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우(關羽)와 장비(張飛)의 재회(再會) -
장비(張飛)처럼 위대(偉大)한 영웅(英雄)도 없었다. 싸움이면 싸움, 전쟁(戰爭)이면 전쟁, 나서면 절대(絶對) 무퇴(無退)요, 당당한 기백(氣魄)은 세상 어느 남자가 따라올 수 없는 용맹(勇猛)함과 충의(忠義)로움의 사내였다. 그러나 이런 장비에게도 한 가지 단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술을 너무 좋아하고, 취하도록 마시며, 마신 뒤에는 주사(酒邪)가 심하다는 것이다. 소위, 장비(張飛)는 술에 취하면 <개차반>이 되기 일쑤였는데 그것도 하루걸러 한 번씩 그렇다 보니 말리려 하여도 말릴 사람도 없고, 말하여도 듣지도 아니하니, 주변의 사람들은 속수무책(束手無策) 일 수밖에 없었다.
장비(張飛)의 술 버릇은 고성(孤城)에서도 계속되었다. 그리하여 예전에 유비(劉備), 관우(關羽), 장비(張飛), 삼인(三人)이 도원결의(桃園結義)를 했던 때를 회상(回想)하며 이날도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만개(滿開)한 후원(後園) 정자(亭子)에서 술독을 옆에 끼고 휘하(麾下)의 젊은 장정(壯丁)들을 불러들여 봉술(棒術) 대련(對鍊)을 시키면서 관전(觀戰)하고 있었다.
"좋아! 잘하고 있네! 야! 너 말이야 어서 한대 후려갈겨!" 장비(張飛)는 흡사 자신이 싸움판에 있는 것처럼 떠들어 댔다.
그러자 장비(張飛)의 말대로 봉(棒)을 한대 후려맞은 사내가 쓰러지자 이번에는 얻어맞은 놈의 편이 되어 소리를 지른다.
"일어나! 병신같이 그걸 맞고 쓰러지냐? 저놈이 후려칠 때 이렇게 막았어야지!" 장비는 팔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입에 침을 튀겨가며 떠들었다.
그러자 쓰러졌던 놈이 장비(張飛)를 향하여 고개를 쳐들고 애처로운 어조로 말한다.
"장군! 손이 부어올라 더는 못 합니다."
"예끼 이놈! 손모가지가 부러져라 놈을 쳐야지!" 장비(張飛)는 이렇게 소리쳤다.
그러자 두 놈은 봉(棒)을 버리고 본격적인 몸싸움을 시작한다.
"그래! 그거야! 계속해! 하하 하하!"
이러는 가운데 수하 병사가 고한다.
"장군! 수색을 나갔던 사람이 돌아왔습니다."
"그래! 그만하고 물러가라!" 장비(張飛)는 봉술(棒術) 대련(對鍊)을 중지시키고 수색을 다녀온 자를 불러들였다.
"장군!"
"형님들 소식은 있더냐?"
장비는 화색을 띠며 물었다.
"소인이 연주(兗州)까지 가서 들었는데 관우(關羽)가 조조(曹操) 밑으로 들어갔다 합니다."
"뭐야? 잘못 들은 것은 아니냐?"
"틀림없습니다. 관우(關羽)가 조조(曹操)의 밑에서 벼슬도 받고 많은 금은보화(金銀寶貨)와 특히 예쁜 시녀(侍女)를 열 명씩이나 하사(下賜)받았다고 합니다."
"뭐야? 이런 개뿔 같으니! 이건 틀림없는 헛소리야!"
장비(張飛)는 화를 발칵 내면서 휘하 병사에게 말한다.
"저 헛소리한 놈을 곤장(棍杖) 열 대로 다스려라!"
"예!"
장비(張飛)는 자신이 적으로 싸우던 조조에게 둘째 형 관우(關羽)가 몸을 의탁했다는 소리를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두 번째 달려온 자도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장군(將軍)! 관우(關羽)는 조조(曹操)에게 투항(投降)하였다고 합니다."
"헛소리!"
"확실합니다 요! 투항해서 조 승상(曹丞相)을 도와 원소(袁紹)의 두 장군 안량(顔良)과 문추(文醜)를 죽였답니다. 그 공으로 한수정후(漢壽亭侯)에 봉(封)해지고, 승상이 내린 저택에서 호의 호식하며 산답니다."
