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에 잠수해서 해조 사이나 암초 틈 사이를 들여다보면, 길이 15cm정도의 장방형이고 평평한 무언가가
네 구석에 안경다리의 귀고리 모양의 돌기로 얽혀 붙어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것은 마치 '인어가 잊어버리고 놓고 간 지갑' 같아 보인다. 하지만 불을 비쳐보면 안에 알이 들어있거나
때로는 새끼 상어가 들어 있기도 해 이것이 상어의 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표범상어 불범상어
많은 상어들이 암컷 배 속에서 새끼를 길러서 성어와 마찬가지의 모습으로 성장시킨 후에 출산하는데,
이와 같은 번식 방법을 태생이라 부른다.
두툽상어 괭이상어 홍어
한편, 두툽상어나 괭이상어, 가오리 무리인 홍어 등은 튼튼한 난각에 싸인 알을 낳는 난생(卵生)이라는
번식방법을 취한다. '인어의 지갑' 이란 바로 난생의 상어나 가오리의 알이었던 것이다.
장방형의 난각으로 싸인 알을 낳는 것은 두툽상어나 홍어의 무리이고, 괭이상어의 난각은 나사못과 같이
나선상으로 감은 모양을 하고 있다.

상어나 가오리 수컷은 어느것이나 배지느러미가 변화한 한 쌍의 교접기를 가지고 교미한다.
정자는 교접기를 통해서 암컷의 체내로 들어가 자궁 앞에 있는 난각선 안에서 난소로부터 배란된 알과 수정한다.
수정한 알은 난각선에서 난각으로 싸여 체외로 배출된다. 난생이지만 상어나 가오리는 체내수정을 하므로 난과
정자가 수중에 방출되어 수중에서 수정하는 경골어의 난생과는 크게 다르다.
보통 상어나 가오리에게서 암모니아 냄새가 난다고 한다.
이것은 체액의 삼투압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하여 혈액 중에 요소(尿素)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혈액 중에 요소가 없으면 상어나 가오리는 주위 해수에 몸의 수분을 빼앗겨 탈수 상태에 빠져 곧
죽어버린다. 상어나 가오리의 알이 난각에 싸인 상태로 나오는 것은 새끼가 혼자서 요소를 합성하여
삼투압 조절을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난각 내에 비축한 요소에 의해 해수로부터 새끼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또 난각은 요소를 통과시키지 않으나 물이나 암모니아 등의 작은 분자는 투과시키는 아주
작은 구멍이 열려 있으면, 그 구멍을 통해서 산소를 보급하거나 노폐물 제거를 하고 있다
한마디로 '인어의 지갑'은 어미 상어가 어린 새끼를 위해서 준비한 보육기와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