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고양이군요...
이 도도록한 동산을 무대로 '독거노인'이 둘 있으니 한나는
손주에게 할멈의 반은 뺏긴 이 집 할배이고 또 하난 저 소리 없는 발자국의 주인공,
나만큼 삭은 '노랑나비'죠.

이 친구를 위해 3일에 한 번은 '마루'의 밥을 빼돌립니다.
아, 빼돌린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군요.
"쩌~그 하늘나라로 가버렸단다" 손주에게 설명하던
그 마루의 빈집이 남긴 밥이니 임자가 바뀐 거라고 해야 좋겠어요.
손주가 한 사흘 놀다가는 날이면 고등어자반, 멸치대가리, 곰국, 고깃덩어리들이
두런두런 이 그릇에 모여 새로 다가올 배고픈, 예쁜, 조용한, 얌전한
저 노랑나비 영감(할멈)? 을 기다리는 것인데,
저는 어제처럼 땡땡 언 한밤중에 입에서 오물거리던
물렁뼈에 국에서 건진 북어포 두어 개를 들고
지금 나가야하나 말아야하나를 망설이곤 하던 그 자리기도 해요.

바로 요 녀석이죠.
가까이 오라고 '마음'으로 불렀는데도 경계심 많은 이것은 딱
7m 거리를 두고 다가오지를 않습니다. 뭐 나이만 아니면
별반 건강이 나빠보이지는 않으니 늬 알아서 살아라... 했죠.
옆의 블럭길은 대문쪽 마루의 집 앞 화단을 공사할 때 여벌로 만든 것이죠.
마루 집을 두른 황토블럭을 옮기고 경계석은 몰탈로 만들었죠.
남새밭이 쫌 더 깨끗해졌어요.^^

노랑나비가 밥그릇 가까운 곳에서 가끔 나오던 것을 보고
가만 살펴보니 이곳에 작은 싱글 침대가 하나 놓여 있었어요.
"저 고양이는 어디서 밤을 새우지?" 궁금했었는데
뒤켠의 작업공구실 안쪽 박스에 개어놓았던 '한냉사'를 이용하고 있었어요글쎄...
전에는 나무를 쟁여놓은 틈이 있었는데
그때 아조 이불 하날 예쁘게 깔아주었더니 사용하지를 않아요. 여기서
한냉사(寒冷絲)란 여름철 고온에서 온도를 낮춰주는 효과 있는 망이란 뜻인데
이 겨울에는 고양이의 체온을 높여주는 이불이 되기도 하는 군요.

그 경험을 가지고 있음에도 나는 또다시 창고에 쳐박힌 한냉사를 한 무데기 갖다가
바람막이로 입구에 찔러넣어주었답니다. 이 굴을 한 이틀 살펴볼 셈이죠.
열린 보일러실에서 나오는 걸 보았다는 할멈의 말을 듣고 아예 보일러실 문을 열어서
고정시켜놓았건만 아직 한 번도 녀석이 들락거리는 것을 못 보았어요.

당구장을 경영하던 '독거노인' 손위 처남네가 은퇴?하여 마침내
그리던 장흥 바닷가 어느 마을로 이사를 갔죠.
당구 1000을 치는 선수가 여의도에서 노래방, 음식점, 제과점, 미용실, 당구장을 가진
큰 사업 한판에서 지고, 당구 다음으로 좋아하는 낚시터를 찾아 옳게 귀촌한 것.
생판 모르는 어촌마을에서 작은 집을 고치고 가꾸는데 어제는
중고 냉장고와 함께 고물로 나온 저 공사용 망사를 가져왔어요.
안 한다고 해도 일년 약초 갈무리 양이 적지 않아
그것을 상하지 않게 저장할 냉장고가 필요했던 것.
하여 저는 그 차에 의자며 전기톱, 페인트, 방수우레탄, 물통들을 실어보냈지요.
시골살이란 사실 물물교환 같은 교류가 참 착하고 낫낫해요.
서로 남는 것과 필요한 것이 교차하려면
처남네처럼 편안히 하면 되는데 난 그런 짓이 참 게을렀어요.

