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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 적과의 동침
"저, 한지원 선생님 어디 있습니까?"
"네? .....누구신데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묻는 어느 여선생님께 경찰공무원증을 내밀고 대답했다.
"잠시 조사할게 있어서요. 어디 있습니까?"
"아..... 지금 수업 들어갔을거에요. 잠시후에 수업종이 치거든요, 조금만 기다리시면 나올거에요."
"네, 감사합니다. 여기 있어도 되나요?"
"예.... 한지원 선생님 자리로 안내해드릴까요?"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친절한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어느 곳으로 가니 그녀의 담당과목인 영어 자습서들이 책꽂이에 꼽혀있었다.
열심히 하시라며 인사를 하고 가는 여선생님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옆에 가만히 서있던 지성에게 말을 걸었다.
"왜 말이 없냐?"
"와, 나 지금 좀 당황했다."
"왜?"
"니가 막 그 공무원증 내밀고 하니까 좀 당황스럽다."
"나도 니가 가게에서 손님들한테 웃으면서 여기 있습니다, 하는거 보면 그럴걸."
"엿먹어. 근데 왜 이렇게 선생님들이 없냐? 오랫만에 선생님들한테 인사 좀 하고 가려했더니."
"수업시간이니까 그렇지, 병신 아냐?"
"미안하다, 씨발아."
특별히 신경 써 조용히 말했지만 그보다 더 조용한 이 교무실안의 정적은 적나라하게 우리의 대화를 들려주고 있었고
그것을 채 알아차리지 못했던 우리는 교무실 안에 남아있던 몇몇 선생님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서야 입을 다물었다.
어찌 된 일인지 다 모르는 사람들이다. 선생님들 물갈이라도 한건가. 그래도 한지원 선생님은 남아있다니 다행이네.
그렇게 새로운 선생님들을 관찰하는 사이 익숙한 종소리가 들려왔다.
종소리가 들리자마자 시끄러워지는 학교 안. 우리도 이랬었는데, 큭큭.
"몇 년이 지나도 쉬는시간 되자마자 시끄러워지는건 똑같네. 안그러냐?"
"그래. 니가 제일 심했지."
뭐 이 새끼가? 하고 눈을 번뜩이는 한지성을 외면하고 있을 때, 저기 있는 교무실 문쪽에서 걸어오고 있는 한지원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지성도 그걸 본 것인지 왔다, 하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한지원 선생님은 혼자가 아니었다.
물어볼 것이 있는지 쫑알쫑알 그녀의 뒤를 따라오며 한 손에는 문제집을 들고 한 손에는 펜을 잡은 채로 졸졸 따라오는 한 학생.
이윽고 그 학생의 말이 멈추고 그녀가 그 학생의 문제집을 쳐다보며 뭐라뭐라 말하다 우리의 시선을 느낀건지 고개를 들었다 걸음을 우뚝 멈췄다.
잠시동안 그런 상태가 지속되다 정신 차린 한지원 선생님은 학생에게 소곤소곤 뭐라고 말하고, 우리와 그녀를 번갈아보던 그 학생은 곧 뒤돌아 점점 사라져갔다.
그리고 그녀는 우리에게 다가왔다.
"어머........ 의건이랑, 지성이 아니니?"
"예, 오랫만에 인사 드립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그래그래, 그런데 무슨 일로? 선생님 보고싶어서 온 건 아닐테고."
눈치도 빠르시네. 교과서와 문제집을 자신의 책상에 내려놓고 우리를 올려다보던 그녀는 이내 나가자는 손짓을 했다.
".....그러니까, 의건이 니가 형사라고?"
"예."
"어머, 왠 일이야. 잘 어울리네. 미국가서 공부 열심히 했나봐?"
"......그렇죠."
진지하게 할 말이 있다는 우리의 말에 한지원 선생님은 한적한 곳으로 우리를 데리고 왔다.
이 학교를 다닐때 익히 와본적 있는, 뒷뜰의 의자.
"지성이 너는, 가게한다고?"
"네, 많이 오세요."
"그래, 선생님이 꼭 한번 갈게. 근데 뭐가 궁금해서 바쁘실 형사님이랑 사장님이 같이 납셨어?"
"아. 그, 전에 저 학교 다닐때 전학왔던 애 있잖아요. 박규원이라고...."
