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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각스님 이야기
석가모니는 불자가 아니었다.
예수도 기독교인이 아니었다.
그들이 종교를 만들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개신교의 가르침은 많은 부분 예수 이후에 생긴 것들이다.
종교가 종교다워지려면 보편적 윤리, 사랑하고 베푸는 마음을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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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자 / 신앙이 아니라 윤리로 가야 한다는 말은, 예수나 부처에 대한 신격화 혹은 숭배를 경계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스님 / 종교는 인간이 만든 형태일 뿐이다. 종교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생활에서 실천해 나갈 때 참종교가 된다.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한 마지막 말씀은 '나의 말을 믿지 마라. 내가 말했기 때문에 믿으면 안 된다'였다. 맹목적인 믿음은 종교의 독이다.
#질문자 / 왜 한국을 떠나셨나?
#스님 / 아까 보지 않았나. 법당에서 기도하시던 분들이 연예인이 온 줄 알고 달려나오더라. 내 죄다.
애초에 내가 무슨 계획을 세워서 유명해진 것은 아니지만, 수행자로서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매스컴을 통해 갑자기 유명해지니 법회, 특강, 주례, 인터뷰 요청이 줄을 이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회의가 들었다.
#질문자 / 하버드 출신이라는 것, 외모가 출중하다는 것이 폭풍인기에 한몫했다.
#스님 / 그래서 창피했다. 수행자는 사람들이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 되어야 하는데, 나의 겉모습은 사람들에게 유혹만 주었다.
일본에 아름다운 비구니 스님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보면 사랑에 빠지고 고통스러워했다.
그러자 비구니 스님이 칼로 자신의 얼굴을 난도질했다. 내가 그 비구니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다는 말은 아니니 오해 말라.
비슷한 심정이었다는 얘기다.
#질문자 / 떠나야겠다는 생각은 언제 처음 하셨나?
#스님 / 2004년 숭산 스님 열반하시던 날, 바로 떠났어야 했는데 한국 불교의 세계화라는 은사 스님의 일이 안정될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 했다.
#질문자 / 한국 불교계와 갈등이 있었나?
#스님 / 그렇지 않다.
#질문자 / 일부에서는 현각을 마뜩잖게 여기는 한국 스님들이 적지 않았다고 하더라.
#스님 / 모르겠다. 만일 그랬다면 나의 스님답지 않은 언행,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법회할 때 하도 요란스럽게 하니까 주위에서 '스님이 그러시면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말했다. 나는 한국 스님 되려고 온 거 아니다. 참나를 찾으러 왔다.
#질문자 / 스님은 늘 한국 불교를 예찬만 하시더라. 떠나 계시니 이제 쓴소리 할 때도 되지 않았나.
#스님 / 가르침만 받았다. 누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질문자 / 그러지 마시고 한 말씀 해달라.
#스님 / 당신이 미국 우리 집에 와서 2~3주 살다 나가면서 저 집은 이렇더라 저렇더라 흉보면 우리 가족은 큰 상처를 받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다.
#질문자 / 법정 스님과는 어떻게 알게 됐나?
#스님 / 2004년 봄, 스님이 나를 길상사로 부르셨다. '깨달음의 거울'이란 책을 주시며 영문으로 번역해달라 부탁하셨다. 고사했다.
난 학자도 아니고, 한자도 모르는 수행승이지 않나. 그런데 스님이 '네가 공부 열심히 한다는 소리 들었다, 번역할 자격이 있다' 하시더라.
서산대사가 조선시대에 쓴 책을 서양인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보수적인 직역보단 의역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언어가 필요 없는 음악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고 싶었다.
#질문자 / 법정 스님은 어떤 분으로 기억하나?
#스님 / 모범 수좌. 한 치 흐트러짐 없는 반듯한 수행자.
#질문자 / '오두막에 살면서 수행정진 하고 싶다'고 하자 법정 스님이 '자네는 살 수 없다'고 하셨다던데.
#스님 / 나처럼 키 크고, 코 크고, 얼굴 허연 승려가 와 있으면 이 마을 저 마을로 소문이 나니 조용히 살기 힘들 거란 뜻이었다.
#질문자 / 오두막에 살고 싶으셨나?
#스님 / 물론이다. 잠시 산으로 들어간 적이 있다. 그런데 등산객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알아보더라.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질문자 / 하버드의 엘리트를 한국의 절간으로 불러들인 숭산 스님은 어떤 분이었나?
#스님 / 가끔은 아버지였고, 가끔은 어머니였다. 코치이자 트레이너였고, 영웅이자 원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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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각 스님은 미국 뉴저지의 보수적인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9남매 중 일곱째였던 현각은 예일대,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과 하버드 대학원에서 종교철학을 공부했다.
칸트, 키에르케고르, 하이데거 등 독일 철학에 심취했고 쇼펜하우어를 통해 불교를 처음 접했다.
하버드 재학시절 화계사 조실 숭산 대선사의 설법을 듣고 출가를 결심한다.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스님 물음에 할 말을 잃자, '하버드 학생이 자기 자신을 모른단 말인가?' 하며 껄껄 웃으시더라.
완전히 다른 세계, 다른 코드였다.
#현각스님 #조선일보
첫댓글 나무관세음보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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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뱌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