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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국지색(傾國之色) ~ 서시(西施). 열여덟번째 이야기]
"으허허허허!!!
내 생애 진 대감 자네와 사돈 맺을줄이야 생각도 못했는데 이리도 인연을
이어가게 되었구만!!! 으허허허!!!!"
벌써 술 한 잔 거나하게 걸치신듯 불그죽죽한 얼굴에 솜뭉치같은 콧수염을 너풀거리며
경망스럽게 웃어대는 황 대감은 앞에 앉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없이 술만 마시고 있는
진 대인의 노인치고는 균형잡힌 체격에 비해 팔다리는 앙상하고 배만 볼록 튀어나온, 전형적인
귀족 노년 남자들의 모습이었다
게다가 값비싼 비단 모자로 감추고 있는 머리는 모자를 벗으면 파리가 앉으면 미끄러질까
무서울 정도로 털하나 없이 매끄러웠다.
기분도 좋겠다 술까지 입에 착착 붙어 벌써 한독은 비웟겠다,
현재 대륙의 최강자인 주나라 황제의 혈족인 황대인의 기분은 무척이나 좋았다.
"그것참, 자네 손자 말일세, 아니 이제는 예비 사위인가? 으허허!!
흠, 어쨋든, 자네 손자 하나는 기가막히게 잘 키웠더구만! 내 샤오룬 그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인물 성품 하나는 빼어나다 싶었는데 내 눈이 틀리지가 않았어! 아주
잘 자랐더군! 흐흐 말이 나와서인데 말이지, 내 그동안 꾹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혹시라도
누가 자네 손자 채갈까봐 조바심을 내며 지켜보고 있었다네!
뭐, 사실 따지고 보면 이 회계가 아니라 이 월나라 안에 우리 예인이 만큼 샤오룬의 짝으로
어울리는 처녀가 있을리 만무하지만 말일세!
내 딸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자네도 아까 낮에 보지 않았는가! 우리 예인이의 그 고운 자태를!
용모만 고운가? 성격은 또 얼마나 나붓나붓하고 고운지, 저 다른 귀족 여식들과는 차원이 틀리다네!
게다가 딸자식이지만 학식에 있어서는 어느 학자에 뒤지지 않지. 내 새끼지만 어찌나 머리가 좋은지-
아, 내가 그 말 했었나? 우리 예인이는 걸음마를 할 때부터 천자문을 뗐다고?
이게 다 위대한 주나라 황실의 혈통을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증거가 아니겠나?"
아들 일곱만 내리 연속으로 보다가 노년에 접어들어 겨우 딸 하나를 얻은 황 대감의 딸사랑은 각별했다.
젊었을 적에야 가문을 빛내야 한다는 생각에 곧죽어도 아들만 고집하던 그였지만 평생을 시커먼 사내놈들에
끼여서 아들부잣집 아버지들이 그러하듯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말년에는 조강지처였던 부인과도
사별하고 나니 더욱 사근사근한 딸이 유독 아쉬웠던 그는 결국 같은 주나라 귀족 출신인 어린 계집을
첩으로 들여 지금의 예인을 낳았다.
황 대감의 늙그막에 간신히 얻은 딸사랑은 이 수도 내에서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유독 딸사랑이 각별한 황대감은 딸이 혼기에 차자 심각한 고민에 빠졌었는데,
그건 어디서 딸의 신랑감을 구하느냐는 것이었다.
당시의 관례로 귀족 남성들이 첩을 들이는 것은 예삿일이엇다.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짧기도 하려니와, 어린 아이들은 여러가지 전염병이다 뭐다 하여
귀족 자제들도 성인이 될때까지 살아남는 경우는 그닥 많지 않았다.
하여 식구수를 늘려 세력을 탄탄하게 다져야 할 의무가 있던 귀족 남성들은 보다 많은
자손을 얻기 위해 본부인 외에 첩을 들여 자손을 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황대감 그 자신은 그 일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질색팔색을 하고 남자는 오로지 자신의
조강지처에게만 순정을 바쳐야만 한다는, 참으로 숭고한 정신의 사내였다.
자기 자신도 본처에게 그리 끔찍하였으니, 비록 본처 소생은 아니지만 자기 핏줄, 그것도
평생을 시커먼스한 사내놈들 사이에 끼어 시달리며 살다가 말년에 본 보드라운 딸자식에게는 또
얼마나 끔찍했을까, 황대감은 자신의 딸만큼은 결코 아무 귀족 남자에게나 시집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
특히, 첩질하는 사내자식들한테는 말이다.
