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MLB일기<11> 1루수와 타격폼, 변화를 위해 준비하는 것들 2017.10.17 오전 09:57
해외야구 추신수 2000년 시애틀 입단하여 긴 마이너리그 시절을 경험했다. 2005년 메이저리그 첫 승격 이후 클리블랜드, 신시내티를 거쳐 현재 텍사스 레인저스의 중심 타자로 활약중이다.
<2017 시즌을 마무리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 추신수. 한 시즌을 정리하는 일기에는 진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묻어났다.(사진=이영미)> 안녕하세요. 추신수입니다. 시즌을 마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도 TV를 통해 중계되는 포스트시즌 경기를 지켜보는 마음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메이저리그 커리어에서 ‘가을야구’ 경험은 세 차례였습니다. 그 맛을 모를 땐 정규시즌 종료와 함께 오프시즌을 맞이하는 상황이 자연스러웠는데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이후엔 시즌이 끝나도 끝난 것 같지 않은 여운이 남아 있습니다.
스프링캠프는 2월에 시작하지만 선수들은 12월이나 1월부터 몸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들이 닿고자 하는 목표는 단 한 가지.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입니다. 8개월부터 10개월 가까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 모든 게 무위로 끝나 버리면 허탈함, 아쉬움, 허전함 등이 꽤 오랫동안 선수들 마음을 짓누릅니다. 그래서 시즌을 마쳐도 바로 평정심을 되찾기가 어려운 것이고요.
9월 22일(한국시간),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원정 경기 때만 해도 우리 팀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할 수 있다는 꿈을 부풀렸습니다. 앞선 팀과 2~2.5게임 차였고 남은 경기에서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팀의 운명이 걸려있는 중요한 상황에서 원정 경기를 위해 오클랜드로 향했는데 그때부터 무려 5연패를 당하는 바람에 27일 휴스턴과의 경기에서 와일드카드 진출 탈락이 확정됐습니다.
이후 몸이 아픈 선수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더군요. 시즌 후반기 내내 와일드카드 진출을 위해 골절이 아닌 이상 부상을 참고 뛰었던 선수들이 많았던 터라 팀의 목표가 사라져버리자 감춰둔 부상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남은 경기를 제대로 뛰기 어려웠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정규시즌 종료까지 5게임이 남은 상황에서 감독과 면담을 하며 5게임에 모두 나가기 어려운 몸 상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제가 시즌 마지막으로 출전한 경기가 22호 홈런이 나왔던 9월 30일 오클랜드와의 경기였습니다. 팀에서도 남은 경기는 주전들을 대거 제외하고 나이 어린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려 했었고요.
22호 홈런이 터진 후 남은 2경기에 제가 출전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 오해의 시선도 있었습니다. 감독이 일부러 절 제외시킨 거라는 내용이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30일 경기가 내부적으로 약속된 시즌 마지막 경기였고, 설령 홈런이 나왔다고 해도 다음 날 경기에 나갈 수 있는 몸 상태도 아니었으니까요.
9월 29일, 팀 훈련 시간에 선수들과 수비 위치를 바꿔 훈련한 적이 있었습니다. 훈련의 재미를 위해 코치가 택한 방법이었는데 덕분에 외야에 있던 제가 1루를 맡게 됐었죠. 부산고 시절 1루에 서 본 적은 있었지만 미국 진출 후에는 처음 경험하는 부분이었습니다. 1루에서 공을 잡아내는 모습을 본 코치와 감독은 무슨 영감을 받은 듯 했습니다. 훈련을 마치자 모두 제게 1루수에 대한 의견을 물어 보셨으니까요.
물론 너무 오랜만에 경험한 1루라 다소 어색하긴 했지만 옵션이 늘어난다는 점에선 괜찮은 방법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매 경기는 아니더라도 아드리안 벨트레가 지명타자로 나가고 조이 갈로가 3루를 맡게 된다면 제가 1루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인 거죠. 팀 입장에선 타선을 짜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겨울 동안 1루 수비 훈련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연습해보고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외야로 돌아가면 되는 터라 팀도, 저도 큰 부담은 없습니다. 1루 자리가 수비하기가 쉽지는 않거든요. 빠른 타구에 항상 몸을 움직여야 하니까요.
시즌 종료 직전 타격 코치와 올해 이룬 제 성적과 특징들을 분석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타점(78)과 득점(96)은 나쁘지 않은데 타율(0.261)과 출루율(0.357)이 아쉽다는 평가였습니다. 올시즌에는 유독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가 잘 잡히는 경우가 많았고, 강한 타구를 생산해낸 반면에 시프트에 걸린 비율도 이전보다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시즌을 정리하면서 든 생각은 ‘아쉽다’였습니다. 누구의 지적을 받지 않아도 스스로 느낀 부족함 때문에 그 마음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즌 마치고 10월 초에 LA를 방문해서 덕 래타 코치를 찾아갔습니다. 래타 코치는 LA 다저스 저스틴 터너의 개인 코치로 잘 알려진 분이죠. 시즌 중에 래타 코치와 영상 통화를 하며 한 차례 레슨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도움이 됐던 터라 그 기억을 갖고 그분의 훈련장을 찾았습니다.
주위에선 시즌 끝났는데 쉬지 않고 무슨 레슨을 받느냐고 의아해 했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배우고 싶었습니다. 워낙 훌륭한 인품과 타격폼 관련해서 뚜렷한 철학을 갖고 계신 분이라 래타 코치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매우 유익했습니다. 타격과 관련해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경험은 돌아가신 조성옥 감독님 이후 처음이었어요. 앞으로 시간 날 때마다 몇 차례 더 찾아뵐 계획입니다. 내년 시즌을 위해 미리 준비를 하고 싶으니까요.
한 시즌동안 야구로 여러분들에게 더 큰 즐거움과 기쁨을 안겨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마쳤으니 내년에는 타석에서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올시즌 제 야구는 끝났지만 내년 시즌의 야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LA 근교의 덕 래타 코치 연습장을 찾은 추신수. 올시즌 래타 코치와 영상 통화를 하며 한 차례 타격폼 수정을 받았던 추신수였다. 시즌 마치고 쉬고 싶을 듯 한데 추신수는 곧장 LA로 달려가 래타 코치부터 찾았다. 그가 시즌 내내 고민했던 타격폼 관련해서 래타 코치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추신수의 2017 시즌은 마무리 됐지만 그는 벌써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사진=이영미)> *이 일기는 추신수 선수의 구술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기사제공 추신수 MLB 일기
2000년 시애틀 입단하여 긴 마이너리그 시절을 경험했다. 2005년 메이저리그 첫 승격 이후 클리블랜드, 신시내티를 거쳐 현재 텍사스 레인저스의 중심 타자로 활약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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