바닷가 집 주인이 버리고 간 물건들이죠.
평소 저런 장식 것들을 '미워'하던 제가 조섬주섬 비닐봉다리에 담아옵니다.
가져와서 현관 썬룸 이곳저곳에 놓아요. 차암...
손주가 와서 눈이 똥그래질 것이 눈에 환했기 때문이죠.

애기처럼 좋아하고 어른처럼 끄덕거리는 시간이 한참 동안 이어졌습니다.
장난감을 사주면 참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거나 욕심내지 않는 건
이 "하찌야"를 닮았나 봅니다.
저렇게 꼭 제 자리에 놓고 갑니다.

지 집에서 밥 먹거나 놀다가, 또 자기 전에도 가끔
하찌야를 부르면서 혼자 빙긋이 웃기도 한다죠.
하찌야는 이 심심하고 두려움 많은 어린 아이의 엄마 다음의 자격이랍니다.

연못의 중앙이 동그랗게 하얀 이유가 뭘까...
고 동그라미 아래엔 수련이 담긴 다라이가 있는데 그것과 무언 연관이 있을까...
어렵군요. 다만 그 다라이 밑을 고심한 작은 공간에는
이 연못의 주인 격인 몇 잉어가 살고 있죠.
연못 크기에 비례하여 자란다는 작은 잉어는
이 차디찬 겨울 그것도 방수천이 깔린 1m 남짓의 바닥을 어찌 견디고들 있을까...
사람이 좋다고 하는 짓들에 감추어진 저 생물들의 고생을 어찌 모른다 할까.
엊그제 허물어진 연못을 고치며 물 아래 진흙더미를 찾지 못한 게아재비,
물매암이, 새우, 우렁이 것들이 짐짓 미안했어요.

할멈이 화분을 딸방에 들이는데 난 난색이었지만
꽃들은 좋아라 어쩔줄 모르군요.
여자의 품과 남자의 품은 이렇게 한겨울에 갈렸어요.

로컬푸드에서 사놓은 저 감은 얼마가 지났는데도 익을 생각을 안 해요.
저장고가 떨감 저장하기엔 딱 좋지만 너무 멀어서
저것 한나 먹어볼까 하고 나서질 않으니...
ㅎ 다행히 승민아우네 터에 매달린 것들이 지금
오싹한 썬룸에서 차례차례 잘 익어들 가니 되었죠.

승민아우네 집터가 환해졌습니다.
포크레인을 들여 말끔해졌죠.
저 대문(후문)이 자주 열려 들락거리는 그림이 눈에 선합니다.
내년 꽃삼월이라...

기웅아우네 터도 시원하게 트였어요.
저 칡더미 좀 보세요. 그간 얼매나 칡세상이었던지
휀스가 기울고 자빠졌을 정도죠. 아우들이 언제 시골살이를 해봤겠어요...

입구쪽 순일아우네도 깔끔깔끔...

개집 앞 블럭을 물고 있던 'ㄷ'자 형 철재를 이용해
계단 끝이 까바지지 않도록 고정시켜 주었죠.
마루집 마당을 꽃밭으로 꾸몄으니 오는 봄으로 그 집도 단장해줄 거에요.
손주가 뛰놀던 따뜻하고 푹신푹신한 깔개를 넣어주고
안팎으로 산뜻하게 페인팅하는 거.
모피코트 같은 개털이 흙구덩이에서 엉겨붙지 않도록
집 마당은 잡초매트로 덮어줄거고.

이장님이 마을 번영회 회장과 더불어
문패와 우체통을 선물하였답니다.
우리를 원천리 주민의 하나로 받아주는 징표로 느꼈어요.
참 조촐하고 행복한 시골살이의 유대감을 확인하는 순간.
이 마을과의 인연이 어언 육년 째.
해마다 동계가 열리는 날에 제가 아심찮은 음식이라도 전달했던 정이
이렇게 문패 속에 잘 새겨 돌아올 줄 몰랐어요.
회원 여러분... 올 한 해도 감사했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며 만사 형통하시기 기원드립니다.
첫댓글 황금돼지가 눈앞에서 반짝이는 새해~
만사형통과 건강을 기원합니당~^^
^^ 정라진 시인님 반갑습니다. 이렇게 새해 첫 날 나와주시곰... 시집 <자판기 여자> 후속도 열심히 하시죠? 수정님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새해 소원성취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