대륙의 주권을 주도하는 주나라 황제의 사촌인 황대감 집안에서 금보다 더 귀하게 키워진
이 영애에게 걸맞는, 사실은 그 아버지인 황대감의 눈높이에 맞는 사내를 월나라 안에서
하물며 다른 나라에서 찾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그나마 눈에 차는 것이 타고난 선비 집안인 진씨 가문의, 그것도 차기 당주인데다가 어렸을 적에
부모를 여읜 샤오룬은 그야말로 적격이었다.
부모의 정을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들은 한 번 정을 주기 시작한 사람한테 지고지순하다.
때로는 무서울만치, 집착이라 할만큼 애착을 가지는데 황대감은 샤오룬의 그 점이 마음에 들어
자신의 딸의 배필로 생각했었던 것이다.
게다가 인물 빼어나지, 집안이야 두말 할것 없지, 학식 또한 둘째가라면 서러울 진씨 집안인데다
성정 또한 온화하다 소문이 났으니, 말은 안했지만 오랫동안 샤오룬에게 군침을 삼키던 황대감은
이렇게 샤오룬이 먼저 자신의 딸에게 청혼을 하여 약혼한 것에 대해 무척이나 만족하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그런데 꼭 혼인을 샤오룬 군이 열아홉이 될 때까지 미뤄야 하는 것이오?
아니, 양가에서 모두 다 허락한 일인데 굳이..."
"샤오룬은 아직 성인으로서 부족한 점이 많은 아이입니다."
"아, 그것참. 요즘 세상에 어디 열 다섯이 애입니까?"
"그 아이는 장차 가문을 물려받을 아이입니다."
투덜거리며 불만을 토로하던 황대감은 진 대인의 칼같은 말에 입을 다물었다.
"아직 누군가를 책임지기에는 미숙한 점이 많은 아이니
조금만 더 제 아래에서 가르치려 하는 것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황대감은 끄응하고 신음소리를 내었다.
황대감의 여식 예인은 올해 열다섯으로 샤오룬과 동갑이었다.
처녀 나이 열다섯이면 혼례를 올리기에도 그다지 이르거나 늦은 나이는 아니었지만
이제 살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많은 황대감으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딸에게 자신이 죽기 전
기댈수있는 탄탄한 언덕을 만들어 주고 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 낳은 손주를
품에 안아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던 것이다.
"뭐, 그렇다면.. 하는수 없지요.
그러면 이거 하나만은 물읍시다, 진 대감, 약혼까지 한 마당에 계속해서 샤오룬 군을
그 촌구석에 둘 작정이십니까?"
"당분간은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만,"
"아니! 정혼을 한 남성이 어찌 정혼녀를 두고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답니까?
그러면 우리 예인이는 어쩌라구요!"
"샤오룬은 아직 회계에서 머물기에는 미숙합니다."
"거 말끝마다 미숙하다, 어쩌다 하는데, 아니 사내 나이 열다섯이면 애도 아닌 것을
왜 그리 감싸도는 겝니까? 그리고 이 회계에 머무는 것이 어때서요? 그런 이름도 듣도보도 못한
깡촌에 처박혀 자라는 것보다 이 탁 트인 세상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하며 살아야지만
차기 당주에 걸맞는 자질도 기르고 경험도 쌓을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진 대인은 말없이 허허 웃기만 한다, 황대감의 말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요 반대하는것도 아닌.
"아, 거참! 웃지만 말고 말을 좀 해보세요! 생각해 봅시다,
사람이라고는 그 천한 평민들 뿐일 그런 촌에서 오양 진씨같은 귀하디 귀한 집 도령이
산다는 것이 말이됩니까? 난 지금까지 그런 얘기는 듣도보도.."
"샤오룬이 대감께 실례라도 했나 보군요,"
황대감은 열변을 토하다 순간 당황했다.
"예? 무슨...말씀이신지?"
"말씀대로 그 아이는 지금까지 평민들에게 둘러쌓여 자라왔습니다.
하여 대감이 말씀하신대로 귀족으로서 갖추어야 할 교양이나 경험이 부족할 수도 있겠군요,
그래서, 샤오룬이 혹 대감께 무슨 실례라도 저지른 것입니까?"
진 대인의 말을 해석하자면: 그가 회계 성향이라고 무척이나 좋아하던 샤오룬의 세련된
예의와 학식은 회계에서 교육받은 것이 아닌 그가 경멸하며 내뱉는 시골 깡촌에서
배운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계의 어떤 귀족 자제들보다 훌륭하게 자랐는데 굳이 회계로
돌아올 필요가 있겠습니까?
황대감은 당황했다.
몇 번 헛기침을 내며 술을 들이마시던 황대감은 입맛을 다시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른 화젯거리로 이야기를 옮겼다.
"그런데 두 아이들은 무얼하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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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인은 수줍게 샤오룬의 얼굴을 곁눈질로 훔쳐보았다.
