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 47-51(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
오늘은 성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대천사 축일입니다.
교회는 4차 라테란공의회(1215년)와 1차 바티칸공의회(1870년)를 통해, 천사의 존재를 신앙교리로 선언하고 있지만, 천사의 본질과 역할이 무엇인지, 혹은 사람마다 수호천사를 가지고 있는지, 여러 계급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등의 학자들의 주장(그레고리오 대종의 천사직무론, 디오니시우스의 9품 천사론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유권적 결정도 내리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천사론>에서 믿어야 할 교리는 한 가지밖에 없다 할 수 있습니다. 곧 하느님께서 우리의 감각을 초월하는 영의 세계도 창조하셨다는 사실입니다.
<성경>에 의하면, 천사는 하느님의 사자들이요, 하느님으로부터 나오는 능력들이요, 하느님을 섬기는 영적인 존재들로서(히브 1, 14), 자주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가 축일로 기념하는 “미카엘 대천사”는 ‘누가 하느님과 같은가’라는 뜻을 지녔으며, 주로 천상 군대의 장수요, 악에 대한 수호자요, 임종자의 수호자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가브리엘 대천사”는 ‘하느님의 힘’이라는 뜻을 지녔으며, 다니엘이 본 환시와 예언을 설명해 준 대천사이고, 즈가리아와 마리아에게 각각 탄생을 알린 하느님의 사자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라파엘 대천사”는 ’하느님의 치유’라는 뜻을 지녔으며, 토비아를 위해 파견된 천사이고, 맹인들의 수호천사로 큰 공경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천사 이야기는 모두가 하느님께서 갖가지 모양으로 우리에게 관심을 쏟고 계시다는 진리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곧 인간을 존귀하게 여기신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천사들은 인간에게 봉사하고, 인간을 보호합니다. 곧 인간인 우리가 존귀하기에, 하느님께서는 오늘도 우리에게 대천사를 보내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요한 1, 51)
오늘, 우리는 대천사들의 축일을 지내면서, 하늘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하늘의 이야기를 어디에서 들을까? 그리고 하늘은 어디에서 열릴까?
대체, 어떻게 하늘을 만날 수 있을까?
그것은 만남의 신비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예수님과 나타나엘의 만남에서 하늘이 열렸듯이, 예수님의 세례 때 하늘이 열리고 아버지와 아들이 만나셨듯이, 오늘 우리 안에서 ‘예수님을 만나는 일이 곧 하늘이 열리는 일이 될 것’입니다.
하늘이 땅에서 열리는 것은 ‘그분의 사랑이 우리의 마음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곧 하늘을 우리 안에서 만나는 일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기도”에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라고 기도합니다. 그런데 분명, 우리 안에는 당신이 계시니, 우리가 곧 당신께서 계시는 하늘이 됩니다.
그러니, 사실 하늘은 이미 열려 있습니다. 우리 ‘마음’이 바로 하늘이 열리는 자리요, 우리 ‘일상의 삶’이 바로 하늘이 열리는 장소라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미 우리 마음 깊은 곳에 계시며, 우리는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이미 그분을 만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대천사 축일을 맞아 우리의 마음과 일상 안에서, 하늘을 열고 주님의 사랑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