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사면서, 개인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매 동기는 모두 다르다. 열 손가락의 지문이 일치하는 사람이 없듯이 개인의 상황이나 필요한 부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물론이고 예산이나 현재 타고 있는 차 등 고려할 부분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최근 사회 경제적으로 ‘공유 경제’가 한참 관심을 끌지만, 아직까지도 자동차는 소유의 목적이 더 크다. 어쨌든 개인이 보유할 수 있는 재산 중에서 집 같은 부동산을 제외하면 가장 비싼 물건이 자동차이고, 사회적 지위나 안전 등 돈으로만 따질 수 없는 가치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단순한 운송수단이자 업무를 도와주는 도구로써 최저의 비용만을 생각한다면 소유는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차 값, 등록비용, 보험료와 수리비 등 들어갈 돈을 생각하면 장기 렌트가 가장 저렴할 수 있다. 게다가 사업용으로 쓰면서 비용 처리를 통해 절세 혜택을 보거나 목돈을 들여 한 번에 차를 사기보다 그 돈을 활용해 다른 사업 기회를 만드는 기회비용까지 생각해본다면 소유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 수 있다. 그냥 필요한 만큼 쓰고 차를 반납하는게 순수한 비용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단순히 차 값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연비 등을 따져 일정 기간 동안 유지하며 들어가는 보유 총비용(Total Cost of Ownership)을 확인하면 정말 유리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동차를 내 이름으로 사고 등록해서 사용한다. 그만큼 내 소유의 ‘자산’으로써의 가치가 크기 때문인데 이자를 들여서라도 할부로 차를 구입하는 이유는 결국 남아 있는 중고차의 가치 때문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새 차는 구입한 이후 등록을 한 시점부터 무조건 감가상각이 시작된다. 아직 몇 천km도 타지 않고 흠집 하나 없는 새 차지만, 결코 구입할 때의 가치로 돌아갈 수는 없다. 자동차 뿐 아니라 모든 물건에 적용되는 일이긴 하지만 특히나 자동차는 감가상각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즉 새 차일 때의 판매 가격과 중고차의 값을 비교하는 잔존가치는 자동차를 소유하고 자산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꼭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10월 중순의 중고차 사이트에 올라온 차들을 살펴보자. 등록한 지 1년을 기준으로 할 때, 중고차 잔존가치가 가장 높은 차는 기아 쏘렌토다. 2985만 원이었던 프레스티지 모델의 중고 평균 가격은 2698만원으로 잔가율이 무려 90%를 넘는다. 1년을 타고 팔아도 10% 정도만 값이 떨어진다는 말로 80%대 중반인 싼타페나 QM6에 비교하면 엄청나게 가치가 높다. 가장 감가상각이 많이 되는 첫 해가 이렇기에 차체 보증수리가 끝나는 3년 또는 6만km가 되어도 약 2300만 원 정도 80% 이상의 잔존 가치를 보인다. 올 해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 나와 구형이 되었음에도 이렇게 높은 잔존 가치를 보이는 일은 매우 드물다. 물론 주행거리나 사고 유무 등에 따라 가격 변화가 생기겠지만, 이쯤 되면 3년을 실컷 타고도 다시 팔더라도 거의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런 결과는 좋은 상품성을 갖춘 차이기에 중고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싸게 중고 쏘렌토를 사려는 사람은 많지만 막상 차를 타고 있는 사람들의 차에 대한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매물로 내놓는 경우가 드물다. 결국 판매량에 비해 매물이 적어 중고값이 높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쏘렌토를 중고로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슬픈(?) 소식이겠지만, 적어도 현재 쏘렌토를 타고 있는 사람들이나 이를 새 차로 사려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구매 동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차는 기아 니로다. 차 크기로 보면 컴팩트 SUV에 속하는 니로는 쌍용 티볼리라는 전통의 강자와 높은 연비 효율을 가진 르노삼성 QM3, 가장 SUV스러운 차인 쉐보레 트랙스 등은 물론이고 올해 등장한 현대 코나와 기아 스토닉 등 강력한 경쟁자가 속에서도 높은 중고차 잔가율을 보인다. 런칭 초기에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대해 시장에서의 신뢰가 없었지만, 판매 기간이 길어지며 입소문을 타 중고차의 인기가 높은 편이다.
역시 1년을 보유한 기준으로 보면 새 차일 때 2355만 원인 니로 럭셔리 모델이 2000만 원대 초반에 주로 거래된다. 1년 만에 약 13% 정도가 떨어진 것인데, 이는 쌍용 티볼리가 높은 인기에도 니로보다 조금 떨어지는 16%의 감가율을 보이는 것과 비교할 때 매우 높은 수치다.
물론 니로의 차 값이 티볼리보다 비싸지만, 100만 원의 친환경 보조금과 등록 비용에서 혜택을 받으면 실제 소유하기 위한 비용은 되려 니로가 저렴하다. 게다다 리터당 20km를 넘는 연비 덕분에 운행하면서 차에 쓰는 비용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진다. 경쟁 모델에 디젤 엔진이 있긴 하지만 고속도로 장거리 주행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연료비에서 이익을 보기는 쉽지 않다.
결국 이런 내용은 출시 후 시간이 흐를수록 오너들의 경험담이 온라인이나 사람들을 통해 차의 가치가 더 알려져 높은 중고차 값을 유지하는 것이다. 컴팩트 SUV를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소음과 진동이 심한 디젤 엔진에 대한 거부감이 있거나 시내 주행이 많다면,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보조금 혜택이 가능한지 확인한 후 니로를 사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
사실 SUV는 시장에서의 인기가 높아 감가상각 비율이 낮은 세그먼트다. 높은 감가상각 비율을 보이는 것은 대형 세단이다. 특히 수입차는 1년이 지나면 거의 30%에 가까이 값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3년 정도를 지나면 거의 비슷한 감가율을 보이기는 하지만, 1억 5천만 원을 주고 산 차가 1년 만에 4500만 원이 날아갔다고 생각하면 이것만큼 억울한 일도 없을 것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렇게 낮아진 가격은 중고차를 구매해서 오래 보유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된다. BMW 730d xDrive는 2015년에 신형으로 나왔을 때 약 1억 3000만 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었지만 지금은 1년 정도 지난 차를 9000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대체로 잔가율이 70% 초반이어서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약 30% 정도 할인된 값에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경우 차 값에 따라 연동되는 등록비용도 줄어 차를 실제로 소유할 때 들어가는 총비용에서 더 혜택을 보게 된다.
특히 이런 대형 세단은 전문 기사를 두고 타거나 관리자가 따로 있는 경우가 많아 차의 상태가 좋은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새 차나 다름없는 차를 훨씬 저렴하게 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요즘에는 최초 등록일로부터 4년이 지나지 않은 차들을 리스로 살 수 있는 중고차 리스 프로그램도 나왔기 때문에 회사에서 업무용으로 쓰면서 비용처리를 할 수 있는 방법도 훨씬 쉬워졌다.
중고차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정확하게 적용되는 곳이다. 새 차로 나왔을 때 상품성이 좋은 차는 당연히 수요가 많고 공급은 적기 때문에 값이 비싸다. 때문에 비용을 줄이겠다고 무조건 중고차를 고집하는 것이 최선은 아닐 수 있다. 매달 바뀌는 제조사의 프로모션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중고차를 사려고 한다면, 새 차일 때의 값과 현재의 시세를 비교해 얼마나 떨어진 것인지를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등록비나 보험 등급 등 차마다 들어가는 비용도 모두 다르다. 합리적인 소비에는 여러 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