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영화 한 편을 보았다.
'7번 방의 선물'이었다.
가슴이 먹먹했고 눈물도 많이 쏟았다.
6살 지능을 갖고 있는 지적 장애인 아빠(용구)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귀한 딸(예승)의 눈물겨운 가족사랑을 그린 작품이었다.
감옥에 온갖 흉악범들이 모여있었다.
특히 그중에 7번 방의 악명이 높았다.
하지만 그곳도 역시 사람 사는 곳이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용구'가 7번 방에 수감되면서 펼쳐지는 오해와 갈등, 해학과 가슴 따뜻한 사랑이 질펀하게 흘렀다.
휴매니즘의 결정판이었다.
슬픔, 분노, 웃음, 눈물, 감동이 끈적끈적하게 버무려진 맛깔스런 작품이었다.
근래에 본 영화들 중 '박수건달'에 이어 많은 눈물을 쏟았던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본 후에 '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法'이란 글자는 본디 물(水)이 흐르는(去)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막힘없이 흐르는 것이 '법의 정의'였다.
그게 세상의 순리요 인간의 도리였다.
또한 그렇게 사는 것이 '법치주의'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은 자신의 인맥과 정보를 이용하여 알량한 기득권을 지켜내는데 혈안이었다.
그런 비열한 삶을 당연하게 여겼다.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부자들은 대개 그런 삶의 양태를 견지하며 살았다.
자신의 부와 권력을 보전하기 위해 없는 사실도 조작했다.
그렇게 온갖 편법을 동원하여 사회적 약자들을 사지로 내몰았다.
냉혹하고 한심한 세상이었다.
기름기 좔좔 흐르는 탐욕의 눈동자 때문에 우리 사회는 왕왕 악취가 진동하곤 했다.
지적장애인 '용구'는 원래 법이 없어도 잘 살았다.
착하고 순박한 사람이었다.
그는 딸 '예승이', '세일러문 가방', '해피마트 주차일'만 있으면 언제나 행복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사망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다.
그 죽은 아이가 경찰총수의 딸이란 이유로 순백 같은 '용구'는 '의법살인'을 당하고 말았다.
'법의 심판'이란 허울 좋은 미명 하에 말이다.
원래 법의 기본 정신은 '배려, 약자보호, 따뜻함'이었다.
그다음이 '공정과 정의'였다.
지능이 떨어지는 '용구'에게는 '미란다 원칙'이나 '무죄추정의 원칙'같은 얘기는 애당초 개뼉따구에 지나지 않았다.
물이 고이면 썩는다.
유사 이래 예외는 없었다.
그래서 부와 권력도 차면 기울어야 하고 아래로 흘러야 했다.
이것이 세상이 돌아가는 기본 이치였다.
탐욕으로 영혼이 혼탁해지면 그 흐름을 역행시키려 한다.
자꾸만 더 높은 둑을 쌓는다.
물은 썩고 그 과정에서 법과 원칙은 심각하게 뒤틀리고 왜곡된다.
일국의 대통령부터 초등학생들까지 모두가 '소통'을 외치고 있다.
작금의 세태가 그렇다.
하지만 어느 시대나 '소통'은 어렵고 요원했다.
소통과 공감이 힘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려는 '하심의 마음', '배려의 정신'이 필요하다.
이것만이 '소통과 공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열쇠라고 믿는다.
'하심과 배려'가 없는 한 '결탁과 거래'는 가능하겠지만 '타협과 공생'은 영원토록 풀기 힘든 난제일 뿐이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지극히 원론적인 얘기라고 할 것이다.
맞다.
지극이 원론적인 얘기다.
하지만 자신의 삶에 적용하며 그렇게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은 지극히 소수일 뿐이었다.
십중팔구는 그렇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아는 것과 실제로 그런 삶을 사는 것은 '천양지차'였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삶이 만만치 않은 법이다.
'이환경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도 이것이었다.
6살짜리 지능을 가진 어른으로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 '류승룡 배우'와 천진난만하고 감성이 풍성했던 '갈소원 양'에게 이 지면을 빌려 다시 한번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신들린 듯한 열연이었다.
부자가 천국에 가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했다.
성서는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깨어 기도해야 한다.
힘 있는 자들이여.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도록 늘 낮은 마음으로 기도하기 바란다.
당신의 자식은 당신의 등을 보며 자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산 대로 살거나 어쩌면 그보다 더 형편없게 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극장을 나섰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아직도 '7번 방의 선물'을 애틋한 마음으로 부여잡고 있었다.
법, 세상살이, 사랑, 동행, 책임에 대한 사유를 이어가면서 깊은 상념에 젖어든 채로 말이다.
'예술의 편린'이 전해주는 묵직한 울림과 묵상의 주제들.
그것은 인생을 살면서 경험하는 매우 값진 축복임을 고백한다.
오늘도 주변을 향해 배려의 미소를 자주 건네는 멋진 월요일이 되길 소망한다.
승리하시길.
사랑과 감사를 전하며.
브라보.
https://youtu.be/1xeSkTqtMEs?si=LyIG59Nk1O7POoBN
2013년 2월 18일.
새벽에 큐티 마치고 영화 후기를 쓰다.
아는 것을 실천하는 삶이 결코 쉽지 않음을 고백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