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1·2》*
-스티븐 킹 & 피터 스트라우브 지음 / 김순희 옮김
소년판 오디세이아
1
작가는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에서 주인공 ‘톰 소여’를 21세기로 불러와 ‘잭 소여’라는 이름으로 재탄생시켜 현대와 소년을 결합한 ‘소년판 오디세이아’ 작품 이름은 《부적·1·2》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 책은 엄밀히 따지면 소년용보다는 성인용에 가깝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줄거리를 따라잡자면 1, 2권 합해 약 천오백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작품의 양과 그 줄거리를 뒷받침하는 복잡하고도 다양한 과학적 상상력과 그 개념들에 먼저 익숙해져야 한다.
독해가 되지 않으면 줄거리에 대한 진도가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설사 진도가 나간다 하더라도 작품 말미에 재등장하는 전편의 인물이나 배경이 전혀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수박 겉핧기 식’의 독서로 작품의 진정한 맛을 알지 못하고 책을 내려놓을 수도 있는데, 한 번 읽을 때 정독을 해서라도 매 줄거리의 정확한 독해 없이 페이지를 넘어가 버리면, 다시 앞부분으로 돌아가더라도 첫 번째에 볼 때 느끼는 새로움과 흥미를 놓칠 수도 있고, 솔직히 따라잡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줄거리 구조상 진행 속도가 빨라-독자마다 그 속도감은 다르겠지만-적절한 속도를 필요로 하는 작품이라 형편에 따라서 난이도도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작가적 수준에 준하는 두뇌를 필요로 한다고 여겨진다. 그래야 작가가 독자에게 제공하려는 애초의 작품의 재미라는 목표를 달성할 것 같다.
2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작품 중간 중간에 집필의 필요성과 작품의 복잡다단하고도 거대한 스케일 탓이기도 하겠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두 명의 작가의 협업의 결과로 나온 작품이라는 점에서, 논리에 맞지 않는 줄거리 전개도 엿보인다.
부적을 획득하러 주인공 소년 ‘잭’과 ‘리처드’가 해변에 위치한 ‘블랙호텔에 닿기 전 황폐한 ’포인트 베누티‘ 마을을 통과하는 긴박한 장면에서다. 마을에 들어서면 나체의 묘령의 여자가 등장하는 상가와 주택이 모여 있는 인적이 드문 것처럼 여겨지는 텅 빈 사거리 장면이 나온다.
공간 구조상 이 사거리틀 무사히 통과해야 작품 속의 모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최종 목표물인 ‘부적’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블랙호텔 해변에 이르게 되는데, 무시무시한 뿌리를 지상에 드러내 몸을 휘감으며 주인공들의 통과를 방해하는 기괴한 나무들의 추적을 벗어나 블랙호텔이 보이는 언덕을 넘었는데, 또 다시 나체의 여자가 등장하는 상가 장면이 다시 펼쳐지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처음 ‘포인트 베누티’ 마을에 등장할 때에는 둘이 걸어서 역경을 헤치며 지나간다. 하지만 그 마을을 겨우 통과하고 나서는 리처드가 힘들다고 해서 잭이 리처드를 업고 언덕을 넘게 된다. 그리고 업고 걸어 내려가는데 나체의 여자가 다시 등장하는 마을 장면이 전개되는 것이다.
언뜻 똑같은 장면을 흥미를 고조하기 위해(대단원에 다다르고 있다) 시각차를 두고 다르게 다시 전개한다면, 작가의 관점에 부흥해서 흥미진진하게 스릴 넘치는 장면을 즐기며 다시 봐 줄 수도 있겠지만 둘이 걸어서 등장하는 것이 아닌, 한 장면이 끝난 상태에서 잭이 리처드를 등에 업었고, 업은 채로 가는데 그 마을이 다시 나온 점은 분명 작가들의 실수로 봐야한다는 것이다.(같은 장면을 시각차를 달리해서 다시 보여주는 부분은 이 책에서 자주 써먹는 수법이다.)
두 명의 작가는 아주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가 틀림없다 것은 이 작품이 두 권의 전편을 통해서 충분히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흔히 그렇다고 하지 않는가. 소설은, 특히 스릴러나 추리 소설은 작가와의 두뇌싸움이라고. 읽는 독자는 작품의 흥미진진함에 빠져드는 것 못지않게 이런 트릭 아닌 트릭을 잡아낼 수 있는 명민함이 받쳐줄 때 작품 수준은 더욱 빛을 발하는 법이다.
(2권 제39장 <포인트 베누티>부분)
3
톰 소여가 아닌 잭 소여는 리처드 슬로트(마크 트웨인의 작품에서 톰 소여의 단짝인 허클베리핀을 연상시킨다)와 함께 우여곡절 끝에 부적을 획득해서 어머니의 지병인 암도 치료하고 부적에 얽혀 고통을 받거나 갈등에 얽혀있는 제반 문제들을 복수나 치료 등의 방법으로 단번에 모두 해결한다. 선이 악에 승리하는 것이다.
이 작품 기조에는 현대 과학의 총아인 물리학적 법칙들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요 장치로 곳곳에 설정되어 있다. 특히 잭이 작품 속 현재에서 살고 있는 미국과 잭이 수시로 드나드는 차원이 다른 ‘텔러토리’라는 세계로 순간이동하며 공간과 시간을 달리하는 장면들은 유의해서 읽지 않으면 결국 작품 읽기를 중도에 포기할 수도 있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런 장치들은 과거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배경으로 《오디세이아》의 오디세우스가 이 세상 같지 않은 신화에 나올법한 세계를 방랑하며 고향에 돌아가기까지의 모험과 분투에 나오는 장면들과 유사하다. 대신 성인 오디세우스가 아닌 톰 소여 또래의 잭 소여가 모험을 펼치는 것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이 외에도 두 명의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상상력의 세계는 책 전편에 무궁무진하게 숨겨져 있다. 한 번 읽어볼만한 두뇌 게임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