"개소리 작작해! 그럴 리가 있나? 여봐라! 이 놈도 끌고 가 곤장(棍杖)을 쳐라!" 장비(張飛)에게 관우(關羽)의 소식은 충격이었다.
그러나 한 놈도 아니고 두 놈의 말을 종합해 보면 마냥 잘못 알고 온 소식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장비(張飛)는 술독을 독째 들고 술을 마셨다. 그리고 봉술(棒術) 대련(對鍊)을 할 때에 놓고 간 봉(棒)을 집어 들었다.
"관우(關羽)!~... 관우(關羽)!..." 목이 터져라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른 장비(張飛)는 봉(棒)을 들어 도원의 복숭아 가지를 닥치는 대로 후려갈겼다.
마치 도원결의를 할 때에 그곳에 함께 있었던 관우(關羽)를 보듯이... 장비(張飛)의 난동은 한참을 끌었다.
이윽고 봉이 부러져버리자 장비(張飛)는 복숭아나무를 뿌리째 뽑아가지고 성한 가지와 나무를 후두려 갈겨대었다.
한참을 이렇게 힘을 뺀 장비(張飛)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울부짖었다.
"유비(劉備) 형님! 어딨소? 관우(關羽)가 역적(逆賊) 놈 밑에 갔소! 우와! 내 이놈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야 말겠소!"
한편, 산적(山賊) 부하들을 모두 해산시킨 주창(周倉)은 관우(關羽)의 청룡언월도(靑龍偃月刀)를 한 손에 거머쥐고 적토마(赤兔馬)의 고삐를 잡아끌며 앞장서서 길을 인도하였다.
그리하여 여남군(汝南郡) 고성현의 성문(城門)이 보이자 관우(關羽)가 주변 경관을 살펴보며 주창에게 묻는다.
"주창(周倉)! 저 앞은 어디더냐?"
성문을 지나 5 리를 더 들어가면 고성(孤城) 관아(官衙)입니다. 그런데 두 달 전쯤 어떤 도적 놈이 나타나서 현령(官衙)을 붙잡고 왕 노릇을 하고 있는데 주위 삼백 리 내에는 그를 당할 자가 없습니다."
관우(關羽)가 그 말을 듣고 마상(馬上)에서 웃으며 말한다.
"허허 허허! 자네도 못 건드릴 정돈가?"
"말씀 맙쇼. 덩치도 집채만 하고 잔인한 놈이라 어찌나 억센지 제가 세 번이나 겨뤄봤는데 모두 지고 말았습니다." 주창(周倉)은 기가 죽어서 침울한 어조로 말하였다.
그러자 관우(關羽)가,
"그럼, 나와 관문(關門)을 지나가 보려나?" 하고, 말하자 주창(周倉)은 신이 나서,
"장군께서 가시면 그놈은 오늘이 제삿날이 될 겁니다. 제가 앞장서서 놈을 쫓아내지요! 가시죠!" 하고 말하며 앞장서서 성문(城門)으로 향한다.
그러자 관우(關羽)가 손건을 부른다.
"손건(孫乾)!"
"네!"
"여기서 마차(馬車)를 세우고 기다리게 성문(城門)부터 열고 데리러 오겠네."
"그러지요."
관우(關羽)는 마차(馬車)를 그곳에 세워두고, 주창(周倉)의 뒤를 따라 적토마(赤兔馬)를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장군! 조심하세요." 뒤에서 손건(孫乾)이 안전을 당부한다.
한편, 고성현 관아(官衙)에서는 장비(張飛)가 낮 술을 마시고 있었다.
현령(縣令)이 쪼르르 달려와 아뢴다.
"장 장군! 와우산 산적(山賊) 두목 주창(周倉)이 달려와 장군은 꺼지라고 외칩니다."
그러자 장비(張飛)가 뜯던 닭 다리를 놓고 현령(縣令)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현령(縣令)은 대번에,
"아, 아뇨... 장군 보고 나가시라고..."
"번번이 진 놈이 또 왔어? 난 진 놈하고 상대하기 싫어!" 장비(張飛)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이번에는 장군이 한 명 더 있사온데 장군이 찾던 관우(關羽)라는 장군입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장비(張飛)는 입안에 있던 술을 <확 >뱉어내며,
"뭐라? 관우(關羽)?"