"아, 규원이? 어, 알지~ 그 애가 왜?"
"저 미국가고 나서, 갑자기 학교 안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그랬어."
그 때 일을 회상하는 듯 약간 얼굴이 찌푸려진 채로 손에 든 커피가 든 종이컵을 만지작 거렸다.
나는 어떤 정보를 얻게될까, 하는 궁금함에 꿀꺽 침을 삼키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왜..... 안나온거죠? 전학갔나요?"
"글쎄. 아마..... 그랬을꺼야. 계속 무단으로 학교를 안나오길래 가정환경조사서에 적힌 어머니의 휴대폰번호로 전화를 걸었지.
그랬더니 아프다고 학교를 못 나갈것 같다더라. 그래서 언제까지 못나오냐고 물어봤더니 그냥 자퇴 처리 해주라고 하시던데."
".....그래서, 박규원은 자퇴 처리 됐습니까?"
"응."
"자퇴하려면, 부모님 도장 필요하잖아요. 박규원의 부모님이 직접 오셔서 도장 찍고 갔습니까?"
"그 규원이 아버지 비서라는 사람이 와서 대신 찍고 갔어. 회장님이 바쁘다고 그러시더라."
....................아파서....
"왜.... 어디가 아프다고 하던데요?"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더라. 어쩌면 영영 일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했어."
".....그 전화를 드린게 언제죠?"
"규원이 학교 안나오고나서 한 10일정도 뒤에...."
제대로 맞았구나, 박규원.
"어쩌다 다쳤다고는 말 안했습니까?"
"아. 그 어머님이 정말 걱정하시는 모양이더라구. 울먹이는 목소리로, 뭔가에 심하게 여러번 맞았다고 의사가 그랬데. 분명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한것같다던데."
"....박규원이 누구에게 맞았는지 모른답니까?"
"수술하기전에 잠깐 정신이 있었나봐, 계속 누구냐고 물어봤는데 모르겠다고만 대답했다더라. 그리고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모르긴 뭘 몰라. 알잖아, 나인거.
니 눈앞에서 니 머리를 그렇게 날려버렸는데 어떻게 나인걸 몰라.
넌....... 그렇게 됐으면서도 그 게임이란걸 계속 하고 싶었나봐?
하긴, 너에겐 니가 맞는것도 게임의 일부였겠지. 어쩌다 한번 있는 패배정도?
절대 지고사는 성격은 아니니 이번엔 정말 햇빛 못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하.....
그나저나 참 아까워. 그렇게 죽었다면 쉽게 끝났을텐데.
결국 넌 기적같이 살아났고, 나는 다시 니가 숨쉬고 있는 이 땅으로 돌아왔고.
그 때나 지금이나 다를게 없네.
큭큭 웃는 나를 이상하게 보는 선생님과 한지성의 시선을 알아차리고 나서야 웃음을 멈추고, 다시 묻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뒤로 박규원의 생사여부는 알지 못한겁니까?"
"응. 그 뒤로는 전화도 안됐지."
"박규원의 주소, 알수있을까요?"
***
흰 메모지에 적힌 주소를 따라갔더니 왠 고급스런 주택이 눈앞에 들어왔다.
".......박규원 존나 잘사나보다, 씨발. 부럽다."
그래, 내 생각도 그래. 인정하기 싫지만 존나 부자네.
내가 조금 더 멍했다면 입벌리고 쳐다보고 있을 그런 집이었다.
정말....... 뭐라고 해야할까. 마치 영국에 와 있는듯하다.
밖에서도 보이는, 넓게 펼쳐진 정원. 그리고 성같은 집. 남부러울거 없이 살아온 자식이 왜 그런 미친짓을 하고 돌아다녔는지는 궁금하지도 않다.
"근데, 이거 진짜 박규원집 맞냐? 이사했을수도 있잖아."
"맞을거야. 문패에 박수헌이라고 되있는데, 박규원이랑 닮았지?"
"그딴걸로 어떻게 알아."
"원래 형사란 직업이 99%의 감과 1%의 생각으로 이뤄지는거다."
"누가 그러던데."
"내가 지어냈다, 씨발아. 됐냐?"
"미친 초딩새끼."
니가 더. 가볍게 응수해주고 다시 박규원의 집을 살폈다.
조용하다. 아무도 없나?
