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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원 박사 周·人·工 四書三經] *<제126강> (2018.10.22.)
— <周·人·工 四書三經>은 ‘周易과 人性을 工夫하는 四書三經 강좌’를 말한다 —
서경(書經) 제3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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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書經 공부 ☞ 1.虞書 [3]大禹謨 [4]皐陶謨 [5]益稷
❊「우서(虞書)」❊
[3] 대우모(大禹謨) -(2)
9. 帝曰 格하라 汝禹아 朕이 宅帝位 三十有三載니
耄期하여 倦于勤하노니 汝惟不怠하여 總朕師하라,
· ‘格’(격)은 ‘이르다, 오다’ / ‘宅帝位’에서 ‘宅’은 ‘자리에 있다’
· ‘耄期’(모기)에서 ‘耄’(모)는 ‘늙은 이’, 특히 90세가 된 늙은 이를 지칭함. ‘期’는 ‘한 주기’, 여기서는 백 년을 말하므로 ‘백세를 먹은 늙은 이’라는 뜻이 된다. ‘耄期’(모기)는 ‘90세에서 100세가 되었다’는 것을 뜻하므로, 여기서는 ‘이제 너무 늙어’로 번역함.
· ‘總朕師’에서 ‘師’는 '무리' 즉 ‘백성’을 뜻한다.
순(舜)임금께서 말씀하셨다. 가까이 오라! 그대 우(虞)야! 짐(朕)이 임금 자리에 있은 지도 33년이 되었다. 이제 너무 늙어 부지런히 해야 할 정사(政事)에 게으름이 생기니, 너는 나태하지 말고 짐의 백성들을 거느려라!“
* [강 설(講說)] ———————
순(舜) 임금이 우(禹)에게 섭정(攝政)을 당부하는 말씀이다.
10. 禹曰 朕德이 罔克이라 民不依어니와 皐陶는 邁種德이라
德乃降하여 黎民이 懷之하나니 帝念哉하소서
念玆在玆하며 釋玆在玆하며 名言玆在玆하며 允出玆在玆니
惟帝念功하소서.
· ‘罔克’(망극)에서 ‘克’은 ‘능히’, ‘잘 해내다’
· ‘邁種德’(매종덕)에서 ‘邁’는 ‘가다, 멀리 가다’. 여기서는 ‘훨씬 더’로 해석하였다.
‘種’(종)은 ‘심다, 가꾸다’. 덕(德)을 심는 것응 ‘덕을 가꾸는 것’이다.
· ‘念玆在玆’(연자재자)에서 ‘玆’는 ‘이, 그’ ‘이것’이라 한 것은 구체적인 것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막연히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어떤 것’으로 번역하다. ‘念玆在玆’은 직역하면 ‘여기에 마음을 둘 때 의식이 여기에 있다.’ 집중하고 깨어 있다. 채침은 뒤에 나온 ‘玆’를 고요로 보았다.
· ‘念玆在玆 釋玆在玆 名言玆在玆 允出玆在玆’에서 ‘念’은 ‘생각(마음)’을 말하고, ‘釋’은 ‘행동’을 말하며, ‘名言’이 말에 관한 내용이라면, ‘允出’은 ‘마음(감정)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말한다.
우(禹)가 말했다. “저의 덕(德)으로는 잘 해낼 수 없는지라 백성들이 의지하지 않습니다. 고요(皐陶)는 훨씬 더 덕을 쌓아, 덕(德)이 마침내 (백성들에게) 내려졌으니, 백성들이 그를 그리워합니다. 임금님께서는 유념(留念)하소서. (皐陶는) 어떤 것을 하려고 염두에 두어도 그것을 잘 살피며, 어떤 것을 그만두려 해도 그것을 잘 살피며, 어떤 것을 진실로 나타내려 할 때도 그것을 잘 살핍니다. (그만큼 그는 매사에 신중하오니) 오직 임금님께서는 그의 공을 유념하소서.”