아까부터 몇 번이나 그러고 있었는데 마침 무심히 고개를 돌리던 샤오룬과 처음으로
눈이 마주쳤다.
예인은 부끄러워하며 황급히 고개를 돌린다.
샤오룬은 무표정으로 눈을 돌리고 술잔의 술을 마셨다.
잔이 빈것을 보고 예인이 얼른 손을 뻗어 잔을 채워준다.
이제 열 다섯인 예인은 샤오룬보다 반 년정도 생일이 늦었다.
이제 앳된티가 막 가신 얼굴은 실핏줄이 보일 정도로 희고 투명한 피부에 어딘가
동글동글한 이미지의, 전형적인 곱게 자란 귀족 아가씨의 사랑스러움을 담고 있었다.
예인이 막 술잔을 채우고 샤오룬의 손이 술잔을 향해 뻗은 찰나의 순간 둘의
손길이 스쳤다.
예인은 황급히 손을 거두었다.
아주 살짝 스치기만 했을 뿐인데도 그 부위가 불에 덴듯 화끈거리는듯 하다.
이제 막 소녀에서 여인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예인의 손은 새의 뼈처럼 가늘고 고왔다.
장밋빛으로 물든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도저히 그 아비 황대감의 자식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얼굴에다가
예인은 마른 체구였음에도 몸의 선이 무척이나 고왔다.
황대감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예인의 자랑 주제 중 하나인 그녀의 얼굴을 보기만 하려고 황대감 저택
주변에 매일 몰리는 남자의 수만 하더라도, 그들을 줄을 세운다면 회계 성 주위를 한바퀴 감고도 남을
숫자다라는 것은 과언이 아니었다.
약혼식 내내, 아니 소흥에서 떠나오던 그 순간부터 머릿속은 온통 다른 생각으로 가득차 있던
샤오룬은 자신의 소꿉친구였다가 이제는 정혼자가 된 예인의 얼굴이 지난 십년간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만약 샤오룬에게 예인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필시 그는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할터였다.
그랬는데, 둘의 손이 스치던 순간 샤오룬은 처음으로 예인의 존재를 의식했다.
샤오룬은 예인의 길고 아름다운 손을 쳐다보았다.
무척이나 여성스러운 손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예인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길고 가늘은 목, 사랑스러워 견딜수 없을만치 사랑스러운 둥근 어깨, 버드나무 가지처럼
나긋나긋하게 뻗은 팔, 제법 부풀어 오른 가슴, 나긋나긋한 허리선이라던지,
예인은 샤오룬이 처음으로 보는 여자였다.
물론 륜을 이성으로 사랑했지만 륜은 예인에 비한다면 여성이라는 것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소흥에서 이런 여자들을 볼 수 있었을 리는 만무했으니, 샤오룬이 진짜 여성이라는
것을 본 것은 이 예인이 처음이다.
자신의 이성과는 관계 없이 샤오룬은 몸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애써 이런 생각을 떨쳐버리려 예인에게서 고개를 돌렸는데 하필이면 그곳엔 침대가 있었다.
약혼만 한 사이니 이런 만남은 원래 전통 예법에는 있어서도 안되는 것이었는데,
어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오랫만에 만난 소꿉동무들끼리 회포나 풀으라며 예인과
샤오룬을 한 공간안에, 그것도 침대가 딸린 방에 밀어넣은 황대감의 다소 속보이는 전략이었다.
샤오룬의 머릿속에 능글맞기 짝이없는 황대감의 얼굴이 떠올랐다.
샤오룬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 한 판 대판 붙은 강연의 표현을 빌자면,
늙은 영감이 빨리 자기 딸 치우지 못해 안달이 났군! 주책맞기는!!
샤오룬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와 몸 모두가 천근만근이었다.
"가시게요?"
예인이 조금 당황하며 따라 일어섰다.
샤오룬은 예인의 얼굴을 쳐다봤다.
예인의 눈은 실망과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아주...오랫만에 만난건데,"
샤오룬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자신이 이렇게 가까이서 대화를 나눈 젊은 여인이라면, 고작 륜이뿐인데
이럴때는 어떻게 말해야 하는것일까?
"피곤해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 평소의 버릇대로 튀어나온 말이었으나 샤오룬은 곧 후회했다.
예인의 얼굴에 슬픔이 서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안해요.. 제가 미처 샤오룬이 피곤해 할거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예인은 중얼거렸다.
샤오룬은 다시 무언가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그 말이 또 공연히
예인에게 상처만 줄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몇 초의 어색한 침묵이 지나고 샤오룬은 발걸음을 옮겼다.
샤오룬이 방에서 나가기 직전 예인의 슬프고 갸냘픈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소흥으로 돌아가실 건가요?"
샤오룬은 멈추어 섰다.
뒤를 돌아볼까?
