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드라마에 대한 글이 올랐었죠? 거기서 많은 분들이 네 멋대로 해라를 내 인생의 드라마로 뽑아주셨더군요.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아일랜드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이 없던가, 겉멋이 들었다는 평까지 보았습니다.
그래서 잠시, 두 드라마에 대한 제 생각을 얘기해보고 싶네요.
2002년 월드컵이 끝날 무렵입니다. 혼자 살 때였는데.. 우연히 채널을 넘기다가 양동근과 이나영이 심각한 표정을 하면서 지갑을 훔친 것에 대한 얘기를 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렇게 드라마를 보게되면서, 1, 2편도 못보고 드라마를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로 이 드라마는 제게 베스트 원이 되었죠. 어차피 대학에 들어온 이후 티비 드라마엔 별로 관심이 없던(그 전에도 제대로 된 드라마를 본건 최수지 주연의 토지밖에 기억이 없지만) 제게 네 멋대로 해라는 너무나 많은 의미를 주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건, 아름다운 동화같은 게 아니었어요. 부잣집 딸 전경이 겪는 가족의 불륜과 소매치기지만 착한 아들 고복수의, 어떻게 보면 참 지저분한, 불륜 드라마에 나옴직한 얘깃거리를 모두 담고 있었습니다. 드라마의 주인공들조차 각자의 애인이 있던 상황에서 소매치기범과 그 피해자로, 그때문에 밴드의 언니가 죽게 된 그런 상황에서 서로의 사랑을 키워가는 '막장' 드라마였어요.
전 그게 작가의 의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상황을 서로의 사랑으로 아름답게 풀어가는 거,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걸로 어떻게 보면 더럽고, 각박한 세상을 힘겹게, 애정어린 눈빛으로 풀어가는 연인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드라마는 성공했어요.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한 건 아니지만, 비주류 마니아들을 모으는 듯한 선풍을 일으키며, 시청률 톱 같은 건 아니었지만, 당시에도,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아있죠. 당시에는 선유도 공원에서 몇년동안 주말 상영회도 했더랬습니다.
아일랜드는 느낌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캐릭터가 매우 독특해서 신문에 기삿거리가 된 적도 있죠. 김민정이 AV 배우로 출연한 게 특히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캐릭터의 구성은 네멋대로 해라에서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아요. 밑바닥 삶을 살고 있는 재복이(김민준), 가족의 아픔을 큰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는 이중아(이나영), 그리고 AV 배우로 가족을 먹여살리는 한시연(김민정), 그리고 강국이.. 현빈의 데뷔 캐릭터인 강국이는 네멋에서 기자 역할을 한 이동건에 스토리와 캐릭터를 더 담아낸 모습이고요. 고복수와 전경을 중심으로 미래, 그리고 한 기자가 조금.. 네멋의 이런 네 남녀 구도를, 아일랜드에선 좀 더 공평하게 비중을 살린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불륜'의 관계를 불륜같지 않게 풀어가는 서로의 모습이.. 현실에는 있기 어렵겠지만, 현실같았으면 좋겠을 그런 네 사람의 모습은.. 단순히 드라마의 '사각'관계가 아니라.. 각자가 작가가 의도하는 모습을 드라마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재복이에게서 느끼는 모습은, 아무것도 없는 인간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품어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캐릭터를 보여줍니다. 반대로 사회에서 자기 역에 충실한, 성공한 사회인인 강국에게는 재복의 그러한 마음이 부족하고요. 현실의 파이터처럼 더러운 꼴 다 보면서 배우로서 자기 자리를 잡아가는 시연, 반대로 부모에게 버려지고, 입양된 가족마저 잃고 현실성을 잃은 중아 서로가 부족한 면을 가지고, 어떻게 보면 참 더러운 관계일 수 있는 불륜의 사각 관계를 서로에게 부족한 면을 채워가며 각자의 마음을 담아갑니다. 각자의 현실을 딛고 살아내는 네 사람의 모습을 담아낸 게 아일랜드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중에서도 전 재복이와 중아의 모습을 특히나 더 눈에 넣었지만요. 연인들의 모습이 복수와 경이, 재복이와 중아처럼 감동적인 영화나 드라마는 제겐 없습니다. 평범한 듯한 대사도 평범하지 않아요... 서로의 신분도 다르고, 처한 상황도, 쓰는 언어조차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바꾸려하지 않으면서 서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은 마음으로 통하는 연인의 관계를 너무나 잘 보여줍니다.
어떻게 보면 작가는 네 멋대로 해라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아일랜드에서 풀어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네멋과 비교하면, 실패한 작품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네멋에서 얘기하던 삶에 대한 모습이 아일랜드에서도 보여지는 그런 느낌이, 네멋에서 좀 더 뻗어나가보려했던 작가의 마음이 보여지는 듯해 보기 좋았습니다.