* [강 설(講說)] ———————
순임금이 섭정(攝政) 제의를 받은 우는 고요(皐陶)에게 양보(讓步)하며 고요의 덕(德)과 명철(明哲)함을 칭소하였다.
11. 帝曰 皐陶아 惟玆臣庶 罔或干予正(政)은 汝作士라
明于五刑하여 以弼五敎하여 期于予治니
刑期于無刑하여 民協于中이 時乃功이니 懋哉어다.
· ‘惟玆臣庶’(유자신서)에서 ‘臣庶’(신서)는 ‘신하와 백성’
· ‘罔或干予正’(망혹강여정)에서 ‘干’(간)은 ‘범하다, 덤비다’. ‘正’은 ‘정(政)’과 통용.
· ‘期于予治’(기우여치)에서 ‘期’는 ‘기약하다, 목적하다’
· ‘刑期于無刑’에서 ‘期’는 ‘기약하다, 목표로 하다’
· ‘民協于中’(민협우중)에서 ‘中’은 ‘중용의 도’ /
· ‘時乃功’에서 ‘時’는 ‘시(是)’와 통용. ‘乃’는 ‘너’ 즉 우(禹)를 말한다.
순(舜)임금께서 말씀하셨다. “고요(皐陶)야! 이 신하와 백성들이 혹시라도 나의 정사(政事)를 범하는 자가 없는 것은 네가 사사(士師)가 되어 오형(五刑)을 밝히고 오륜(五倫)의 가르침을 도와, 나의 좋은 정치에 목적을 두었기 때문이다. 형벌(刑罰) 주는 일에서는 형벌이 없는 것에 목적을 두어 백성들이 중용(中庸)의 도(道)에 합당하게 되었으니, 이는 너의 공(功)이다. (계속) 힘쓸지어다!”
* [강 설(講說)] ———————
우(禹)에게서 고요(皐陶)에 대산 칭찬을 들은 순임금이 고요(皐陶)의 공(功)을 치하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한 말이다. 한 사람도 소외시키지 않고 그 능력(能力)과 공(功)을 인정(認定)해 주는 순임금의 정치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12. 皐陶曰 帝德이 罔愆하사 臨下以簡하시고 御衆以寬하시며
罰弗及嗣하시고 賞延于世하시며 宥過無大하시고 刑故無小하시며
罪疑는 惟輕하시고 功疑는 惟重하시며 與其殺不辜론 寧失不經이라하사
好生之德이 洽于民心이라 玆用不犯于有司니이다.
· ‘宥過無大’(유과무대)에서 ‘宥’는 ‘용서하다, 죄를 줄여주다’ / ‘過’는 과오로 저지른 죄.
‘無大’는 ‘큰 것이라도 빼놓지 않음’ / ‘罪疑’는 ‘죄가 어디에 있는지 불확실한 것’
· ‘寧失不經’(영실불경)에서 ‘不經’은 ‘원칙대로 하지 않는 것’. 본래의 문장인 ‘寧失之以不經’를 정확하게 해석하면, ‘차라리 원칙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실수를 하다’이다.
· ‘好生之德’은 세종실록 6월 13일 조에 ‘휼형교지(恤刑敎旨)’가 여기에 해당한다.
고요(皐陶)가 말했다. “임금님의 덕(德)이 잘못됨이 없어 아랫사람에게 임하시되 간단명료하시고 백성들을 거느리시되 너그러우시며, 벌(罰) 주는 일을 자녀에게 파급시키지 않고, 상(賞) 주는 일은 자손 대대로 이어지게 하시며, 과오(過誤)로 지은 죄는 용서하되 큰 것은 빼놓지 말고, 고의(故意)로 지은 죄는 처벌하되 작은 것은 빼놓지 말며, 죄(罪)가 어디에 있는지 불확실한 것은 가볍게 처벌하시고, 공(功)의 정도가 확실하지 않은 것은 무거운 쪽으로 상(賞)을 주시며, 무고(誣告)한 사람을 죽이기보다는 차라리 원칙대로 하지 않는 실수를 택하시어, 살려주기를 좋아하는 덕(德)이 백성들의 마음에 두루 퍼졌습니다. 이 때문에 백성들이 유사(有司)에게 범하지 않습니다.”