망설이는 사이 또 다른 말이 들려왔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좋아요, 하지만...가끔씩은.....
날 보러와 줄수 있을까요?"
예인의 말은 누군가 듣는다면 비참할 만큼 간절한 애원이었다.
샤오룬은 교묘히 예인과 시선을 마주치는 것을 피하며 뒤돌아섰다.
그리고 작게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대로 뒤돌아서 방 안에서 벗어났다.
자신의 대답을 듣고 예인이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샤오룬은 보지 못했다.
설사 보았다 한들 그게 얼마나 그의 머릿속에 남았을까,
머릿속에는 아까 보았던 예인의 잔상이 남아있었으나 그 잔상은 곧 샤오룬이 방안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더욱더 또렷해 지는 륜의 얼굴에 겹쳐져 점차 잊혀져 간다.
샤오룬이 가슴이 뛰었다.
이제 자신이 얼마전 스스로 다짐한 대로 륜이 자신에게 편히 올 수 있는 길의
초석을 얹은 것이었다.
샤오룬은 걸어가며 목을 죄듯 무거운 겉옷을 벗었다.
머리에 쓴 진귀한 보석이 장식된 모자도 벗었다.
하나하나 몸이 무겁고 조이는 예복에서 벗어날 때마다,
샤오룬은 태어나서 그렇게 륜이 보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
이제 된거야,
앞으로 사 년만, 사 년만 더 기다리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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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소흥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륜은 읍내로 옮긴 새 집의 창가에 걸터앉아 청승맞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 이화 부인이 지나가다 그 모습을 보고 청승맞게 뭐하는 짓이냐며 한소리를 했지만
륜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샤오룬이 약혼을 위해 회계로 떠난지 이주 째 되는 날이었다.
처음에는 원래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라니 그러나 보다 했었는데
샤오룬의 부재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륜은 자신의 마음을 자신 스스로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일년에 두 세번씩 샤오룬은 회계에 명절이나 제사를 지내러 올라가곤 했으니 샤오룬의
부재가 낯선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이번만큼은 이리도 마음이 심란한 것일까?
장마 때문에 그런걸까?
왜 자꾸 안 좋은 생각이 드는 것일까?
왜 자꾸... 샤오룬 오라버니가 돌아오지 않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륜은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서 보다못한 이화 부인이 타박을 하기 시작했다.
"한숨 좀 그만쉬렴! 어디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했니?"
그렇게 륜이를 타박하는 이화 부인 역시 속이 좋진 않았다.
그렇지 않은가, 처음부터 알고 허락한 일이었지만 샤오룬이 회계로 약혼하러
갔다는 일에 마음이 편할리가 없는 이화 부인이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이화부인은 평소보다 훨씬 더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화 부인은 창틀에 턱을 괴고 늘어 붙어있는 륜의 팔을 붙잡아 억지로 일으켰다.
"그만하고 가서 심부름이나 하렴,"
어머니에게서 돈을 받아든 륜은 터덜거리는 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비는 보슬보슬하게 내리고 있어 따로 우비가 필요하지 않았다.
여름이긴 하지만 며칠동안 계속되는 비에 이제는 안개까지 더해 조금 쌀쌀하게 느껴졌다.
"에이 엄마는 꼭 시켜도 이렇게 멀리까지 가야하는 데를..."
륜은 투덜거리며 안갯속에서 혹여라도 넘어지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땅이 온통 질척거려 걷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날씨가 춥고 안개가 껴서 그런지 거리를 오가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귀찮아 죽겠네,"
투덜거리며 발걸음을 옮기는데 갑자기 륜은 뒷골이 오싹한 것을 느꼈다.
발소리가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그냥 지나가는 행인이라기에는 그가 자신을 따라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도 아까부터 계속
"헉, 뭐야,"
대범해 보여도 은근히 이럴때는 겁이 많은 륜은 작게 중얼거리며 걸음을
빨리했다. 아직까지 완전히 가시지 않은 공녀 간택때의 공포가 스멀스멀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진흙창이라 걷기가 그리 쉽지가 않은것은 물론이요 잘못하다가는
발이 꼬여 길바닥에 코를 박을 것이었다.
"이씨- 엄마..!!"
반은 신경질적인 울음섞인 신음소리를 내며 륜은 이제 거의
뛰다시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이 걸음을 빨리 하여도 뒷사람과의 거리가 좁혀지기는 커녕
그 사람의 발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는 듯 한게 아닌가!!
뒤의 사람은 진짜로 륜을 쫒아오고 있었다.
륜은 뒤를 돌아볼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차마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도저히 자신의 걸음으로는 저 사람을 따돌릴 수 없겠다 생각한 륜은
손바닥을 펴 자신이 가진 돈이 얼마인지 셈하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뭐야, 십 오전 밖에 안되잖아,
아, 어쩌지... 이것만 받고 그냥 가줄까.."
