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 5백명 수행승들과 함께 앙가국 짭빠시의
각가라 연못가에 계셨다.
빔비사라왕의 증여지에서 평온하게 살고 있던 바라문 쏘나난다가
저택의 높은 층에 올라가 많은 사람들이 그쪽을 향해 가는 것을 보고
함께 가기를 희망하니 많은 바라문들이
집으로 와서 말렸다.
"존자 바라문이여, 가지 마십시오. 대부호로서 조상의 혈통이
청정하고 3베다에 정통하신 바라문께서 찾아가시면 바라문의
위신이 말이 아닙니다.
명성이 높고 기품이 수려하고 계행이 청정하신 바라문 가운데서
존장으로 대접받고 있는 국로께서 젊은 고따마를 찾아뵙는다는 것은
격에 맞지 않습니다.
그분을 집으로 초대하십시오."
"안될 말입니다. 고따마야말로 혈통이 청정하고 빔비사라
임금님의 귀의를 받고 있고 한 나라 왕자로서 출가하여
젊은 나이에도 도를 깨달았으니 얼마나 훌륭하신 분이십니까.
인물도 뛰어나고 계행이 청정하여 훌륭한 대화자로서 스승 가운데
스승이십니다.
세상 사람들이 감각적 쾌락에 물들어 있을 때 갖은 고통 속에서
대해탈을 얻어 온 세상을 내 집안으로 알고 온갖 중생을
가족처럼 살피고 있으니 이 분 보다 더 높은 분이
어디 있습니까.
신들의 스승으로 그는 어느 곳에 가도 세상과 세계를 시끄럽게
한 일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성스러운 사람이 우리 마을 고향에 오셨다고
하는 것은 영광입니다.
마가다국 왕과 왕후, 귀족, 친지들이 모두 귀의하여 그의 가르침 속에서
평화를 누리고 있습니다.
나는 그 분이 여기서 백리 밖에 계신다 하더라도 음식 자루를
어깨에 메고 만나러 가겠습니다."
그런데 그는 수행자들과 고따마 부처님을 만나러 가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만약 그가 나에게 어려운 질문을 하여 답변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런 망신이 없는데, 바라문에 대한 질문만 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여러 바라문들과 함께 가서 인사를 드리고 한 곳에 앉으니
부처님께서 그 마음을 알고 물었다.
"쏘나난다 바라문이여. 바라문은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합니까?"
"혈통이 청정하고 베다에 능하며 위엄이 있고 계행을 갖추고
지혜로우면 바라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다섯 가지 가운데 외모가 조금 부족한 사람이라든지
베다를 다 능통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계행이 청정하고
지혜로우면 바라문으로써 인정을 하게 됩니다."
그때 바라문들이 항의하였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바라문의 체면이 서지 않습니다."
"보십시오. 이 가운데서 세존을 빼놓고는 나의 조카 앙가까가
제일입니다."
"만일 그가 아무리 인물이 좋고 베다에 통달하였다 하더라도
생명을 죽이고 주지 않는 물건을 빼앗고 남의 아내를 범하고
거짓말고 술을 마신다면 바라문으로서 체면이 서겠습니까.
그래서 나는 계행과 지혜를 바라문 최고의 덕이라 생각합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라문 대존자시여. 지혜는 계행에 의해서 씻겨지고 계행은
지혜에 의해서 씻겨집니다.
만약 그렇게 씻겨진 사람이 왕과 백성 후예들에게 세계에서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은 완전한 가르침을 보인다면
그자가 바로 소라껍질처럼 깨끗한 바라문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수행승들에게 나는 먼저 스님들에게 선과 계를 가르치고
환락에 빠지지 않도록 가르치며 무소유를 가르칩니다."
"그 뿐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몸과 입과 뜻이 정화된 사람에게는 4선
8정을 가르쳐 마음속의 장애를 제거하도록 하고 청정한 삶을
실천하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정신적인 면에서 통찰이 이루어지면 저절로 눈 귀
코 혀 몸 뜻이 터져 6신통을 얻고 3세의 일을 알 수 있으며
하늘눈과 하늘귀로 타인의 마음을 알아 번뇌를 부수고 궁극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 자기 공부는 자기가 해야 하는 것이고 자기가 보고
들은 일은 남에게도 보고 듣을 수 있다 하여 털끝만큼도 의심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삼보에 귀의하오니
재가신도들로 받아주시옵소서.
내일 저희 집에서 대중공양을 하겠사오니 함께 저희의 공양을
받아주시옵소서."
'아함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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