▲ 한화오션이 보유한 친환경 선박 기술, 스마트십 기술, 스마트 야드 기술 등을 필리 조선소에 효과적으로 접목해
북미 지역에서 기술·원가 경쟁력을 갖춘 조선소로 탈바꿈시킬 계획이지요
사진은 필리 조선소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