13. 帝曰 俾予로 從欲以治하여 四方이 風動하니 惟乃之休니라.
· ‘從欲以治’에서 ‘欲’은 ‘원하다, 바라다’. 여기서는 ‘욕심’이란 뜻으로 쓰이지 않았다.
· ‘風動’에서 ‘動’은 ‘감동하다’
순(舜)임금께서 말씀하셨다. “나로 하여금 바라는 대로 다스리게 해서 사방이 바람처럼 (빠르게) 감동했으니, 이는 바로 너의 아름다운 공(功)이다.”
* [강 설(講說)] ———————
위의 세 단락(11~13)은 훌륭한 정치가 베풀어진 공에 대해서 임금과 신하가 서로 공을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書經으로 論語 읽기] — ‘四方 風動’ ☞『논어(論語)』<안연편>의 ‘草上之風’
덕(德)은 능력이다. 정치적 담당자의 도덕적 인간적 능력이 ‘바람[風]’이라면 백성들은 풀[草]이므로 풀 위에 바람이 불면, 모든 풀이 바람에 일제히 쓰러지듯이, 정치의 담당자가 착해지면 백성들도 모두 착해질 것이다. 여기서 군자(君子)는 정치를 담당하는 자이다.『논어』<안연편>(제19장)에 나오는 ‘초상지풍(草上之風)’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군자의 덕을 바람에 비유한 것이다.
12-19-01 季康子問政於孔子曰 如殺無道 以就有道 何如
孔子對曰子爲政焉用殺 子欲善而民善矣
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草上之風 必偃
계강자가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서 물었다. “만일 무도한 자를 죽여서 도(道)가 있는 데로 나아가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그대가 정치를 하는 데 어찌 죽이는 것을 쓰겠는가? 그대가 선(善)해지려고 하면 백성들이 선(善)해질 것이니, 군자(君子)의 덕(德)이 바람이고 소인의 덕은 풀이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반드시 쭈욱 쓰러질 것이다.”
정치는 인간 사회를 바르게 만드는 것인데, 그, 방법은 올바른 사람이 정치를 담당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차츰 올바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올바르지 못한 사람이 정치를 하게 되면, 정당한 사람이 정당한 방법을 쓰는 것이 통하지 않는다. 그 결과 올바르지 못한 사람들이 득세를 하게 되고 이에 영향을 받은 일반 사람들도 차츰 올바르지 않는 방법을 쓰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바르지 않는 사람을 죽임으로써 세상을 바로 잡으려 한다면 결국 수많은 백성을 죽이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그러므로 올바른 사회를 만드는 방법은 정치를 담당하는 사람 자신이 먼저 올바르게 되는 방법밖에는 없다.
14. 帝曰 來하라 禹아 洚水儆予어늘 成允成功한대
惟汝賢이며 克勤于邦하며 克儉于家하여 不自滿假하는데 惟汝賢이니라.
汝惟不矜하나 天下莫與汝로 爭能하며 汝惟不伐하나 天下莫與汝로 爭功하나니
予懋乃德하며 嘉乃丕績하노니 天之曆數 在汝躬이라 汝終陟元后하리라.
· ‘成允成功’에서 ‘允’(윤)은 ‘믿음, 신뢰관계’ 백성들에게 믿음을 주고 치수를 잘하여 공을 이루었다.
· ‘不自滿假’(불자만가)에서 ‘假’(가)는 ‘크다, 위대하다’
· ‘天下莫與汝’에서 ‘莫與~’는 ‘~와 ~할 자가 없다’ / ‘汝惟不伐’에서 ‘伐’은 ‘자랑하다’
· ‘予懋乃德’(여무내덕)에서 ‘懋’(무)는 ‘성대하다, 아름답다’ ‘대단하게 여기다’
· ‘嘉乃丕績’(가내비적)에서 ‘丕’(비)는 ‘크다’ / ‘天之曆數’ ; ‘책력, 달력’, ‘운수
· ‘天之曆數 在汝躬 汝終陟元后’ ; 순임금이 우에게 제위의 선양하겠다는 말씀.