걸으며 셈을 하느라 약간 걸음이 늦어졌던 륜의 뒤로 누군가의 손이 뻗쳐진건 순간이었다.
"으아아아아악!!!!!!!!!!!!"
낯선 이의 손이 자신의 어깨를 턱- 붙잡는 순간 륜은 자지러지는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횡설수설, 그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지도 않고 다짜고짜 빌기 시작하는데,
"아저씨, 저 아직 어린애에요! 돈도 없구요-
집에 엄마가 아프셔서 제가 수발 들어야 해요!!! 그러니까 저 잡아가시면 안돼요!!!"
그러나 낯선이는 륜의 애걸복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륜의 팔을 양쪽에서 힘껏 붙잡고
끌어당기더니....
이내 곧 륜은 그 낯선이의 품안에 숨이 막힐 정도로 꼭 안기게 되었다.
처음에는 놀라 마구 발버둥을 치려던 륜은 다음 순간, 분명 머리는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륜의 가슴은... 무척이나 익숙한 이 느낌을 기억한다는 듯 갑자기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그 품은 낯설지 않았다.
부모님의 품 만큼이나 익숙한 느낌이었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또 결코 잊을수 없는 이 향기.
"나 돌아왔어..."
이 목소리...
이 웃음소리...
무슨 말을 해야할지 머리가 먼저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마음이 이렇게 외치라고 말했으니까,
이 말 한마디면 된다고,
".........보고 싶었어."
샤오룬은 작은 웃음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 말 너한테 처음 듣는거 알어?
내가 얼마나 멀리 가있든 한 번도 그런 말 한 적 없었잖아,"
륜은 고개를 들었다.
샤오룬의 얼굴에서 희미하던 웃음이 가셨다.
"안 돌아오는 줄 알았어...."
"어째서 그렇게 생각한 거야?"
샤오룬은 애써 웃으며 농담투로 얘기하려 했지만 륜의 얼굴은 좀처럼
밝아지지 않았다.
"몰라,
그냥... 옆 마을에는 홍수 때문에 나무 다리도 다 떠내려 갔다고 하니까...
그것 때문에 그랬나... 왠지.. 오라버니가 돌아오지 못할...것 같아서."
륜은 일부러 퉁명스럽게 말한다.
갑자기 보고싶었다고 한 자신의 말이 부끄럽게 느껴져서 였을까?
이렇게 멀쩡히 돌아왔는데 괜히 걱정했던 그동안에 대한 복수인걸까?
그런 륜의 반응의 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샤오룬은 간신히 웃음을 억눌렀다.
"진짜 바보 같다.
다리가 부서졌으면 다른 길로 돌아올 수도 있고, 또 홍수가 그치면 그때 다리를 다시 지어
건너올 수도 있는건데 말이야, 진짜 바보 같다."
륜은 샤오룬을 잡아먹을듯 노려보았다.
그리고 아직도 자신을 품안에 가두고 있는 샤오룬의 팔을 풀으려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놔!!
나 빨리 엄마 심부름 가야돼!"
하지만 샤오룬의 팔은 어렸을 때와 달리 륜의 미친듯한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전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야!!!!"
자신이 바보취급 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륜이 악을 쓰며
뭐라고 한 마디 따지려는 찰나, 샤오룬은 륜에게 입을 맞추었다.
입맞춤이라기보다는 그냥 번개같은 한 번의 스침이었지만 륜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심부름 안가도 된대.
내가 방금 유모한테 들렀다 오는 길이거든, 별로 필요없는거라서 굳이
지금 살 필요는 없다고 하시던대? 게다가 곧 한바탕 비가 또 쏟아질 것 같으니까
그냥 집에 오라고 하셨어,"
륜은 벙쪄서 샤오룬을 쳐다보았다.
"방금.. 방금 뭐한겨..?"
샤오룬은 이번에는 진짜 웃음을 참을수가 없었다.
륜은 같은 동네에 살던 아랫 지방 출신의 주민들의 영향으로, 극도로 당황했을 때는
이렇게 갑작스러운 사투리를 구사한다는 사실을 잘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뽀뽀"
샤오룬은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륜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는듯 하더니 눈이 뒤집히려 한다.
"상관없잖아, 너랑 나 둘 사이에.
이제 정혼도 했겠다, 무엇보다 어렸을 때도 많이 했는데 뭘 그래?"
"수도 가서 뭘 잘못 먹고 왔니?
니가 지금...나헌티...."
"엄밀히 말해서 빚 청산이라고,
옛날에는 주로 네가 날 덮쳤잖아. 엄마아빠 놀음하자 하면 네가 아빠하고
내가 남잔데도 엄마를 했잖아. 그리고 넌 할 때마다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샤오룬은 말꼬리를 흐리며 능글맞게 웃었다.
