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재학시절 누구나 국어와 수학의 애정도에 따라
문과에
갈것인가, 이과에 갈것인가를 고민했을 것이다.
문과를 선택했던 이들이라면 '혈의 누' 라는 제목에
이인직이라는 인물이 바로 연상
되었으리라...
신소설의 효시라고 배웠던것만이 어렴풋이 기억나는
이인직의 '혈의 누'.
그러나 김대승의 두번째 장편
<혈의 누>는
이인직의 그 신소설과는 시대적 배경을 제외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다.
영화 <혈의 누>는
직역하자면
영화의 마지막 임펙트를 남겨준 바로 '血 雨' 를 말한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때문에 하늘에서 끔찍한 피비가 내리게
되었는가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조선말, 제지업이 번창했던 외딴섬 동화도.
나라에 바칠 종이가 배와 함께 불타는 사고가
발발하고
마을의 분위기는 점점 흉흉해진다.
그리하여 매서운 눈초리에 철투철미해보이는
우리의 차승원형사나으리가 파견되기에
이른다.
그후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살인사건과
7년전 천주교도라는 이유로 가족이 몰살당했다는 천호진일가의 이야기가
얹혀지면서
초반부터 영화는 정신없이 일사분란하게 흘러가며
관객들의 집중력을 테스트하는 실례를
범한다.
한국영화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범죄 미스테리의 외피를 두루고,
여기에 잔혹하고 피비린내나는 살인행각에
상업적으로 불리한 시대극이라는 엇박자가 만나
서로 융화되지 못할것 같은 요소들을 꿰어맞추며 새로운 장르영화로
둔갑한다.
<혈의 누>의 이부분이 혼란스럽다.
그나마 비교적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와
오현경,박용우를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이 뒷받침이 되었기에 망정이지
돈만쳐발라 비쥬얼로 겉멋만 부린
국적없는 영화가 될뻔한 위험요소를
덜어냈다.
김대승역시 <번지점프를하다>로 한국멜로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켰던
장본인인 만큼 5년이라는 공백기를 그냥
놀지만은 않았다라는 것이 어느정도는
입증된 셈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좋은 시나리오와 역량있는 감독이라는 최상의
제작환경에
비해 다루고자 하는 메세지를 어떻게 관객과 호흡하느냐라는
대중친화적인 방법론에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즉,
시대적으로는 근대문명을 상징하는
이원규의 냉철함과 동화도 내에 잔재하는
무속신앙과의 마찰이라는 커다란 줄기에
인간이 지닌
잠재된 이기주의의 심리묘사가 극단적으로 표출된다.
이것은 참혹한 살인방법과 피비로 대변되면서
새로운것과 옛것의 충돌로 혼란했던
시대를 인간의 욕망과 결부시킨다.
그래서 <혈의 누>는 감독의 과욕으로 보여주고 싶은것은 많은데
요점정리가 안되는
산만한 사진집과도 같다.
그래도 그의 실험정신과 열정만큼은 인정해 주기로 하자.
김대승의 차기작은 멜로였으면
좋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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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