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그냥
추억이고
기억이고
경험이다.
과거라는 이름 속에는 늘 추억과 기억, 그리고 경험이 고여 있는 것이다.
2011. 10. 13 내 아들은 논산훈련소라는 곳엘 갔다.
말만 들었던 '논산 훈련소'라는 곳이 이렇게 가까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어느날 어느 순간부터 아주 친근하고 익숙한, 피할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사흘전에 아들은 떠났다.
낡아빠진 허름한 후드 티셔츠를 입고
원래 먹지 않는 아침을 거르고 '강남 고속터미널'로 갔다.
아들의 절친인 녀석이 논산까지 따라간다고 해서 우리 부부는 그냥 그곳에서 아주 쿨하게 굿바이... 하고 차를 돌렸다.
1시 반까지 입소해야 한다고 해서 시계가 1시를 조금 넘은 시간에 혹시나 하고 전화를 해 보니
'전화기가 꺼져 있습니다......' 가슴이 철렁했다.
미리 준비를 마치고 전화기를 끄고 가방에 넣었나 보다.
4주 동안 아들은 훈련을 받고 돌아온다.
마음이 심란하지만 어디에다 대고 하소연하거나 위로를 받기도 애매하기만 하다.
2년을 꼬박 근무한 아들 친구 앞에서도 그렇고
방금 제대를 한 조카 앞에서도 그렇고,
몇 달 전에 훈련소 입대하고 강원도 철원으로 배치 받아 간 조카 녀석을 생각하며 더 그렇다.
그래서 말도 못 하고 슬금 슬금 눈치를 보면서 나는 남편에게 안달을 할 뿐이다.
까다로운 녀석이 밥이나 제대로 먹어낼까?
예민한 녀석이 소음에 못 견디는데 잠이나 제대로 잘까?
성격 까칠한 놈이니 시크한 표정으로 내내 다른 사람 신경 쓰이게 하는 것은 아닐까?
.......
생각이 끝이 없다.
남편은 아무 걱정도 말라고 한다.
환경에 적응하며 사는 법도 배워야 하고
남자답게 고된 역경을 돌파해 보는 경험도 필요하다고....
굶어 보기도 하고, 고달퍼 보기도 해야 한다고....
.....
그래... 그렇지.... 너무 과보호해도 안 되는건데... 그래 군대 가서 고생 좀 해야 해.....
마음이 오락가락 헤매인다.
아들이 비운 자리가 너무 커서 우리 부부는 왠지 고아 같은 기분이 된다.
아들 침대에서 밤잠을 자고 그녀석이 벗어 던져 놓은 옷가지를 정리하면서 4주후를 기다린ㄷ.
잘 할거야, 잘 하고말고......
이 보다 더 마음 고생 심한 일도 잘 헤쳐 나왔고
십년이 넘는 미국살이도 홀로 잘 해 온 녀석인데.....
점심을 먹고 훈련소에서 보내 온 문자를 보고....
훈련소 홈 페이지를 찾아 아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아마도 낼 아침이면 그 녀석은 엄마의 편지를 읽을 것이다.
세상이...... 참 다양한 일들을 만나면서 살아가게 한다.
오늘의 일기가 내일은 역사가 되겠구나....
혼자서 중얼중얼 하루를 보낸다.
첫댓글 에고 아드님이 입대를 하셨나 보네요. 저도 남친 군대보내고 4주 참~힘들었는데 아니 그때는 5주였던거 같아요. 근데 돌이켜보니 그때가 제일 소중한 추억이 되었네요. 분명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실 거에요.
코코아님 남친도 그랬나요? ㅎㅎ 소중한 추억 잘 지켜 가세요.
엄만.. 아들이 참 그리웁니다.
그리고.. 자꾸 자꾸.. 남자 다워 지는 아들이 의젓해 그리울 것입니다. ^^
국장님 화이팅 ~!
날고도 화이팅! 날마다 화이팅!!!
제가 군대 갔을 때 제 어머니 마음이 이랬겠구나... 하며 읽었습니다. 오늘 어머니 뵈면 좀 더 살갑게 인사 드려야겠습니다.
제이디님이 군대 갔을 때 어머니 마음은 저보다 훨 더 많이 그리워하셨을거에요. 전 뭐 대충 불량한 엄마라서 이정도이지만.... 효도르가 되시길...
건강하게 잘 다녀올겁니다.
제비꽃님에게도 아드님에게도 훗날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추억과
서로의 애틋함을 확인하는 그런 시간이 되시겠지요.
그리움이 꽉 차면 그때 나타나겠죠...건강하고도 낯선 남자(?)의 모습으로...
쌩유!!!
저도~ 펙북에서 사진봤는데.. 표정에 힘이 있어 보기 좋았어요!
항상 좋은말만 해 주는 랜디, 땡큐... 고마워!!! 근데 마술 심화과정은 언제 하남?
제가 알기로는 훈련소 생활 중에 인터넸을 개인적으로 접할 수는 없고 일과 후에 메일편지 온 것들을 출력해서 나누어주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각 개인마다 혹은 각 방마다 편지온 횟수로 재미있는 경쟁과 포상도 있다고 알고 있어요 . 여러 사람이 여러번 보내주는 것이 훈련소분위기상 좋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와 우리(마음을 연구하며 나누는 친구 아이가!) 모두가 보내 볼까나요~~~~주소 알려주시면...
이런 휼륭한 생각을 해 주시다니요...ㅎㅎㅎ 어제 손편지를 받았어요. 사이트에서 편지는 남기는데 아직 군대 담당자가 열어보지 않은 것 같아요. 답답하네요. 그녀석은 23연대 5중대 4소대 179번 설현준이랍니다. 국군 아저씨께 쓰던 위문편지가 생각이 나네요.
편지를 보내기 위한 사이트 주소는요? 오빠~ 하며 보내주는 것이 나을 까요! 아줌마는 아무래도 재미없겠죠...
모두 여자 후배가 되어서 보내지요..... 선임들이 잘해줄걸요.....
군대란 곳이 사람을 일시적이나마 단순하게 만드는 곳이예요..... 설현준 여자 후배, 동생 될 누나, 아줌마들 ~ 보고 있죠
근데, janu님의 마음이 정말 고맙습니다. 어제도 많은 편지를 보냈어요. 제가 3통이나 보냈으니 괜찮아요.
ㅎㅎ 말씀만으로도 무지 행복해졌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고 낼 스터디 나오시면 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