순(舜)임금께서 말씀하셨다. “이리 오너라, 우(禹)야! 홍수(洪水)가 나를 경계(警戒)하였는데, 신뢰관계를 이루고 또 공(功)을 이루었으니, 오직 너의 현명함 때문이며, 나라 일에 부지런하고 가정에 검소하여 스스로 만족하거나 위대한 체하지 않았으니, 오직 너의 현명함 때문이다. 너는 비록 자랑하지 않으나 천하에 너와 능력(能力)을 다툴 자가 없으니, 내 너의 덕(德)을 대단하게 여기며 너의 아름다운 업적(業績)을 가상(嘉尙)하게 여기노라. 하늘의 운수(運數)가 너의 몸에 있으니, 너는 마침내 임금자리에 오를 것이다.”
15. 人心 惟危하고 道心 惟微하니 惟精惟一하여 允執厥中하라.
16. 無稽之言을 勿聽하며 弗詢之謀를 勿庸하라.
· ‘無稽之言’(무계지언)에서 ‘稽’(계)는 ‘살펴서 확인하다. 헤아리다’. 합리성을 추구함.
· ‘弗詢之謀’(불순지모)에서 ‘詢’(순)은 ‘묻다, 백성들에게 묻다, 자문하다’. 민의를 존중함.
“인심(人心)은 오직 위태롭고 도심(道心)은 오직 미미하니, 오직 정밀하게 하고 오직 한결같이 해야 진실로 그 중용(中庸)의 도(道)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근거 없는 말을 듣지 말며, (백성들에게) 물어보지 않은 계책을 쓰지 말라.”
* [강 설(講說)] ———————
순(舜) 임금이 우(禹)에게 섭정(攝政)하게 하면서 당부한 말이다. 순(舜)임금의 이 말씀[15단락]은 유학(儒學)의 중심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유학의 요체라고 말할 수 있는 말씀이다. 사람의 마음은 본심(本心)과 욕심(慾心)으로 분류할 수 있다.
사람의 몸은 각각의 개체(個體)로 존재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共通的)으로 작용하는 마음이 있다. 모든 존재에 똑같이 작용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은 하나로 연결된 것이 아니면 안 된다. 그 하나의 마음이 천심(天心)이다. 천심은 우주에 가득한 빛과 같다. 우주에 빛이 가득하지만 물체가 없으면 그 빛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다만 물체가 있을 때만 빛은 그 물체에 의해 반사된다. 마음도 이와 같다. 우주에 마음이 가득하지만 그 마음은 보이지 않고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몸이라는 물체가 있을 때 그 몸을 통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사람의 몸에 들어오는 천심(天心)을 유학에서는 성(性)이라고 한다. 성(性)은 심(心)과 생(生)의 합체어이다 그러므로 성(性)은 ‘살려는 마음, 살려는 의지’ 등으로 이해될 수 있다. 사람의 마음보따리에 들어온 성(性)을 정(情)이라 한다. 그런데 사람에게는 감각기관(感覺器官)의 작용을 통해, 생각하고 분별하고 지각하는 등의 능력을 있는데 이러한 능력을 통 털어서 의식(意識)이라고 한다. 이 의식(意識)이, 성(性)이 정(情)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개입하면 정이 변질되기도 한다. 성(性)은 순수한 본성(本性)이다. 성이 그대로 발현된 것이 순수한 정(情)이다. 성(性)이 의식의 작용을 통해 변질된 정으로 나오게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전자를 도심(道心)이라 하고 후자를 인심(人心)이라고 한다. 그러나 도심과 인심이 완전히 별개의 마음이 아니다. 성과 성에서 나온 순수(純粹)한 감정 전체를 도심(道心)이라 하고 성과 성에서 나온 변질(變質)된 감정 전체를 인심(人心)이라 한다.
