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수정안을 국민투표에 붙이자는 주장이 여권 일각에서 솔솔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수정안을 국회에 상정해서 통과시키기에는 박근혜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친박진영의 반대가 확고하여 국회에서 과반수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러니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에 앞서, MB의 국정수행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박근혜의원에 대한 국민의 인기도보다 높게 나오고 뱅쿠버동계올림픽에서 5위라는 좋은 성적도 올리고 했으니 이런 좋은 분위기를 타서 국민에게 수정안을 내밀면 통과가능성이 높다는 계산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수정안을 국민투표에 붙이기 전에 우리는 다음 몇 가지 의문점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본다.
첫째 우리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선 문제되는 점은 행정부의 수 개 부처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법안을 수정하는 세종시수정안이 헌법 제72조가 규정한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해당하는가 여부이겠는데, "四捨五入"에 필적할 기상천외의 논리가 고안되지 아니하고는 세종시수정안을 헌법 제72조상의 국민투표가 가능한 정책으로 볼수는 없다고 하겠다.
혹자는 대통령의 행정권에는 헌법 제72조가 규정한 정책이외의 사항에 대하여 투표를 통하여 국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권한이 포함된다는 기발한 의견을 제시할 지도 모르나 헌법과 법률 그리고 예산에 따라 그 권한을 행사해야 할 대통령이 법률에 기하지 않고 예산에 정해져 있지 않는 국민투표를 시행함은 위법행위로서 탄핵대상이 된다고 하겠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인기가 높고 여소야대의 국회인 상황에서 정부가 발의한 법안을 수시로 국민투표, 정확히 말하자면 대국민인기투표에 붙여 통과시킨후, 이를 국민의 명령이라고 국회를 압박한다면 이는 대의민주정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다.
둘째, 어떤 훌륭한 궤변이 통하여 이 수정안이 국민투표에 붙여져 통과되었다고 해도 그 통과가 국회의 수정법안에 대한 의결을 갈음하는 효력이 없음은 헌법 제72조의 규정상 명백하다. 이것은 입법상 미스가 아니며 극히 타당한 입법태도로 보인다. 그 이유는 대통령이 demagoguery(민중선동)으로 국회로부터 입법권을 탈취하는 수단으로 헌법상 국민투표제도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이해된다. 그러므로 국민투표로 수정안이 통과되어도 수정안은 법률안으로 국회에 상정되어 의결을 거쳐야 하며, 국회의원들은 정치적으로는 압박을 받겠지만 자기의 정치적 소신상 국가를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면 수정안에 반대할 수도 있다. 생각하건대 많은 국민들은 세종시수정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하면 별도의 국회의결이 없어도 법적효력을 갖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으므로, 정부와 언론기관은 그러한 사실, 즉 국민투표를 통과해도 법적효력은 없으며 국민투표는 국민의 의사를 권위있게 측정하는 리트머스시험지의 역할에 그친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공지할 의무가 있다고 하겠다. 한편 입법론으로는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와 궤를 같이하여 국회의 의결이나 동의가 있은 후에 그 법률이나 조약을 국민투표에 붙여 확정하거나 폐기하도록 함이 좋지 않을까 한다.
세째, 세종시수정안을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주장에는 법적 문제를 떠나 상식에 비추어 보아도 불공정하다고 생각된다. 충청도, 최소한 충청남도의 유권자들은 세종시법(원안)에 의하여 상당한 기대권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원안을 수정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그 기대권이 부당히 박탈되어져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러나 수정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이루어진다면 모든 유권자는 일인일표이므로 충청도민 의 기대권이 고려되지 않게된다. 삶의 터전을 내준 연기,공주군민과 예를 들면 서귀포시민이 세종시수정안에 대해 똑같은 한표를 갖는 것이 타당하고 공정한가? 우리 상법 435조는 예컨대 우선주를 가진 주주들이 손해를 보게되는 정관변경을 하려면 전체주주총회의 결의에 추가하여 우선주주주들의 주주총회결의가 필요하도록 규정하여 소수의 권익을 보호하며 공정을 기하고 있는데, 이런 좋은 제도의 취지가 세종시수정안의 처리과정에 적용함이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이미 보호받아야 마땅한 기대권을 가진 충청도민에게 먼저 수정안의 가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공정한 것 아닌가? 물론 이렇게 충청도민에게 먼저 가부를 묻는 국민투표방법은 현재 없다. 그렇다면 불공정을 내포한 일인일표식 국민투표는 이 세종시수정안에 대해선 사용해서는 안되지 않는가?
어찌되든 가부간에 세종시건은 올해내에 결말이 날 것이고 그러면 정치권은 개헌문제로 입씨름깨나 할 것같다. 내 생각엔 우리 헌법이 현재 우리 수준에 맞는 것같다. 다만 한 조항만 개정을 제안하고 싶다. 헌법 제67조4항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하여야 한다."의 마지막부분을 "선거일 현재 20세에 달하여야 한다."로 개정함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뱅쿠버의 영웅들같은 젊은이들에게 우리나라의 앞날뿐만 아니라 지금도 맡기고 싶다.(끝)
첫댓글 결코 열어서는 안되는 판도라의 상자가 대중 민주주의와 엘리트 민주주의의 대결로 가는 것이지요. 문화혁명이란게 이런 발상의 극단적 경우겠지요. 미국헌법은 사법부 우위로 엘리트 민주주의를 교묘하게 짜 넣었다 하여 그 헌법 기초자들의 혜안에 감탄한다 들었습니다. 우리는 행정권 우위의 헌법과 단기적 소영웅주의와 실적주의에다 대중의 맹목적 감성에 호소하여 엘리트들의 이성을 매도하는 그릇된 정치문화가 맥을 잇고 있는 것 같네요. 의회민주주의가 자리잡은 영국외에는 이러한 대중동원의 유혹을 이겨낸 나라가 아마도 없을 것 같습니다. 헌법학자나 헌재재판관들도 정치적 입장에서 자의적 해석을 하는 것을 보면, 어이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