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소리꾼 매미는 주야장천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르지만,
길거리 화단 주위를 가을바람 실은 잠자리가
파르르 날개짓하며 맴 돌고 있다.
"아...가을이 오긴 오는구나" 말을 건너기도 전에
빨간고추잠자리는 무언가에 놀랐는지 휙 사라진다.
순간 신기루를 본듯하여.
입추가 잠자리를 부른건 당연하지만, 말복이 신고식을 치르지 않아
무더위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행을 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갈증이 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8월 세째 주 월요일은 북한산 둘레길 산책(?)있는 날입니다.
'꿩 대신 닭'이란 생각이 슬며시 들긴 했지만,
산행을 할때마다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삼복더위에는
둘레길 산행은 안성맞춤인지라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을 즐길 수 있으니 이 보다 신나는 일도 드뭅니다.
단지 장마철도 지난지가 언제인데 장대비가 물폭탄 을 몰고 와
물난리를 겪은 동네가 한 둘이 아니였고,
아직도 시시때때로 기회를 노리고있어 우중산행이 될까 불안불안합니다.
이른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창문부터 열어봅니다.
낮게 드리워진 비구름이 금방이라도 일을 저지를듯 위태위태하지만,
우선은 비가 오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깊이 들이쉬며 현관문을 나섭니다.
오랫만에 산행 자랑질을 하고 싶어 만만한 상대 수다쟁이 참새들과 먹보 비둘기를 찾았지만
더위를 피해 피서를 갔는지 보이지않고, 길거리 화단에 노오란 애기똥풀꽃과
연분홍 나팔꽃이 천진난만한 미소로 아침 인사를
잊지않고 있어 차마 자랑질을 못하고 재빠르게 지하철 역으로 향했습니다.
오늘 뱀띠 주관하는 북한산 둘레길 2구간과 1구간 산행을 하기위해 4.19 민주 묘지 기념탑에는 126명의 산우님들이 계셨습니다.
대부분은 초면인 산우님들이지만, 우리는 산행이라는 뚜렷한 목적이 있기에
반가움에 인사를 나누며 웃음꽃이 만발하였습니다.
실개천도 아니고 제법 넓고 깊은 계곡 양쪽으로 개인주택과 빌라촌을
이루고 있는 동네를 지나며 집 앞에 개울이 있다는게 상당히 운치가 있어 개발이 꼭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하지는 않을거란 생뚱맞은 생각을 잠시 해 보았습니다.
백련사라는 입간판이 보입니다. 북한산 둘레길 2구간 이름하여 순례길 들머리라고 합니다.
순례길하면 코로나19가 터지기 전까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몰랐습니다.
그렇지만 스페인이 아닌 한국에 있는 북한산 순례길은 어떤 곳일까?
호기심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울창한 수풀림 속에 마치 고속도로를 낸듯 회색빛 시멘트로 쭉 뻗은 산길은
"이게 바로 둘레길입니다" 하면서 우리를 반깁니다.
가벼운 언덕길을 조금 오르는가 싶더니 바로 내리막 황토길로 이어집니다.
커다란 나무 아래 초록빛 어린 밤송이 예 닐곱개가 떨어져 가을이 왔다고합니다.
아직은 속이 차지 않은 어린 밤송이가 장대비의
무차별 폭격에 희생이 되었지만 계절의 순환은
속이 꽉찬 알밤도 머지 않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어
흙위에 새초롬하게 떨어진 초록빛가시로 뒤덮힌
어린 밤송이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뭇잎 가득하여 하늘조차 보이지않는 나즈막한 숲길이 우리를 부릅니다.
여름 날의 소리꾼 매미들이 저만큼에서 소리높여 노래를 부르면
풀벌레들이 화답이라도 하듯 이만치에서 가냘프게 노래를 합니다.
대자연을 향한 그들의 향연에 살며시 동참하니 기쁨이 가슴 가득 차오릅니다
"산행 하길 잘한거야" 가만히 속삭여 봅니다.
가끔씩 부는 습한바람이 삼복더위 산행에 따라오며
더위로 지쳐가는 우리들을 위로합니다.
그들의 예쁜짓이 기특하기만하여 마냥 기다립니다.
산행하는 내내 시종일관.
더위와 시름하며 숲길을 부지런히 걷다보니
커다란 나무들 옆에 4.19 전망대가 우리를 기다립니다.
전망대에서 보면 자유를 위해 피값을 치른 순결한
영혼들이 잠들어 있는 묘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갑자기 울컥 해지는 이유는 무엇때문일까요?
북한산 순례길에서
임이시여!
자유를 위해 받친 목숨 하나
숭고한 정신 세세토록 기리리니
천상에서 지켜보소서.
2022.8.15
NaMu
첫댓글 북한산 순례길 산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뱀띠 방 운영진 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휴대폰으로 글을 써서 노트북에서 수정을 해서 올리거든요.
그러다보니 노트북은 정상으로 보이는데
휴대폰으로 보면 행간이 엉망이예요.
이해 부탁드립니다.
북한산 둘레길의 모습을
생생하게 적어주셨네요,
감명깊게 보았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는요.
저에게 북한산 순례길 산행 할 수있는 기회를 주신 뱀띠방 운영진 님들 정말정말 수고 많이 하셨어요.
아직은 많이 서투른 글이지만 잘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특히나
419묘지까지 못가신분들
을 위해서 멋진사진..
최고입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선배님
위에 사진은 알마니 대장님(?)사진 몰래 훔쳐
온 거구요.
아래 사진은 핸드폰으로 찍은건데요 어쩌다 얻어 걸린거예요.
사진을 잘 찍고 싶어서 출사도 따라 다녀봤지만, 생각만큼 사진이 안 나와서 엄청 스트레스 받다가 포기했어요. 그러고나니 삼년 묵은 채증이 훅 날아 간 것처럼 속이 후련했구요.
(제주가 메주라서 잘 하는게 없어요)
5060카페는 나이가 두살 많아도 선배 예우 깍듯이 하나봐요.(닭띠 거든요) 선배이긴 한데 잘 하는게 없어서 왠지 쑥쓰럽지만 감사드려요👍
여러가지로 많이 서투른데 잘 봐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