륜은 머리가 어질했다.
이게 왠말인가, 빚 청산이라니!! 그리고 내가 오라버니를 덮...덮...쳤다니..
물론 과거에 둘이 심히 심취했었던 엄마 아빠 놀이를 할 적에 주로 자신이 아버지 역을 하고
샤오룬이 엄마 역을 하긴 했었다. 그런데.. 거기서 자신이..그것도 매번 빼놓지 않고
샤오룬에게 강제로 뽀뽀를 했었단 말인가?
"웃기지마!!
난 그런적 없어!!"
"정말?"
그랬던것 같기도 하고..
근데 샤오룬의 분위기가 왜 이렇게 바뀐걸까?
전에는 무언가 좀 더 거리 아닌 거리가 있었던것 같기도 한데
지금은... 딱 샤오룬이 자신을 안고 있는것만큼 가까워진것 같다.
"뭐, 그래도 상관은 없어. 그럼 앞으로 내가 빚을 지면 되니까,"
샤오룬은 짖궂게 웃었다.
그 웃음은 륜에게도 무척이나 낯선 것이었다.
늘 예의바르고 반듯한 이미지의 샤오룬이었는데, 샤오룬이 이렇게 악동같이
짖궂게 웃는것은 그의 어린 시절에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륜은 그 웃음이 무척이나 멋지다고 생각했다.
훨씬 더 편안하고 또... 왠지는 모르겠지만 달콤하게 느껴져서
샤오룬은 륜의 입술에 살짝 입을 포갰다.
아까의 번개같은 스침은 아니었으나 이것또한 그다지 길지는 않았다.
"아직 정식으로 혼례를 올린건 아니니까 여기까지만 할게"
륜이 벙찐 표정으로 샤오룬을 쳐다보았다.
무슨 말을 하는건지, 뭘 여기까지만 한다는 건가
그리고 갑자기 바뀐 조증 수준의 이 열정은 무엇인가!
"오라버니... 정말로, 회계에서 어디 아프기라도 한거야?"
륜이 무척이나 의심스럽다는듯 물었다.
안개 속에서 샤오룬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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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국지색(傾國之色) ~ 서시(西施). 열아홉번째 이야기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어렸을 적에는 왜 이리 시간이 가지 않나, 무척이나 지루해 했었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아, 나는 아직 몇 살밖에 안됬어.
하고 한숨을 쉬고 분해 했던 일이 생각난다.
그때는, 내 주위에 나보다 나이가 많은 또래라면 샤오룬 오라버니 뿐이었으니까.
나는 샤오룬 오라버니가 나보다 세 살이 많은 '예비 어른'으로서 받는 대접이 부러웠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샤오룬 오라버니는 귀족이었으니 당연했던 거였지만 아무도 샤오룬 오라버니에게
꾸지람을 하거나 이것을 해라, 저것을 해라 지시하지 않았었다.
나는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되는 것이라 생각했었고, 그것을 무척이나 부러워 했었다.
언젠가 한 번 그 말을 오라버니에게 하자 오라버니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나이는 마치 등에 지는
짐과 같다며, 한 살 한 살 더 먹는 것은 사실 짐에 그만큼의 짐을 지는 것이라고.
그러니 결코 좋지만은 않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자식, 지도 얼마 먹지도 않았는데도 시건방을 떨었군,
그렇게도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오라버니가 지고 있던 짐은 더 많지 않았나, 그렇기에 오라버니는
자신도 얼마 많지 않은 나이에 그런말을 하지 않았나 싶다.
내가 늘 감탄했던 오라버니의 비단옷과 우리가 정혼하고 나서 가끔 내게 하나둘 씩 주었던
작은 장신구들, 그리고 아무리 어려운 책도 하루만에 읽어내던 오라버니의 뛰어난 지식,
모두에게 받는 귀한 대접에도 불구하고 오라버니의 어깨가 가끔은 너무나도, 그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쳐보였던 것은 그가 그였기에 그랬던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경국지색(傾國之色) ~ 서시(西施). 열아홉번째 이야기]
"정말 안가냐?"
샤오룬은 눈을 부라리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촌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안 간다고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어?"
"야!! 내가 간만에 이 촌구석까지 친히 납시셨는데! 그것도 이 황금같은 휴가도
반납하고! 그러면 네가 내 진정한 사촌으로써 나의 희생을 기리는 뜻으로 조금이나마 내
기분을 유쾌하게 해주는 노력의 시늉이라도 해줘야 하는거 아니냐?!"
"누가 휴가를 이런 촌구석에서 보내라고 했어?"
"실망이다, 형제여.