사진을 올리면서, 예전에 싸이월드에 올렸던 장면을 네이버 이미지에서 찾질 못했네요. 드라마 거의 후반부에서, 중아가 재복이와 강국이 사이에서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 밤하늘을 보며 그 깨달음을 마음에 담는 그 장면을 캡쳐해서 올린 적이 있는데, 여기에도 올리려 했지만 못찾겠네요. 간만에 또 드라마를 다시 보며 캡쳐를 해야겠어요..
어떻게 보면, 누구 말대로 네멋과 비교해 볼 때 메시지나 작가의 의도가 애매한, 겉멋든 드라마일수도 있지만... 네멋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마찬가지로 담겨있어 고마운, 그런 드라마였습니다.
(글을 쓰고 바로 드라마를 보며 캡쳐를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고 유치해보일 수도 있지만, 강국에게 미안한 마음보다 재복에 대한 마음의 깊이를 깨닫는 중아의 표정이, 이 드라마 전체에서 최고의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나영의 네 멋에서의 연기는 그 시기에 비주류의 아이콘으로 나름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었지만, 그 연기가 제일 빛을 발했던 게 아일랜드의 저 장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인정옥 작가가 다음 작품에서도 이나영을 선택한, 이나영을 캐릭터로 정하고 쓴 작품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물론 네멋에서도 정말 멋진 장면은 많았습니다. 당장 기억나는 장면은 고복수의 병을 알게 되어 놀라다가, 복수가 경이의 뒤에 앉아 머리를 정리해줄때에야 비로소 눈물을 흘리는, 그 장면이 바로 떠오르네요. 드라마 맨 마지막 장면도 그렇고 말입니다.)
(인정옥과 김어준 두 사람은 헤어진건가요.. 그 소식을 지금도 알지 못하네요...ㅎㅎ)










첫댓글 저도 정말 좋아하는 두 드라마입니다
저는 신구와 윤여정의 연기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말 두 고수가 챙챙하는 느낌.. 거기다가 신구의 갑작스런 결말이 그당시는 이해가 안되었지만 제가 애아빠가 되고 보니 조금은 이해가 가더라구요. 4명의 주연 외에도 그밖의 조연들이 촘촘하게 너무 잘 받춰주었었죠. 당장 스턴트계의 거물인 정두홍부터.. 그나저나 복수 파트너는 그후로 한번도 못본것 같아요 뭐랄까? 정말 나쁜 사람은 없는것 같더라구요. 특히 미래 여동생은 전부터 좋아했는데 이천희가..
마지막회에 모든 출연진들이 조금씩 다 나온던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나중에 더 나이 먹으면 보려고 그건 이민 올때 DVD를 사왔어요
이천희......
너무 일찍 데리고 갔어요.....ㅜ
음.. 아일랜드는 엄청난 큰 기대와 함께 기다리다가 조금은 실망스러웠었네요
그래도 참 잘 보았던 드라마입니다
그 외로 인정옥 작가님은 뭐하시는지 궁금하네요.
덕분에 예전 생각나고 참 좋았습니다. 퇴근하고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꾸벅
편한 주말 되십시요~~^-^
김어준하고 사귀었..
ㅎㅎㅎ 미래 여동생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 이후로 티비에서 본 적도 없고요. 아 티비를 안봐서..^-^ 이천희면.. 축구선수인가요? 흐음?@@
전 네멋이랑 아일랜드를 유에스비에 넣어가지고 다닙니다..^-^
전혜진이라고 유망주였는데 모델출신 연기자 이천희랑 결혼 했죠
@둠키 저희 동네 살던 아역배우 출신. 동네서 친구들이랑 있다보면 엄마랑 산책하는 모습에 아는척 하고 그랬었는데 ㅎㅎ 드라마 제목이 생각이 안나네요. 아! 은실이?? 였나?? 은실이다~~~ 이랬던 기억이 ㅎㅎ
@호나섹 장 맞아요 맞아요. 제가 그당시 기대했던 여배우가 둘이었는데 그중의 한명이었습니다. 또 한명은 무동이네 집에 나오던 이름이 가물한 배우랑요.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 나네요
고복수 대문앞에서 울던씬이 생각나네요
저도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양동근에게도, 그리고 신구에게도 인생 최고의 연기 중 하나였다고 생각해요.
캡쳐를 보니 김민경이 아니라 김민정이네요. 아일랜드 드라마 제목은 귀에 익은데 여배우가 누군지 기억이 안났는데 캡쳐보니...
하윽,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ㅠㅜ
네 멋대로 혜리와 아일랜드로 본 1인...
아일랜드는 꼬일대로 꼬인 관계들이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를 그린 작품이라고 인정옥 작가가 밝힌 적이 있죠. 네멋 만큼은 아니지만 아일랜드도 좋은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사각 관계가 네멋처럼 단순하게 가지 않고 끝까지 다른 멜로드라마처럼 꼬인 관계였던 거로군요..ㅎㅎ
저도 아일랜드 좋게 봤어요 방영당시에는 기대감 때문이었는지 실망스럽게 느껴져서 보지 않았는데 시간이 제법 흐른뒤 다시 보니 작품 좋더라구요
이나영 얼굴이 조금 다른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