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은 항상 배고플 수 있다
양만명 수필
의인은 늘 배부를 것이라는 생각은 믿음이 아니라 기대에 가깝다. 우리는 의로우면 하나님이 곧바로 형편을 풀어 주실 것이라 여기지만, 성경은 그렇게 단순하게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경은 의인이 배고플 수 있음을 정직하게 보여 준다. 그리고 그 배고픔 속에서도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더 깊이 드러낸다.
시편 기자는 이렇게 고백한다.
“내가 어려서부터 늙기까지 의인이 버림을 당하거나 그의 자손이 걸식함을 보지 못하였도다.”
이 말씀은 의인이 항상 넉넉하다는 선언이 아니라, 의인이 결코 버려지지 않는다는 약속이다. 배고픔은 있을 수 있으나 방치는 없다는 뜻이다. 의인은 결핍을 지나갈 수는 있어도, 포기당하지는 않는다.
잠언은 또 이렇게 말한다.
“의인의 집에는 많은 보물이 있어도 악인의 소득은 고통이 되느니라.”
여기서 말하는 보물은 숫자로 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의인은 때로 빈 손일 수 있으나, 그 삶에는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있다. 그 중심이 바로 의로움이다.
의인은 왜 배고픈가. 세상이 제공하는 밥상을 거절하기 때문이다. 부당한 이익, 침묵으로 얻는 안락함, 양심을 접고 얻는 안정은 세상에서는 지혜처럼 보인다. 그러나 의인은 그 앞에서 멈춘다. 그래서 배고프다. 그러나 그 배고픔은 실패가 아니라 저항이다.
예수는 이 배고픔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 주신 분이다. 마태복음은 이렇게 전한다.
“금식하신 후에 주리신지라.”
예수는 굶주리셨다. 그러나 돌을 떡으로 만들지 않으셨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의 길을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산상수훈에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
배부름은 즉각적인 보상이 아니라, 약속된 완성이다.
이 진리는 세계 문학 속에서도 반복된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알베르 카뮈는 인간의 존엄을 말하며 이렇게 남겼다.
“정직함은 때로 고독을 요구한다.”
정직한 사람은 쉽게 군중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그 고독은 곧 배고픔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카뮈가 말한 인간의 존엄은 바로 그 고독을 견디는 데서 시작된다.
헤르만 헤세 또한 인간의 내적 길을 이렇게 그려낸다.
“새가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하듯, 인간은 자기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의인의 배고픔은 익숙한 세계를 깨뜨리는 과정이다. 모두가 먹는 빵을 거부하고, 모두가 따르는 길에서 벗어나는 선택은 반드시 고통을 동반한다. 그러나 그 고통 없이는 새로운 인간, 새로운 신앙은 태어나지 않는다.
성경은 의인의 현실을 미화하지 않는다. 히브리서는 믿음의 사람들을 말하며 이렇게 증언한다.
“그들이 궁핍과 환난과 학대를 받았으니 이런 사람은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느니라.”
이들은 배고팠고, 부족했고, 밀려났지만 실패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세상이 감당하지 못할 사람들이었다.
의인의 배고픔은 영혼을 황폐하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혼의 감각을 살린다. 배가 고플수록 말씀을 더 붙들게 되고, 세상의 소음이 줄어들수록 하나님의 음성은 또렷해진다. 그래서 신명기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네가 알게 하려 하심이라.”
의인은 오늘 배고플 수 있다. 그러나 그 배고픔이 인생의 결론은 아니다. 시편은 분명히 말한다.
“젊은 사자는 궁핍하여 주릴지라도 여호와를 찾는 자는 모든 좋은 것에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부족함이 없다는 말은 결핍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결국 채우심이 있다는 뜻이다.
의인은 오늘의 배고픔 때문에 내일의 의를 팔지 않는다. 그래서 느리게 가고, 때로 뒤처지고, 자주 외롭다. 그러나 그 길 끝에는 세상이 줄 수 없는 배부름이 있다. 예수는 그 배부름을 이렇게 약속하셨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라.”
배고픈 의인은 약자가 아니다. 가장 자유로운 사람이다. 오늘을 팔지 않고, 양심을 지키며,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서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런 의인의 배고픔을 반드시 기억하신다.
때가 차면, 반드시 채우신다.
사람의 손이 아니라, 하나님의 방식으로.
강남성결교회양만명목사
강남성결교회양만명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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