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2일 물날 (음 10.29)
#1.
아침 몇 시나 되었을까요.
꿈속을 허우적거리는데 손전화가 울립니다.
부엌에서 (제니스가족 반찬) 된장국을 끓이던
해바라기의 모닝콜, "앗, 지각이다!"
허겁지겁 집을 나섭니다.
해바라기가 내려준 모닝커피도 원샷!
맘이 급하니 평소에는 거슬리지 않던 덤프 트럭들의
무겁고 느린 행렬이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정신 놓고 달리다 문득 생각 난 이야기 하나,
충청도 사람들은 뒷 차가 느리게 간다고 빵빵거리면 그런다지요.
"아, 그렇게 급하믄 어제 오지 그랬슈~"
한 번 웃고 마음을 비웠습니다. 5분 지각 예정.
고요히 명상 중일 다른 배움지기들에겐 좀 미안하지만...
그렇게 허둥지둥 하루가 열렸습니다.
작은집(남학생 기숙사)을 막 지났을 때 낯익은 뒷모습.
예승이 혼자 걷다 제 차가 멈추니 얼른 얻어 탑니다.
다른 친구들은 아직 나서지 못한 모양입니다.
"예승아, 너도 나 아니었으면 지각이지? 고맙지?"
"아뇨, 못 만났으면 뛰어갈라 했어요."
"........."
아침 명상을 마치고 쌀 가지러 공양간에 들르니
얼굴이 반쪽이 된 나이가 난로가에 앉아 씩 웃네요.
7-8학년 친구들은 오늘 고흥 순례를 떠난답니다.
올해 마지막 순례일 겁니다. 좋은 배움의 시간이길...
#2.
아침산책 풍경이 다이나믹해졌습니다.
제법 큰 눈이 내린 뒤 세상이 꽁꽁 얼었습니다.
미르.윤수.서광인 언 개울 위에서 김연아의 트리플악셀 흉내내다
우지끈 얼음 깨지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튀어올라 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주로) 우리 씨앗.새싹들은
멀쩡한 길을 놔두고 빈 논바닥을 가로질러 달려갑니다.
일부러 살얼음 밟아 깨는 재미에 양말 젖는 줄도 모릅니다.
덕분에 아침마다 씨앗.새싹 복도는
까치발자국 행렬이 쫑쫑쫑 귀엽습니다.
"우리 아이들 맨날 저렇게 빠져갖고 와. 죽겠어~~"
그러면서도 연신 웃으시는 민들레. 그 맘 아시겠죠?
우리 아이들이 산책에서 돌아오는 시간,
사랑이. 반달이. 등이는 반가워 어쩔 줄을 모릅니다.
오늘은 견공들의 아침 식사를 챙겨왔죠.
양이 적어 누구에게 줘야할까 잠시 망설이는데
구랑실이 정확히 삼등분. 이상 끝. So cool~!
#3.
오늘은 다섯 열매들 중 '용현이의 날' (가나다 순)
하루 온통 용현이를 생각하는 날입니다.
용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편지를 썼습니다.
용현이에게 살짝 변성기가 찾아왔고,
그래서인지 말수도 좀 적어지고,
아이들 말론 축구 실력이 엄청 늘었답니다.
그림 속엔 축구하는 용현이가 가장 많네요.
2010년 가을, 엄마에게 신장 이식을 받는
용현이를 위해 온 마음을 모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큰 수술과 치료 과정을 의연히 참아내고
오히려 엄마아빠를 위로해 줬다던 용현이가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웃고 있다니...
참 감사합니다.
내일은 '효건이의 날'입니다.
마음 모아 주시길요.
#4.
오전 줄기 말과글 시간.
이번 주 지혜 한마디 'Love is patient, love is kind.'를 암송하다
'사랑'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주환의 질문,
(평소엔 거의 질문 안 하는디... ㅎㅎ)
"사랑하는 것하고 좋아하는 것하고 뭐가 달라?"
앗...!!
"와, 좋은 질문이네? 음... 제니스도 너희들 힌트를 좀 받아야겠는데... 뭐가 다를까?"
"(젤 먼저 승희) 사랑하는 거는 사랑하는 거고,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거야."
"(태연 몸을 배배 꼬며)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거고, 사랑하는 건 아~~~주 많이 좋아하는거야."
"(안 듣는 척 하던 현승, 씨익 웃더니) 좋아하는 건 이렇게 (포옹)하는 거고, 사랑하는 건 이렇게 (뽀뽀)하는거야. 크크!"
(꺄악꺄악~~!! 줄기들 난리가 났습죠. ㅎㅎ)
"(쿨한 하림, 정색을 하며) 같은 거 아냐? 오뎅을 어묵이라고도 하는 것처럼?" (맞아맞아!! 여기저기서 맞장구)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그나저나 우린 정말 '사랑어린' 배움터가 맞아요! ㅎㅎ
#5.
막간을 이용해 신난다에게 들은 나율이 눈물 쏟은 이야기.
"엉엉~~ 신난다, 나 입에서 피 나~~!!"
"어디 보자~ (난다 폭소) 에잇, 여기 고춧가루 꼈잖어~"
"어?! 엉엉~ 그럼 어떻게 해?"
"이렇게 (양치물 입안에 헹구듯) 하면 돼."
"......"
#6.
오늘은 은새.은빈의 가족순례일.
두더지. 민들레. 제니스가 함께 했습니다.
참 좋은 시간이었네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씀에 한 표.
사람을 알아간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7.
내일은 모든 배움지기들이 숙제검사(?) 받는 날.
하나, '저마다 자신의 길을 찾아서 가도록 돕는다'는 배움터 철학
둘, 함께 어울려 놀면서 크는 집, 공동체
셋, 아이들과 함께 한 배움
각 질문에 A4 한 장 이상씩 자필로 적어내는 숙제입니다.
수행자로 살아보겠다고 마음 먹은 첫 해를 마무리하며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저도 지금부터 팔에 쥐나도록 숙제 해야쓰겄네요.
(이 순간, 숙제 끝냈다고 자랑하는 너구리의 염장 문자 도착.
인사고과에 반영될 지 모른다며 잘 쓰라는 말까지.. 퍽()*^$#^&!)
#8.
허둥지둥 시작한 하루,
다행스럽게도 편안히 마무리가 됩니다.
막 사풍 연습을 마치고 돌아온
해바라기의 휘파람 소리가 듣기 좋은 밤!
다들 평안한 밤 맞으시길...
첫댓글 아이들 모습을 떠올리며 저도 공부하는 시간이었어요.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같은걸까 다른걸까.?
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며 읽었어요.
수행자로서 살기로 한 일년이 공부가 잘 되셨는지요.
저는 두달 째 길벗 가운데 김흥호목사님을 모시고 십년이 넘도록 다석 유영모선생님을 공부하신 분에게 왜 다석인가 라는 주제로 매주 금요일 두시간씩 공부하고 지냈습니다.
열 분 정도 오셔서 읽고 생각을 나누었어요
. 햇살이 비치는 교실 안의 풍경이 참으로 따사롭게 느껴집니다.
이곳은 내내 비가 오거나 진눈깨비 아니며 눈이 내렸답니다.
햇살 구경이 어려워서 여름에 햇빛이 나오면 요 벗고 햇살바라기를 하는가봐요.
아, 이렇게 소식을 전해주셨네요. 반가워라! 다녀가신 지 벌써 두 계절이나 지났어요. 밴쿠버의 겨울... 햇살같은 분들이 계시니 당연히 푸근하겠죠? 하늘과 무관하게요^^* 두루 소식 전해주세요. 그리워요.
승희랑 태연이랑 다보구 싶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