도심(道心)은 근본적으로 남과 하나가 되는 마음이므로 조화(調和)를 이루지만, 인심(人心)은 남과 나를 구별하는 마음이므로 경쟁(競爭)과 투쟁(鬪爭)을 유발한다. 그래서 인심은 위태롭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심을 억제하고 도심으로 돌아가면 된다. 그러나 사람이 경쟁적인 삶을 계속하면서 인심을 키워왔기 때문에 도심은 미미해지고 말았다. 그러므로 이 미미해져버린 도심을 찾아내어 확장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그 행동을 주관하는 마음이 도심인지 인심인지 정밀(精密)하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 된다. 정밀하게 들여다 본 결과, 그 마음이 도심이라며 과감하게 행동에 옮겨야 하겠지만 인심이라면 그 행동을 억제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을 일회 또는 몇 차례로 끝내면 안 된다. 한결같이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오직 정밀하게 하고 오직 한결같이 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 [논어(論語) 요왈편(堯曰篇)](제1장) — ‘允執其中’, 성현도통이 공문전수심법이 되다.
20-01-01 堯曰 咨爾舜 天之曆數在爾躬 允執其中
四海困窮 天祿永終
02 舜亦以命禹
요(堯)임금이 말씀하셨다. “아! 너, 순(舜)아. 하늘의 역수(曆數)가 너의 몸에 있으니 ‘진실로 그 중(中)을 잡도록 하라.’ 사해(四海)가 곤궁하면 천록(天祿)이 끊어질 것이다.”
순(舜)임금 또한 이 말씀으로써 우(禹)임금에게 명(命)하셨다.
처음 요(堯) 임금이 순(舜)에게 두 딸과 함께 천자(天子)의 자리를 물려줄[禪位] 때, 내려준 말씀이 ‘允執厥中’(윤집궐중)이었다. ‘진실로 그 중(中)을 잡아라.’라는 뜻이다. 요(堯)임금이 <중용(中庸)>을 강조한 것을 보면, 요(堯) 이전에 이미 서로 상반되는 다양한 가치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가치관이 혼재해 있을 때 이를 조화로 이끌 수 있는 이론이 <중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이(東夷)의 인자(仁者)인 순(舜) 임금이 서부인 우(禹)에게 선위(禪位)를 하면서 내려준 말이 또한 요(堯) 임금에게서 받은 ‘允執厥中’이었다. 순(舜) 임금은 요(堯) 임금의 말에 세 마디를 더 보태어 전한다. 그것이 ‘人心惟危하고 道心惟微하니 惟精惟一하여 允執厥中하라’이다. ‘세상 사람의 마음은 더욱 위태롭고 진리의 마음은 미미하니 오직 정밀하게 살피고 오직 한결같은 마음으로, 진실로 그 중(中)을 잡아라’는 뜻이다. 이는 당시 시대의 혼란기를 맞아 요 임금의 말씀을 더욱 명확하게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이 요·순(堯舜)의 도통인, ‘允執厥中’이 이후 성군(聖君)-성현(聖賢)을 거쳐 공문(孔門)의 심법(心法)으로 전수되어 자사(子思)에 의해『중용(中庸)』이 이루어진 것이다. 송(宋)나라 주자(朱子)는 이를 <중용장구> 33장으로 재편하고 그 서문(序文)에서 내력을 밝혔다. 이렇게『중용(中庸)』은, 요(堯)-순(舜)-우(禹)-탕(湯)-문(文)-무(武)-주공(周公)으로 이어진 성현(聖賢)의 가르침이 공자(孔子)를 통하여 유학의 중심 사상으로 정립(定立)되었다. 이후, <중용>은 공자(孔子)-안자(顔子)/증자(曾子)-자사(子思)-맹자(孟子)로 이어지는 도통(道統)이 되었다. 공자(孔子)의 경우 요·순-문무-주공을 사숙(私淑)하였고, 맹자(孟子)의 경우 자사(子思)의 제자 문하에서 공자(孔子)를 사숙(私淑)하였다. 사숙(私淑)이란 생애의 시차(時差)가 있어 직접 가르침을 받지 못하고, 마음의 스승으로 삼아 그들의 저작(著作)을 통하여 공부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하여,『중용(中庸)』은 공자의 문도(門徒)에게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공문전수심법(孔門傳授心法)>을 담고 있다.
