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에 지퍼를 달아야 할까보다
전 호준
언젠가 지인이 보내준 카톡을 보고 코로나 19 현실을 풍자한 동영상에 웃음보다 암울한 미래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두려움이 앞선다.
마스크를 낀 어여쁜 꼬마가 과자 봉지를 앞에 놓고 한 손으로 귀에 걸린 마스크 한쪽 고리를 벗더니, 다른 손으로 재빨리 과자 하나 입에 넣고 마스크를 다시 걸고 과자 하나 입에 넣고 마스크를 다시 거는 생뚱맞은 모습에 초등학교 때 읽었던 동시가 생각났다.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또 한 모금 입에 물고 구름 한번 쳐다보고” 귀여운 병아리의 물 먹는 모습이 그려져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가 사흘 연속 60명대로 수도권과 광주 대전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방역 대책본부의 브리핑에 마음이 편치 않다.
WHO에 따르면 7월 4일 하루 세계 코로나 19 확진자가 21만 명으로 국경도 인종도 가리지 않고 지구촌 전역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는 보고다.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내년 봄까지 전 세계 확진자가 최대 6억 명 이상으로 증가할 추세란 예측이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많은 나라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설령 개발된다 해도 환경에 따라 유전자 변이에 능란한 바이러스의 특성상 전파력이 더욱 강한 변종이 출현 할 수 있다는 의학계의 예측에 두려움을 넘어 암담한 심정이다.
화려한 왕관 모양의 좀비 촉수를 가진 코로나 19는 대체 어떤 괴질일까? 살아도 죽은 듯 죽은 듯 살아있는 불멸의 좀비 바이러스일까? 끊어질 듯 이어지며 보이지 않는 감염력이 상상을 초월하니, 그 저주스러운 촉수의 끝은 어딜까? 종식의 그 날이 오더라도 그놈이 남긴 상흔은 인류의 미래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리란 예상이다.
어쩌면 코로나 19가 인류 역사의 전환점이 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포스트(post) 코로나 즉 코로나 19 이후에 일어날 사회변화에 대한 예측이 분분하다. 하찮은 미생물이 만물의 영장이란 인류의 문화를 엉망진창 뒤바꾸어 놓을 것 같다.
사람이 사람을 기피하는 언컨택트(Uncontact:비대면)세상이 올 것이란 예상이다.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 반대를 뜻하는 언(Un) 을 붙인 신조어로 사람과 접촉 없이 첨단 기술과 수단을 활용한 상품구매 및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대면 생활방식을 의미한다.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사회현상) 시대, 산업 전반에 걸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학교 수업이 원격화 되고 재택근무는 물론 개인주의 성향이 한층 더 심화할 것이다.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까지도 각자도생의 길을 가게 된다. 탈 세계화 바람으로 국가연합 자체가 약화弱化하고 국경봉쇄가 강화되며 공동체 의식이 결여된다. 심지어는 이웃이란 개념과 가족관계조차도 소원疎遠해질 전망이다.
나 홀로 자율주행 자동차를 타고 필요 용품은 온라인으로 구매하며 원격 화상 진료가 보편화 된다. 사람을 대신할 첨단 로봇과 드론이 대인 서비스를 대신한다. 온라인이 더욱 활성화된다. 스마트폰의 빠른 진화로 사회 업무 대다수가 손안으로 들어온다. 사람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며 친구가 되어주고 반려자가 되어주는 인수동반人獸同伴 사회가 되어갈 것 같다. 그러나 코로나 19는 인수공통 감염병이 될 수 있다는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어 이 또 한 간과하지 못할 우려 사항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무색해져 가고 있다. 무릇 사람이란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인류의 역사는 경쟁과 협동 투쟁과 화합 속에 부침을 거듭하며 발전하고 형성되어 왔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외로움은 삶속에 보이지 않는 크나큰 적이다. 사람이 사람을 기피해야 하는 현실에 반려동물들이 과연 그 자리를 메울 수 있을까?
이제까지 선진국의 지표는 경제 수준과 문화적 요소 산업발달 정도로 평가 했다면 금번 코로나 19사태에서 보듯 일부 선진국들의 코로나 19 대처 능력을 비교해 볼 때 전염병과 같은 대형재난에 대처하는 국가 위기 대응 능력, 즉 의료시스템과 시민의식 수준 등이 선진국의 지표로 재평가될 전망이라 한다.