"그렇습니다! 장군이 그토록 찾으시던 형님! 관우(關羽), 그가 왔어요!" 현령(縣令)은 무지막지한 장비(張飛)를 보내버리고 다시 예전의 현령(縣令) 자리를 되찾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신이 나서 말하였다.
그런데 어럽쇼? 장비(張飛)는 의외의 대꾸를 한다.
"그래? 마침 잘 왔다. 좋아!"
그러면서 마시던 술잔을 바닥에 <탁!>던져 깨버리고 장팔사모(丈八蛇矛)를 꼬나잡고 밖으로 뛰어나가는 것이 아닌가?
한편, 주창(周倉)은 고성(孤城) 성문(城門) 앞에서 큰소리를 질러댔다.
"도적 놈아! 어서 나와서 관 장군께 절을 올려라 이놈!"
그러자 불현듯 성문(城門)이 열리며 한 장수 가 말을 타고 달려 나오는데 손에는 장팔사모(丈八蛇矛)를 꼬나쥐고 공격해 오는데 그는 살기가 등등한 장비(張飛)가 아니던가?
"익덕(益德)! 자네가 여기에 어떻게!..." 관우(關羽)는 반가운 마음에 달려오는 장비(張飛)를 보고 말에서 내려 가까이 다가갔다.
"엇?" 장비는(張飛) 관우(關羽)를 향하여 창(槍)을 날렸다.
"아우!" 영문을 모르는 관우(關羽)는 자신을 향하여 공격(攻擊)해 오는 장비(張飛)의 창 끝을 피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이어서,
"익덕(益德)! 자네 형(兄) 관우(關羽)라네!" 하고 말을 하니,
장비(張飛)는 창(槍) 끝을 들어 관우(關羽)를 향해 소리를 지른다.
"역적(逆賊)놈! 난 너 같은 형 없어!" 그러면서 다시 말을 달려 관우(關羽)를 공격해 오는 것이었다.
"아하!..." 관우(關羽)는 그제서야 장비(張飛)가 자신을 향해 공격해 오는 까닭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받아랏!" 장비(張飛)의 장팔사모(丈八蛇矛)가 관우(關羽)를 향해 날아왔다. 관우는 몸을 돌려 창 끝을 피하며 그 끝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장비(張飛)에게 물었다.
"왜 다짜고짜 날 죽이려 하냐?"
그러자 마상(馬上)의 장비(張飛)가 버럭 소리를 질러댄다.
"대답해! 조조(曹操)에게 투항(投降)했지? 조조가 제후(諸侯)로 봉(封)해 줬지? 예쁜 미녀(美女)를 열 명씩이나 하사받았지?" (여기서 장비는 예쁜 미녀(美女) 열 명에는 더욱 힘을 주어서 외쳐댔다.)
그러자 관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네." 하고 대답하였다. (사실이니까)
"놈을 위해서 안량(顔良)과 문추(文醜)도 죽였지?" 장비의 추궁이 이어졌다.
"그렇네." (사실이니까)
"이 자식 배은망덕(背恩忘德)한 놈! 뭔 낯짝을 들고 여길 와! 내가 오늘 아주 아작을 내주마!" 장비(張飛)의 분노(憤怒)는 계속(繼續)되었다.
그러자 관우(關羽)가 진실(眞實)한 어조(語調)로 마상(馬上)의 장비(張飛)에게,
"아우님! 어쩔 수가 없어 형수(兄嫂)님을 지키고 형님 소식을 듣기 위해 조조(曹操)에게 투항(投降)했던 것이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장비(張飛)는 <형수(兄嫂)님>이란 소리에 다소간 화를 가라앉히며,
"형수(兄嫂)님? 어디 계신데?" 하고 물었다.
"뒤쪽에 계시네."
그리하여 장비(張飛)가 뒤쪽을 쳐다보는 순간 두 사람을 향하여 일단의 군사가 말을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응? 저게 누구지?" 관우(關羽)가 달려오는 군사들을 유심히 바라보니 군졸이 든 장군 깃발은 채양(蔡襄)이었다.
이를 본 장비(張飛)가 말한다.
