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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3 기후정의행진, 천주교도 대거 참여
가톨릭교회가 23일 서울 중구 시청역과 숭례문 인근에서 열린 9.23 기후정의행진에 동참했다.
가톨릭기후행동 등 천주교 단체, 교구, 수도회, 본당 단위에서 개인까지 수많은 참여자는 기후정의행진에 앞서 서울역 부근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는 유경촌 주교(서울대교구)와 각 교구, 수도회 사제 30여 명이 공동 집전했다. 미사를 통해 생명을 살리는 삶으로 전환하기 위해 더 크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며,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세상을 만들자고 이웃들과 정부에 촉구했다.
강론에서 유 주교는 지난해 파키스탄에 이어 올해 리비아에서도 홍수로 큰 피해를 있었다고 언급하며 기후위기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우리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제대로 된 대책이 없고 오히려 기후위기 주된 원인인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한국이 이산화탄소 배출 7위라며,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라면 그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기후위기 극복 대안으로 위험성이 있는 핵발전소는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얼마 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경북 울진에 있는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2호기 운영을 허가했다. 그러면 8기가 가동돼, 울진은 세계에서 원전이 가장 많이 밀집한 지역이 된다”고 말했다.
유 주교는 석탄과 위험한 핵발전 정책을 포기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시급한데도 잘되지 않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의 목소리가 작아 묻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끄러운 거리에 모인 것이 하느님 자녀로서 각자 일상에서 기후위기 시대에 맞게 잘살아 보자고 각오를 다지는 뜻도 있지만, 동시에 우리 각오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확인하고, 이웃과 정부 당국에 촉구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편안한 삶에 대한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생명을 살리는 생활 방식을 지키며 그러한 삶을 더 크게 외치는 것이 생태 사도로서의 삶임을 강조하며, 이날 행진이 좋은 열매를 맺길 바란다고 말했다.
9월 23일 서울역 부근에서 923기후정의행진 미사를 집전하고 있는 유경촌 주교와 사제들. ⓒ배선영 기자
9월 23일 서울역 부근에서 923기후정의행진 미사를 봉헌했다. ⓒ배선영 기자
923 기후정의행진 부스에서 걸린 그림과 글. '위기를 넘는 우리', '자본주의에 대안이 없다는 거짓말을 버려!'라고 쓰여 있다. ⓒ배선영 기자
미사 뒤 참가자들은 서울 시청역 부근까지 행진하고 9.23 기후정의행진 본 행사에 동참했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3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으며, 서울 말고도 대전, 부산, 제주 등에서도 모여 행진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기후위기는 안중에도 없는” 정부를 비판하고, “돈보다 생명, 자본보다 노동, 개발보다 생태, 경쟁보다 공존, 성장보다 번영이 우선해야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정의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또 “권력자들이 역사를 거슬러 퇴행을 거듭할 때, 우리는 기후위기의 최일선에서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기후위기 한복판에서 모두가 존엄하게 살아갈 새로운 길, 기후위기를 넘어 다른 세상을 여는 새로운 길로 행진하자고 외쳤다.
이들은 “▲기후재난에 죽지 않고,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 보장 ▲핵발전과 화석연료로부터 공공 재생에너지로,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 실현 ▲철도 민영화를 중단하고 공공교통 확충 ▲신공항 건설, 국립공원 개발 중단 ▲대기업과 부유층 등 오염자에게 책임 묻고,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라”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위의 요구안 또는 각자가 만든 손팻말을 들고 두 방향으로 나누어 각각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정부종합청사로 향했다. 행진 중에는 바닥에 죽은 듯이 드러누워 기후위기로 멸종하는 상황을 표현하는 다이인(die in) 퍼포먼스를 벌였다.
기후정의행진은 종교, 시민단체, 정당, 노동조합, 청소년 등 각계각층 600여 단체가 모여 만든 ‘9.23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가 개최했다. 천주교에서는 가톨릭기후행동, 가톨릭농민회, 멸종반란가톨릭, 예수회JPIC,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 더나은세상,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평내 성당, 한국천주교 남자수도회 정의, 평화, 환경 전문위원회,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등이 참여했다.
3만여 명이 참여한 이번 기후정의행진에 천주교 단체와 수도회, 성당에서 대거 참여했다. 기후정의행진에 동참한 천주교 단체들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배선영 기자
미사 참가자들이 시청역 부근에서 열리는 923 기후정의행진 본 행사에 동참하기 위해 행진하고 있다. ⓒ배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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