17. 可愛는 非君이며 可畏는 非民가 衆非元后면 何戴며 后非衆이면 罔與守邦하리니
欽哉하여 愼乃有位하여 敬脩其可願하라 四海困窮하면 天祿이 永終하리라
惟口는 出好하며 興戎하나니 朕言은 不再하리라.
“사랑해야 하는 것은 임금이 아니겠는가.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백성이 아니겠는가. 백성은 임금이 아니면 누구를 떠받들며, 임금은 백성이 아니면 나라를 지킬 수 없을 것이니, 경건하게 처리하여 네가 가진 자리를 삼가서 원해야 하는 것[善政]을 경건하게 닦아라. 사해가 곤궁하면 하늘의 녹(祿)이 영원히 끊어지리라. 오직 입이란 좋은 것을 내기도 하고 전쟁[戎]을 일으키기도 하니, 짐(朕)은 두 번 말하지 않겠다.”
* [강 설(講說)] ———————
‘天祿’은 하늘이 임금을 임금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천록(天祿)이 끊어진다는 것은 그 임금이 다스리는 나라가 망한다는 뜻이다. 나라가 망하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그 나라의 정치철학이 바르지 못하여 무너진다. 정치철학이 무너지면 나라의 정체성이 흔들려 민심이 이반하게 된다. 그러면 국민들이 반발하고 경제가 침체하게 된다. 경제가 침체하면 세금이 무거워진다. 세금이 가중되면 국민들이 더욱 더욱 반발한다.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면 나라는 결국 망하고 만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임금이 갖추어야 할 것은 ① ‘敬脩其可願’ 이요 ② ‘惟口 出好’이다. 임금의 한 마디 말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다. 맹자(孟子)도 스스로 ‘호연지기(浩然之氣)’와 더불어 ‘지언(至言)’을 강조했다.
18. 禹曰 枚卜功臣하사 惟吉之從하소서
帝曰 禹아 官占은 惟先蔽志오사 昆命于元龜하나니
朕志先定이어늘 詢謀僉同하며 鬼神 其依하여 龜筮協從하니 卜不習吉이니라
禹拜稽首하여 固辭한대 帝曰 毋하라 惟汝사 諧니라.
· ‘惟吉之從’에서 ‘之’는 ‘吉’과 ‘從’이 도치되었음을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 ‘從吉’
· ‘官占’(관점)은 ‘관에서 치는 점’을 말한다.
· ‘昆命于元龜’(곤명어원구)에서 ‘昆’은 ‘뒤, 나중’. ‘元龜’는 점을 치는 ‘큰 거북’.
· ‘卜不習吉’(복불습길)에서 ‘習’은 ‘거듭하다’
우(禹)가 말하기를, “공신(功臣)들을 낱낱이 점치시어 오직 길한 사람을 따르소서.”하니, 순임금이 말씀하셨다. “우(禹)야! 관(官)에서 하는 점(占)은 먼저 자기의 뜻을 결정하고 나서 큰 거북에게 명한다. 짐의 뜻이 먼저 결정되고 사람들에 물어 모의하니 모두 뜻이 같았으며, 귀신이 의지했고, 거북점과 시초점이 화합하여 따랐다. 점치면 거듭 길하게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우가 절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굳이 사양하자, 순임금이 말씀하셨다. “사양마라! 오직 너만이 잘 해낼 수 있다.”
* [강 설(講說)] ———————
우(禹)는 최후로 점을 쳐보라고 권하면서 사양했지만, 순(舜) 임금은 이미 점을 쳐본 뒤였다. 옛날 중요한 인사를 단행할 때에는 먼저 인사권자가 마음을 정하고, 다음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다음으로 조상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살피며, 마지막으로 점을 쳐서 하늘의 뜻을 물어보는 방식을 택한다.