"그래! 조조군(曹操軍까)지 데리고 다니면서 변명(辨明)을 늘어놔? 잔말 말고! 내 창(槍)부터 받아!" 장비(張飛)는 다시 관우(關羽)를 공격(攻擊)할 태세(態勢)를 갖췄다.
그러자 관우(關羽)는,
"그렇다면 조조(曹操의) 장수(張數) 채양(蔡襄)을 죽여 진심(眞心)을 보이면 되겠나?" 하고 장비(張飛)에게 물었다.
그러자 장비(張飛)는,
"좋다! 북을 세 판 칠 동안에 저 역적(逆賊) 놈을 죽여봐! 안 그럼 너는 조조(曹操)와 한 패라고 믿을 테니까!" 장비(張飛)는 이 말을 끝으로 고성(孤城) 성루(城樓)로 달려 올라갔다.
장비(張飛)가 떠나자 관우(關羽)는 주창(周倉)에게 청룡도(靑龍刀)를 넘겨받아 달려오는 채양(蔡襄)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관우(關羽)의 지척(咫尺)까지 달려온 채양(蔡襄)이 말을 멈추고 소리를 지른다.
"관우(關羽)! 내 조카 진기를 죽였더냐!"
"그런가? 앞 길을 막는 자는 모조리 베다 보니 죽였는지도 모르지!"
그 순간(瞬間) 성루(城樓)에서 장비(張飛)는 북을 치고 외친다.
"한 판 쳤소!"
그 소리를 듣고 관우(關羽)가 채양을 향하여,
"채양(蔡襄)! 널 죽이긴 싫었지만 하필 너는 이런 때 나타나는 바람에 죽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하고 말하였다.
"두 판 쳤소!"
그때, 약이 바짝 오른 채양(蔡襄)이 관우(關羽)를 향하여 달려온다.
"받아라!"
"야~ 아!~..."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했던가? 실력보다는 월등히 목소리가 큰 채양(蔡襄)이 괴성(怪聲)을 지르며 관우(關羽)에게 달려들며 창(槍)을 휘둘렀다. 그러나 관우(關羽)는 땅바닥에 그대로 서서 달려오는 채양(蔡襄)을 향하여 청룡언월도(靑龍偃月刀)를 한번 들었다가 내렸을 뿐인데 채양(蔡襄)은 말에서 그대로 떨어져 버린다. .
그러자 관우(關羽)는 다시 한번 청룡도(靑龍刀)을 들어 채양(蔡襄)의 목을 따버렸다.
세 번째 북을 치고 돌아선 장비(張飛)가 두 사람의 대결을 쳐다보니 채양(蔡襄)과 함께 달려온 조조군(曹操軍)은 관우(關羽)의 위세(威勢)에 놀라 그대로 모두 꽁무니를 빼는 것이 아닌가?
관우(關羽)가 성루(城樓)의 장비(張飛)를 보고 묻는다.
"아우님! 보셨는가? 관우(關羽)가 누구던가! 절대(絶對) 배은망덕(背恩忘德)하진 않네!" 그러면서 청룡언월도(靑龍偃月刀)를 들어 허공(虛空)을 향해 한 바퀴 휘돌아 보면서 자루를 땅바닥에 <쾅!>하고 내려 꽂았다.
그러자 북채를 놓아버린 장비(張飛)가 소리를 지르며 관우(關羽)에게 달려온다.
"형~ 니~ 임~!.... 형님~!..."
그러자 관우(關羽)는 두 눈을 감은 채 대답조차 아니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닌가?
"형님!... 내가 잘못했소! 엉? 형님! 나 좀 보시오 예?" 그래도 관우(關羽)는 눈을 감은 채로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그러자 장비(張飛)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관우(關羽)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있는 대로 소리를 질러댔다.
"형님! 나요! 나, 장비(張飛)!" 그러자 그제서야 눈을 뜬 관우(關羽)가 장비(張飛)의 눈 높이로 허리를 구부리며.
"아우! 날 세!" 하고, 장비(張飛)의 앞으로 다가갔다.
"형님!"
"아우님!"
"하하 하하!"
"으 하하 하하!" 이렇게 서로 부둥켜 안은 관우(關羽)와 장비(張飛)의 웃음소리는 좀 체 끝날 줄을 몰랐다.
삼국지 - 133회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