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라오까이 야간기차

땀꼭에 다녀온 그날 밤 라오까이로 가는 야간기차를 타기 위해 하노이역으로 갔습니다.   역에 갈때는 씨클로를 타고 갔는데, 씨클로도 너무 너무 재밌더군요.   기차표는 여행사를 통해 미리 예매를 해두었는데, 막상 역에 도착하니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서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죠. 직원에게 물어보니 6,7,8번 출구로 나가라고 해서 그리고 가니 어떤 여직원이   표를 보더니 그때 마침 다가온 한 남자를 따라가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직원인줄 알고 표를 주고   그 남자를 따라갔어요. 우리 침대칸에 이르자, 갑자기 이 남자가 "므니" 하더군요. -_- 자리를 찾아주거나   짐을 들어주고 돈을 요구하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그 당시엔 전혀 예상을 못했었어요.   게다가 이 아저씨 얼굴이 우락부락 무섭게 생겨서 잔뜩 긴장했답니다. 긴장하면서 꺼낸 돈이 6000동.   아저씨한테 건넸더니, 아저씨가 갑자기 더 무서운 표정을 지으면서 목을 한 두번 꺾는 거에요.   순간 너무 놀래서 저도 모르게 아저씨 두손을 잡고 "땡큐, 쏘리, 플리즈.." 해버렸어요.   그랬더니 아저씨가 그냥 피식 웃으시더니 알겠다는 듯이 손을 흔들며 밖으로 나가셨어요. 휴유..   정말 얼마나 놀랬던지.. -_-   그래도 자리를 찾았으니 정말 다행이었죠. 정말 기차도 많고 뭐가 뭔지 모르겠더라구요. ^^;   저희는 15달러를 내고 표를 끊었는데 3층짜리 침대칸이었어요. 너무 좁아서 처음엔 너무 답답했는데   막상 누우니 잠도 잘오고 편했어요. 알고보니, 외국인들은 거의 2층 침대칸에 탔고, 3층 침대칸엔   거의 현지인들이 타고 있더군요,.  복대를 꼭 붙잡고 잠이 들었는데 한번도 안깨고 푹 잘잤어요 ^^   가는 길엔 그래도 순탄했는데, 라오까이에서 하노이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정말 큰일이 벌어졌어요.   베트남에 온 첫날, 여행사에서 기차 왕복표를 모두 끊어서 가지고 있었는데, 저흰 당연히 일요일날 박하   시장 갔다가 그날 밤 기차를 탄다고 얘기를 했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기차를 탄 날은 1월 1일인데   표가 12월 31일 표인거에요. -_-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침대칸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어요.   그런데 태국인 부부가 들어와서 표를 내미는데 같은 좌석 표이더군요.   뭐지? 하고 앉아있는데 우리 표 날짜가 12월 31일꺼인거에요. 저희는 너무 긴장해서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태국 사람들은 눈치를 못챘는지 대장금 이야기도 하고, 뭔가 이상이 생겼나보다 하면서   저희에게 노 프라블럼 하면서 안심을 시키더군요. 역장이 다녀가고 여러 직원들이 다녀가고   우리는 이 밤에 기차에서 쫓겨날까봐 너무 무서워서 그냥 얼어있었는데 외국인들은 계속 우리에게   노 프라블럼 하면서 안심을 시켜주었어요. 기차 직원들도 저희에게 뭐라고 하지 않고, 표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우리를 태운 여자 직원을 나무라고 있더군요. 결국 저희는 직원을 따라 침대칸에서 하드시트   로 옮겨야했어요. 기차표를 확인하지 않고 탄건 우리 잘못인데, 사람들이 너무 친절하게 대해 주어서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어요. 우리는 하드시트표를 새로 끊어야 했는데 친절한 직원들은 표만 주고 돈도   받지 않으려고 하더군요. 딱딱한 의자에 앉아 9시간을 와야했지만, 그냥 하노이로 돌아갈수 있다는 것만   으로 너무 기쁘고 다행이었어요. 도와준 사람들도 너무 고맙고..   그런데, 우리가 하노이역에 내리자, 철도청 직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   영어를 잘하는 직원이 왜 그랬냐고 묻고는 어쩔수 없이 1200000동을 더 내야 한다고 하더군요.   결국 저희는 24달러를 내고 하드시트에 앉아 온게 되어버렸지만, 하노이에 돌아왔다는 것만으로   너무 기뻤어요. 그 기차를 못타면 비행기도 못타는 거였거든요.   항상 꼼꼼하게 표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