19. 正月朔旦에 受命于神宗하사 率百官하사되 若帝之初하시다.
정월 초하루 아침에 신종에게 명(命)을 받아 백관(百官)을 통솔하시되 순(舜)임금이 처음 했던 것과 같이 하였다. * [신종(神宗)은 요(堯)임금의 사당(祠堂)이다.
· ‘受命于神宗’ 이하는 제위에 오르는 의식을 표현한 말이다.
20. 帝曰 咨禹아 惟時有苗弗率하나니 汝徂征하라
禹乃會群后하여 誓于師曰 濟濟有衆아 咸聽朕命하라
蠢玆有苗 昏迷不恭하여 侮慢自賢하며 反道敗德하여
君子在野하고 小人在位한대 民棄不保하며 天降之咎하실새
肆予以爾衆士로 奉辭伐罪하노니 爾尙一乃心力이라사 其克有勳하리라.
· ‘惟時有苗弗率’에서 ‘時’는 ‘시(是)’와 통용. ‘有苗’는 ‘묘족의 나라’ ‘有’는 나라이름이 한 글자일 때 별 뜻이 없이 조음소로 들어간 말.
· ‘濟濟有衆’에서 ‘濟濟’(제제)는 ‘씩씩하다’
· ‘蠢玆有苗’(준자유묘)에서 ‘蠢’(준)은 ‘어리석다’
· ‘君子在野 小人在位’는 난세의 상황,『주역』천지(天地) 비괘(否卦)의 형국이다.
· ‘肆予以爾衆士’에서 ‘肆’(사)는 ‘드디어, 그리하여’
· ‘爾尙一乃心力’에서 ‘尙’은 ‘오히려, 아무쪼록’. ‘乃’(내)는 ‘너, 너희들’
순(舜)임금이 말씀하셨다. “자! 우(禹)야, 이 묘족(苗族)이 따르지 않으니, 네가 가서 정벌하라.” 우가 마침내 여러 제후를 불러놓고 군사들에게 다음과 같이 선서하였다. “씩씩한 군사들이여, 모두 나의 명령을 들어라. 어리석은 이 묘족이 어둡고 미혹하여 공손하지 아니하며, 남을 업신여기고 스스로 어진 체하며, 도(道)를 위배하고 덕을 어그러뜨려 군자가 들에 있고 소인이 관직에 있어, 백성들이 버려져서 보호되지 않으니, 하늘이 재앙을 내리신다. 이리하여 내가 너희 여러 군사들을 거느리고 임금님의 말씀을 받들어 죄 지은 자들을 벌하러 가는 것이니, 너희들은 아무쪼록 마음과 힘을 한결같이 하여야 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 [강 설(講說)] ———————
여러 주석본에서 ‘民棄不保’(민기불보)를 ‘백성들이 군주를 버리고 보호하지 않았다’로 해석하고 있으나, 이는 문법적으로 무리이고 문맥이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굳이 그렇게 해석한 까닭은 추측컨대 다음 문장에 유묘의 백성들이 우에게 저항한 사실이 나오는데, 이 사실은 만약 백성들이 버려져서 보호받지 못했다면 우가 쳐들어 왔을 때 저항하지 않고 환영했을 것이라는 생각과 어긋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백성들이 보호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다른 나라의 침략이 있을 때는 저항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이라크 국민들이 사담 후세인에게 보호받지 못했지만 미군에게 저항한 것과 같다.
21. 三旬을 苗民이 逆命이어늘 益이 贊于禹曰 惟德은 動天이라
無遠弗屆하나니 滿招損하고 謙受益이 時乃天道이니이다.
帝初于歷山에 往于田하사 日號泣于旻天과 于父母하사
負罪引慝하사 祗載見현瞽瞍하사되 夔夔齊재慄하신대
瞽瞍亦允若하니 至諴은 感神이온 矧玆有苗이따녀.
禹拜昌言曰 兪라 班師振旅이어늘 帝乃誕敷文德하사 舞干羽于兩階러니
七旬에 有苗格하니라.
