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이 되던 해였다.
백수의 시작은 걱정보다 희망에 찬 의욕으로 가득차 있었다.
부엌...
배가 몹시 고파서 밥을 먹어야 하는데,
매뉴를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갑자기 커피 생각이 난다.
밥과 커피가 머릿속에서 순간적으로 교착되던 순간,
몽환적 아련함...
문득, 발견한다.
밥그릇에 커피를 타서 숟가락으로 휘휘 젓고 있는 내 모습... -.-;
밥과 커피의 연상작용... -.-;
"음...무서워요...무서워요..."
"자, 두려워 마세요. 마음을 진정시키고 좀더 과거여행을 해봅시다."
그 시절,
화장실은 주인집과 공동으로 사용하던 것이었는데
한번 가자면 현관을 나서서 삥 돌아나가야 했던 관계로
우리집 부엌에는 비상용 스뎅 요강이 항상 비치되어 있었다.
그 날도 배가 고파 밥을 찾다가
귀찮아서 라면으로 떼우기로 한다.
80년대 유행어 "라보떼"를 생각하며...(라보떼 : 라면 보통으로 떼우다.)
냄비 속에서 라면이 팔팔 끓는 물과 함께 익어갈 즈음,
갑자기 소변이 마렵다.
화장실 갔다오면 라면이 다 퍼질 것 같은데,
요강으로 눈길이 간다.
쉬~~~
순간, 라면과 요강이 엇갈리며 머릿속에 그려지고,
안개가 자욱히 끼었을까...몽환...
문득,
라면이 익어가는 냄비 위에 요강 뚜껑이 덮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라면을 다시 끓이게 된다.
라면과 요강의 연상작용... -.-;
"아...무서워요...무서워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이제 당신을 현재로 데려오겠습니다. 깊게 호흡을 하고 나면 당신은 현실로 돌아옵니다. 레드썬...딱" !"
연상작용이라는 말로 미화시켰지만, 분명 치매라고 생각된다는... -.-;
2004년의 두째날,
꿈을 꾼다.
어느 해변가로 여행 중이었다.
몇개의 여행가방이 내 주변에 있었고
저녁 무렵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여행지에 도착.
숙소로 가는 길에 찬란한 저녁해와 성당 건물, 전주의 송전선들이 얽혀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는...(이유는 알 수 없다.)
얼른 짐을 풀고 사진촬영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숙소에 들어가 부랴부랴 카메라 장비를 챙겨 나온다.
하지만,
내 어깨에 걸려있던 것은 카메라 가방이 아닌 가스버너 가방이었다.
순간,
해는 서산 너머로 져버리고
그 장면을 찍지못해 속상해 한다.
첫댓글 왕성옹님 이글을 읽고나니 "올드보이"가 생각나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