난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너의 동정에게의 이별...아니, 어른으로서의 한걸음을 좀 더 뽀대나게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 했을 뿐인데!"
"마음은 고마운데 전혀 고맙지 않아"
"사촌아, 네가 뭘 모르나 본데, 사람은 무조건 경험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 동정으로 장가가려면 좀 억울하지 않냐?"
"별로,"
"이거이거, 완전 쑥맥이구만!
이거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몰라"
샤오룬은 코웃음을 치며 웃었다.
그리고 회심의 일격을 가하는데
"사코타는 아직도 네가 기방에 드나드는거 알고 있어?"
그 말에 순식간에 강연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말하지 마!! 말하지 마!!!
그 이름은 입에도 올리지 마!!!!"
샤오룬은 거의 경기를 일으키다시피 하는 강연의 반응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사코타는 이년 전 강연과 약혼식을 올린 강연의 정혼자로 진 대인의 부하장수였던
소장군의 여식이었다. 그리고....
"아, 아직 모르는가 보군. 그러면 내가 친히 사코타에게 이 중요한 사실을.."
"진 샤오룬, 너 사코타한테 그 편지 쓰기만 해봐.
그 날로 우리 우정은 끝이다."
강연의 얼굴은 희다못해 새파랬다.
그랬다. 사코타는 천하에 무서울 것 없는 이 강연이 무서워하는 유일한 존재였다.
"사촌아, 제발.."
강연은 그 우람한 덩치에- 삼 년 사이에 더 커졌다- 어울리지 않게 비굴하게
굽신대며 샤오룬에게 매달렸다.
"너 내가 왜 여기까지 내려온지 알잖아,
사코타 등쌀에 못이겨서 여기까지 온 이 가여운 사촌의 심정을 이리도 무시할 수 있는거냐?!"
지금으로부터 딱 이 년 전, 나이의 두 배는 들어보이는 조숙한 외모와 무서움을 모르는
용맹, 다른 말로는 무식한 성격으로 스스로를 회계의 밤의 황태자라 칭하며 주색계를 주름잡았던
강연의 화려한 역사는 그가 자신의 상관인 소장군의 여식 사코타와 정혼하며 처참하게 막을 내렸다.
"걘 완전히 여자의 탈을 뒤집어 쓴 수도승이라니까?!!!"
강연은 입에 침을 튀겨가며 열변을 토한다.
"내가 걔 때문에 기방 근처도 못 지나가!
내가 기방 문앞만 지나가도 완전! 야, 나는 정말.. 개인적으로 걔가 여자로
태어난게 너무 안타깝다. 걔가 남자로 태어났으면 진짜, 전국 통일은 시간문제다, 시간문제야."
"잘됐네, 네 소원이 전국 통일아니야, 네가 하루빨리 사코타랑 결혼해서
너와 사코타를 반반씩 닮은 아들을 낳는거야, 그러면 돼잖아"
"끔찍한 소리 하지마!!!!!!"
강연의 외침은 거의 절규에 가까웠다.
"강연, 너 단순히 사코타가 너를 기방에 출입하지 못하게 해서 이러는거야?
사실 사코타 같은 여자가 네 취향이라며 좋아했잖아. 너무 마르지도 않고 딱 적당한 몸집에
성격도 당차고, 예의 바르고 무엇보다 네 상관의 딸이잖아"
강연은 자포자기한 듯 눈을 감았다.
"말하지 마라, 내가 왜 그런 허무맹랑한 실언을 지껄였었는지, 가슴 아프다.
내가 소장군 그 영감탱이가 평소답지 않게 알랑방귀 뀌면서 술먹일 때부터
알아봐야 했어. 날 술이 떡이 되도록 먹이더니 자기 딸 얘기를 막 하더라, 나중에 정신
차리고 보니까 혼인 동의서에 지장이 찍힌거 있지.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다음날에는 이미 회계 전체에 나랑 사코타랑 혼인할 거라고 소문이 깔렸있고.
젠장, 그런 상황에 내가 뭘 어떻게 하겠냐?"
"음, 그런 전개의 이야기 어디서 많이 듣던 것 같은데"
강연이 희미하게 웃었다.
"너는 나보다 훨씬 낫지.
흠, 여기 온건 사코타 등쌀 때문에 그런것도 있었는데
사실은 그 륜이라는 소저 얼굴을 보려고 온거야."
"..........."
"예쁘더라,"
샤오룬은 겨우 그거? 라고 묻듯 강연을 쳐다봤다.
"정말 예쁘더라.. 아직 어린데도,
...예인보다 훨씬 더 예쁘더라. "
예인의 이름이 나오자 샤오룬의 입에서 미소가 완전히 걷혔다.
"일 년도 채 안남았어, 너와 예인의 혼인"
"알고 있어."