· ‘無遠弗屆’(무언불계)에서 ‘屆’는 ‘이르다, 다다르다’
· ‘滿招損 謙受益’은『주역』지산(地山) 겸괘(謙卦)의 내용과 통하는 말이다.
· ‘帝初于歷山’에서 ‘歷山’은 ‘젊었을 때 밭 갈며 살던 곳’. 지금의 산동성 제남시에 있다.
· ‘日號泣于旻天’에서 ‘旻天’(호천)은 원래는 ‘가을 하늘’을 의미하나, 여기서는 ‘뭇사람들을 사랑[仁]으로 굽어살피는 하늘’이라는 뜻으로 쓰였다.『맹자(孟子)』에 나오는 내용이다.
· ‘祗載見瞽瞍’(지재현고수)에서 ‘載’는 ‘일’, 여기선 ‘자식된 도리를 다한다’는 뜻. ‘見’(현)
· ‘夔夔齊慄’(기기재율)에서 ‘夔夔’는 ‘조심조심하는 모습’. ‘齊’는 ‘齋’(재)와 통용, ‘재계하다’
· ‘瞽瞍亦允若’(고수역윤약)에서 ‘允’은 ‘진실해지다’, ‘若’은 순(順)과 같은 뜻.
· ‘班師振旅’(반사진려) ; ‘군대를 돌리고 군사를 거두는 일’
· ‘帝乃誕敷文德’(재내탄부문덕)에서 ‘文德’은 ‘정신적인 은덕’
· ‘舞干羽于兩階’(무간우우양계)에서 ‘干羽’(간우)는 ‘방패와 깃털을 가지고 춤을 추는 것’,
평화를 기원하는 춤이다.
· ‘有苗格’(유묘격)에서 ‘格’은 ‘이르다’, 여기에서는 ‘바로 잡히다, 좋은 상태에 이르다’
30일을 묘(苗)의 백성들이 명(命)을 거역하자, 익(益)이 우(禹)에게 거들면서 말했다. “오직 덕(德)만이 하늘을 감동시켜 멀리 있는 사람도 이르지 않음이 없습니다. 자만(自慢)은 손해를 부르고 겸손(謙遜)은 이익을 받습니다. 이것이 바로 천도(天道)입니다. 순임금이 처음에 역산(歷山)에 계셨는데, 밭에 가시어 날마다 하늘과 부모에게 울부짖으시어 죄를 떠맡아 짊어지고, 간특한 일을 자신에게 돌리시며, 공경히 자식 된 도리를 다하여 고수(瞽瞍)를 뵙되 조심조심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두려워하시니, 고수 또한 진실해지고 순해졌습니다. 지극한 정성은 신명을 감동시키니 하물며 묘족(苗族) 정도이겠습니까?” (그러자) 우가 좋은 말에 절하며, “옳지! 그렇구나!” 하고는 군대를 돌리고 군사를 거두자, 순(舜)임금이 마침내 정신적인 은덕을 크게 펴시어 양쪽 계단 아래에서 방패와 깃으로 춤추게 하셨는데, 70일만에 묘족이 착하게 되었다.
* [강 설(講說)] ———————
우(禹)는 정신적인 감화보다는 힘으로 굴복시키는 방법을 좋아했던 것 같다. 서부인(西部人)의 기질이 그렇다. 선서(宣誓)에서 비록 순(舜) 임금의 명령을 받들었다고 했고 또 순 임금이 묘족을 정벌하라고 지시했다고 기록하고 있지만 그대로 믿기가 어렵다. 힘으로 굴복시키는 것은 최선의 방법이 아니다. 가장 훌륭한 방법은 ‘정신적인 감화’를 통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얻어 화친하는 것이다. 그래서 순 임금이 정신적인 감화를 펴는 방법을 지시했다.
순임금이 우에게 두 계단 아래서 방패와 깃털을 가지고 춤을 추게 한 것은 아량과 평화를 기원하는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본 묘족들익 감화를 받아 마음이 귀순하여 화친을 했을 것이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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