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이 믿는 모든 신은 전부 우상이다.
신이라는 말 자체가 닫힌 개념이 되었다. 신이란 말은 우리 바깥의 누군가를 내세워 우상으로 삼으려는 경향이다.
신과 진리를 찾는 사람들은 모두 진지하게 탐구할 문제라 여기 저기서 들어 엮은 내용이다.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저 밖의 초월적인 곳에 존재하는 신은 현상계 우주를 초월하고, 지각 가능한 세계를 초월하고,
심지어 지성의 한계도 초월해 '실재의 본질'은 인간의 경험, 생각, 개념, 관념, 언어, 통찰과 성찰으로 파악될 수도 표현될 수 없다.
노자老子의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가 맞는 표현이다.
불교의 붓다가 인간에게 일깨워주는 의미있는 사실은 궁극적인 실재가 어떤 한 가지 형태 속에 충분히 표현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신을 마치 인간 처럼 생각하고, 판단하고, 평가하는 존재로 묘사해왔다.
그러나, 신은 모든 존재를 초월한 존재일 뿐 아니라 모든 명칭을 초월한 존재다.
진정한 존재 상태란 신이 아니다. 신이라는 단어는 수천 년 동안 잘못 사용된 나머지 그 의미가 공허해지고 말았다. 내가 믿는 신만이 유일한 신이고, 당신이 믿는 신은 거짓이란 어리석음에 빠지기도 한다.
유신론자는 우주 이전에 신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주 이전에 신이 존재하고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는 개념 자체가 시간의 연속성을 가정하는 것이다.
종교적 세계관과 과학적 세계관에서 시간은 우주의 빅뱅 창조로 시작되므로
신은 시공간 외부에 존재해야 한다.
무한한 우주에서 범위가 정해진 채 살아가는 유한한 존재인 우리는 그러한 초자연적인 개체에 대해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어떤 경우든 우리는 미스터리의 개념을 언어와 인지로 제한한다.
우리의 유한하고 제한적인 뇌는 무한성, 무, 영원이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시공간이 탄생한 것을 우주라고 생각하면서 우주 전에 무엇이 있었는지 묻는 것은 역설이다.
신을 우주의 창조라고 정의하고 다시 우주를 신의 창조물로 설명하는 것은 동어반복이다.
마치 중력을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성향으로 정의한 뒤, 물체가 중력때문에 서로를 끌어당긴다고
설명하는 것처럼 동어반복으로 논리가 와해되는 역설로 이어진다.
우주가 시작되기 전에 무엇이 존재하는가? 혹은 왜 무가 아니라 유인가? 이런 질문은 시간이 시작되기 전에 몇 시였는지,
북극의 북쪽은 무엇인지 묻는 것처럼 비과학적일 뿐만 아니라 그대로 부조리하다.
무가 아니라 유인 이유를 묻는 것은 무가 자연스런 상태이고, 유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가정한 것이다.
아마도 유는 자연스런 사물 같고 무는 해결해야 할 미스터리일 수도 있다.
구경회 2024.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