"네가 삼 년전에 나한테 한 말, 아직도 변함 없는거야?"
"없어."
강연은 어쩔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전에는 네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그 소저 얼굴을 보니까 네가 왜 그렇게
미치는지 알것 같더군. 하! 나도 전국의 왠만한 기방이란 기방은 다 돌아봤는데도
그런 절세미인은 처음이더라. 성품도 밝고 예의 바른게...
"하지만 샤오룬,
그 소저는 어쩌면 네게 너무 위험할지도 몰라.
"그녀는 우리와 같은 사람이 아니야.
전쟁터에 가면 하늘이 내린 재능을 가졌다는 훌륭한 장수들을 많이 보지,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자들이 있어. 정말 태양도 달도 그 한 사람만을
비추는 것처럼. 그들은 우리와 달라, 선인과 인간처럼 어울리긴 어울리되 결코 함께
섞일 수는 없어.
그 소저는 그런 사람이야."
강연은 간만에 그답지 않은 차분함을 유지하며 이야기를 해나간다.
"아직까지는 시간이 남았어,
그러니...큰 할아버님께서 전에 하신 말씀을 잘 생각해 봐."
샤오룬은 조부의 말을 머리에 떠올렸다.
륜은 마치 심해의 크고 빠른 해류와 같다고, 도저히 어디로 가는지 그 끝이
보이지 않은채 주변의 모든것을 빨아들이는 무시무시한 운명의 흐름,
그리고 그 흐름과 기운은 륜이 자라면 자랄수록, 그녀가 아름다워지면 아름다워질수록
더욱 더 강해지고 있다고.
샤오룬은 륜을 떠올렸다.
륜.. 이제 얼마후면 완전히 자신의 여인이 될 륜.
그 숨막힐 듯한 아름다움,
생각만 하더라도 자신에게 이토록 가슴이 아플정도로, 심장이 터질정도의 기쁨과
환희를 주는 그녀를 포기할 용기가 자신에게는 있을까? 아니, 단 한 번이라도
상상 해본 적이 있나?
답을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오, 다.
샤오룬은 단 한 번도 륜을 포기한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설사 그것이 자신을 죽이게 되는 일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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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번째 이야기부터 본격적인 성인물(아놔, 이 어감 어쩔거야-_-;;)이에요ㅎㅎ
재밌게 봐주시고
댓글... 남겨주ㅅㅔ요~~(강호동 버전이에욤ㅋㅋ)
첫댓글 와웅
1빠야 ㅜㅜ 사랑해ㅜㅜ 이번 편 너무 좋았어요! 그,근데 뭔 성인물.. 주인공들이 다 크고 나서의 얘기가 시작되는 건가요? 기대되요!!
ㅎㅎ 좀 길죠? 이제부터는 주인공들이 다 크고 나서의 이야기에요~ 아, 완전히 다 크고는 아닌가? 아직 청소년이니까-_- 어쨌거나 아동 딱지는 땠세요~ㅎㅎ
꺄!! 드디어 드디어 성인물로 바뀌는군요!!!( 뭐지 이 이상한 느낌은..;; ) 숨막힐 듯한 아름다움을 지닌 륜이가 너무나도 보고싶어지네요!!!!! 다음편을 기대하면서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ㅎㅎ 성인물-_-;; 역시 어감이 야시꾸리하네욤 이거 말고 다른 말은 없을까요? A물이라고 해야하나..어덜트물~? ㅎㅎ
다음편 기대되요!!!! 얼른 보고싶네용ㅎㅎㅎ
감사합니다~ 얼렁 다음편 올릴게요^^
ㅋㅋ성인물에서 빵터지고 예인이 쪼꼼은불쌍하구....강호동버전이라는 주세요를 읽으면서 강호동 억양으로 떠올리고있었다는 ㅋㅋ
ㅎㅎ 요즘 강호동이 그거 엄청 밀죠?ㅎㅎ 일박이일 완전 사랑해요!ㅎㅎㅎ 그리고 승기도-_-////
담편 담편 너무 기대 되요 감동 감동 그동안 계속 안올려져있기에 이대로 연재 중지인가 생각했엇는데 넘 감동이에욧옹
연재중지라니요~ ㅎㅎ 좀 늦어지기는 해도 연재중지는 절대 안할거랍니다>ㅁ<
으항성인물 넘넘 기대되요ㅠ륜이가 얼마나 아름다워졌을지 요즘 넘넘넘넘넘 잼써요성실연재 굿이에용^^*
ㅎㅎ 성인물 너무 기대하시는데요? 근데 아직 애들이 빨간딱지 연기하기에는 아직도 어리니까-_-;;;(내가 더 변x인가?) 당분간은 건전하게 갈 거에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