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도를 줄이고 철학자가 되어 보자
아프리카에 위치한 칼라하리 사막에는 ‘스프링벅’(spring bok)이라 불리는 영양이 있다.
그런데 가끔씩 수만 마리의 영양이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는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이 영양들은 보통 이삼십여 마리씩 떼를 지어 다니는데 어떤 때에는 수만 마리가 모여 이동을 할 경우가 있다.
수만 마리가 한꺼번에 이동을 하다 보니 앞의 양들은 다행히 풀을 먹을 수 있지만 뒤따라가는 양들은 먹을 풀이 없게 된다.
앞의 양이 먼저 다 먹고 난 후 그 뒤를 따르는 양들이 풀을 밟고 지나가니, 맨 뒤에 있는 양들은 전혀 풀을 먹을 수 없게 되어 버린다.
그러므로 당연히 풀을 먹기 위해서는 다른 양들보다 앞서 가야 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양들은 저마다 앞으로 나서고 또 앞으로 나서고 서로서로 앞서가려고 싸우게 되고
그러다보니 점점 속력이 빨라지고 결국은 정신없이 앞으로 달리기만 하는 것이다.
이제 풀은 아무도 먹지 못한다.
풀을 먹자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먼저 앞에 가기 위한 목적으로
정신없이 달리기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계속 달려가다 보면 앞에 낭떠러지를 만나도 멈추지 못하고 뒤에서 오는 양에 떠밀려서 다 떨어져 죽고 마는 것이다.
유명한 여배우였던 마릴린 먼로는
젊은 날에 자살을 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남보다 많은 인기를 얻고, 성공을 거두고, 부족함이 없이 모든 것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목적을 잃어버렸습니다.
나는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말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우선순위를 잃어버렸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달리고 있지만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일의 노예가 되고, 일의 종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일해도 피곤하고
쉬어도 피곤한 인생이 되어 버린 것이다.
월급이라는 것이 주어지지만 이것만으로는 인생의 피곤과 허무를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날마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정신없이 바쁘다는 말을 무슨 자랑처럼 하고 살지만, 정신없이 바쁘다면 그것은 정말 정신없는 짓이다.
아무리 바빠도 정신을 차리고 바빠야 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내가 왜 이렇게 바쁜가에 대해서는
대답을 하고 나서 바빠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정도의 질문을 하며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현대인은 뛰면서 생각해야 한다지만 남보다 빨리 종착역에 도착한 사람들의 하는 일이란
수면제 먹고, 병원 다니는 일 따위가 대부분이다.
남보다 빨리 성공하고 나니 남보다 빨리 허무를 느끼고, 남보다 빨리 인생의 재미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빨리 도착해서 당하는 일이 이런 일이라면
굳이 빨리 달릴 필요가 있겠는가?
인생의 속도를 줄이자.
우리가 비록 철학자는 아니지만
철학자가 한 번 되어보는 것도 좋다.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 정도는
말할 수 있는 인생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 출처 : 우리들의 이야기, 바바스 패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