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 어찌 보면 모두
바람입니다
희망의 꿈도
시작은 먼저 바람으로부터 오고
어느 날 고통의 시작도
그 바람으로 오며
사랑이란 이름의
그 아름다운 전차 역시
이 바람으로부터 결국 타며
가게 되지요
오랫동안 나는 이 바람을
무척 사랑 했습니다
사실은 바람만큼 우리를 힘들게 하고
고단하게 하는 것도 없지만
그 속에 더욱 우리를
단단하게 웃자라게 하는
모든 꿈의 오랜 숙원과
거친 단련의 시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처음 내딛은 발자국이 길이 될 때
산다는 것은 더하여
나로부터 출발하는 모든 시작일 테지요
내 영혼이 어느 산천 해맑은 물줄기의
방점이 될 수 있다면 그 맑은 물소리가
끝내 탁해지지 않는
영원의 노래로만 흐를 수 있기를,
누군가의 사랑 하나로
온 세상이 따뜻하게 데워지는 진리처럼
수만의 바람이 수억의 별이 되는
그 날까지
산다는 일에
그저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살며 사랑하며 우리는 매일
두근거리는 가슴으로들
능소화 그 노오란 그리움
첩첩 길어진 목에 매달고
긴 계단으로 층층 능선길 열길이 듯
미로같이 꾸불꾸불한 산을 오르내리며
왔을 테지요
어느 날은
행인이 모두 하산한 산 속
빈 집의 적막이
굴뚝의 무심 무심(無心)
연기처럼 피어 오르고
홀로 까아만 밤의 행적이
하나 둘 형상의 집채 위로 또 하나의
집을 짓는 오늘
우리들 저마다의
고되고 외로운 일상이 듯
간간히 열어둔 마음의 창으로
달려오는 파도소리
파도는 어느 바닷가 우체국
희망의 소식처럼 또는
음(音)으로 꿈을 이으며 익히는
현의 극단처럼
그렇게 잠시 왔다가는 다시
홀로 돌아가곤 했지요
무엇인가를 하염없이 기다리 듯
삶은 늘 그렇게 막연한 기대 속에서
희고 푸른 희망의 금을 긋고는
다시 산다는 일에
거듭 거듭 살아야 하는 그
의미가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