코로나 19는 우리가 일하고 공부하고 노는 문화까지도 송두리째 변화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리적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속 되다 보면 비대면 언컨택트(Uncontact) 문화가 보편화 되어 비도덕적 사회로 전락한다. 사기성 범죄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은밀한 접촉은 더욱 지능화되어 불신 풍조는 더욱 심화할 것이다. 관혼상제 의례와 명절과 축제문화도 위축 또는 변화될 것이다.
악수하는 인사가 사라지고 신체접촉으로 친밀감과 사랑을 표시하는 스킨십 문화도 빛이 바랠 것이다.
거리에 나서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은 보기 어렵다. 오직 마스크를 하지 않는 놈은 함께 산책 나온 애완견뿐이다. 어쩌다 사람이 개만도 못한 무력한 신세가 되었을까?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에도 입과 코를 막고 사는 마스크가 주는 답답함보다. 언제 어느 때 나에게도 하는 두려움에 몸과 마음이 움츠러든다.
WHO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 19는 확진자가 내뱉은 침방울(비말)을 흡입하는 경우와 비말이 내려앉아 코로나 19로 오염된 표면에 접촉한 뒤 눈이나 코, 입, 을 만졌을 때, 감염원이 두 가지로 요약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에어로졸(공기 중 미세입자)이 제3의 감염경로로서 코로나 19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것이 최근 말하는 깜깜이 감염경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지구촌에서 K- 방역의 대명사가 된 마스크는 자신과 이웃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조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젠 시간과 장소 기후에 상관없이 비말 차단용 마스크를 항시 착용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 같다.
국내 의학계에 따르면 코로나 19로 인한 마스크 착용 덕분인지 코로나 19가 창궐할 때부터 현재까지 일반 감기나 독감 환자는 평년과 비교해 현저히 줄었다는 보고도 있고 보면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생활 속 거리 두기 등 방역수칙준수 효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19 종식 이후에도 마스크는 인류의 필수 의료용품으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잠시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고 골목길 구석에 서서 한숨 같은 담배 연기를 내 품는 어느 청년의 모습에 마스크 과자를 먹던 어린이의 모습이 상기된다. 안타깝고 지겨운 이 생활이 언제 끝날까? 딱한 마음에 마스크에 지퍼를 달아야 할까 보다. 코미디 같은 생각을 하며 혼자 속으로 웃어본다.
2020. 7. 6
첫댓글 "물 한모금 입에물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또한 모금 입에물고 구름한 번 쳐다보고" 정말 적절한 비유인 것 같습니다.
귀엽고 깜찍한 그 모습속에 답답한 현실이 잠재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인간관계는 멀어져만 가는데 이런 엄청난 전염병의 위력앞에 전전긍긍하는 인간의 삶이 안타까워집니다.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를 언컨택트 세상과 뉴 노멀 시대로 깔끔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과자 먹는 아기들을 위해 마스크에 지퍼라도 달아야 한다는 이야기에 웃어봅니다. 덥지만 비말 차단용 마스크를 끼고 개인위생을 잘 지키며 불필요한 외출은 자제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을 것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방역당국의 말이 자꾸 떠오릅니다. 우린 이제 코로나 이전의 그 좋은 상태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러니 예전만큼 좋은 세상은 이제 인류가 잃어 버린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획기적인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어 상황이 좋아지길 기대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설사 그렇지 못해도, 완화된 언컨택트 사회 형태라도 새롭게 잘 자리잡아 서민들의 삶이 잘 유지되길 고대해 봅니다.
앞날을 함께 염려하며 잘 읽었습니다.
코로나에 대한 인식과 식견이 놀랍습니다. 어느덧 코로나 전문가가 다 된 것 같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후의 삶의 형태변화에 대한 여러가지 예측들이 있습니다만 우리의 꿈은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마스크를 벗어던 질 날을 고대합니다. 답답한 마음에 지퍼달린 마스크를 생각해 보는 심경 공감합니다.
우선 글로서 만나니 참으로 반갑습니다. 마스크 지퍼, 참신한 발상이면서도 서글픈 심정도 듭니다. 그러나 장기화 되면 신상품이 될 확률도 있습니다. 인수동반사회로 가고 비대면 문화가 되지않토록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되겠습니다. 코로나 사태에 새로운 해법까지 깊이있는 글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