"근데 우리 여기까지 와서 뭐하냐?"
"나도 몰라."
".......왜 왔는데."
"일단 와봐야 할것 같아서. 그래도 큰 수확이다."
"난 아닌데."
".........일단, 가자."
박규원의 집과 그 주변의 집들을 눈으로 잘 익혀두고 차에 올랐다. 끼리끼리 논다더니, 과연 그 주변의 집들도 하나같이 거대했다.
이제 어디로 갈까? 하고 지성과 상의하고 있는 사이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이 형사였다.
"예, 정의건입니다."
- 정 형사님. 어디 계십니까?
"아, 그냥 밖에 있는데 무슨 일이시죠?"
- 급한 일입니다. 일단 빨리 서로 좀 오시죠.
"........알겠습니다."
급하게 걸려온 전화는 끝도 역시 급하게 끊어졌다.
무슨 일이지. 휴대폰을 쳐다보며 생각하는데 옆에 있던 지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야되냐?"
"아, 어. 너 지금 어디가야 하냐?"
"갈데도 없다. 그냥 가다가 큰 길가에 내려줘."
"그래."
급하게 들리던 이 형사의 목소리에 덩달아 나도 급해져 페달을 꽉 밟았다.
큰 길가에 도착해 한지성을 내려주고 순식간에 서로 도착했다.
침착하게 안전띠를 풀고 내려 1부서로 들어가자 굳어진 얼굴로 전화를 하고 있는 영혁이 눈에 들어왔다.
"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네, 네. 아뇨. 아, 일단 끊겠습니다. 네."
나를 보자마자 끊겠다고 한 이 형사는 급히 겉옷을 집어들며 나에게 따라오라고 말했고 그런 그의 분위기에 휩쓸려 정신 차릴 틈도 없이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내가 이 형사의 차에 오르자마자 출발시키는 그를 보고, 잠시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그가 진정됐다 싶어졌을때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
".......김지훈이 죽었답니다."
***
".......이번엔 시체가 하나도 훼손되지 않았네요."
"원래 수법이 깔끔하고 이젠 신원을 숨길 필요도 없으니까요."
"강태현이 죽은데 이어 김지훈까지 죽었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이유가 맞는겁니까?"
"그럴겁니다. 전혀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군요."
".....이번에도 역시 흔적 하나 없습니까?"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른 한 경찰이 다가와 종이를 건네었다.
"......너를, 그리고 내 것을 탐내려 한 죄. 그 죄 죽어 마땅하지....... 이거, 뭡니까?"
"피해자의 죽음에 바로 연관되는 가슴의 총상 위에 올려져 있었습니다. 지금 바로 국과수에 보낼겁니다."
"별로 기대하지 않는게 좋을겁니다. 단 조직이 그런 실수를 할 리가 없죠."
떫은 표정으로 그럼 이만, 하고 가는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우리는 다시 죽은 김지훈에게로 눈을 돌리고 말했다.
".....저한테 하는 말인것 같네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강태현이 죽은 이유도, 어제 김지훈이 말한 이유가 설명해주는군요. 확실히 그 때, 저를 주제로 음담패설을 지껄이고 있을 때 박규원이 들은겁니다."
"그런것 같네요. 혹시 박규원과 어떤 연락이라던가, 그런거 있었습니까?"
"그런건 아닌데, 저번에 제가 그에게서 편지가 왔다고 말씀 드렸죠. 어제도 왔습니다. 어제는 제 사진까지 함께요. 그 날 제 일과가 담긴 사진."
"......지금, 정 형사님을 따라다니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뇨, 오늘은 아닐겁니다. 그날 밤 나를 이렇게 쫓아다녔는데 눈치채지 못했다는 게 너무 분해서 오늘은 온 신경을 거기 썼지만 없었습니다. 확실히요."
그랬다. 오늘은 정말 티나지않게 신경쓴다고 죽는줄 알았다.
그런 내 고생이 안타깝게도 날 쫓아다닌다던가 사진을 찍는다던가 하는 기척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예민하기로 하면 가장 자신있는 부분이었기에 오늘은 미행자가 없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어제는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 눈치채지 못했다 하고.
이 형사도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내 말을 믿는 눈치였다. 어쩐지 내 능력을 인정받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아졌다.
"한 방으로 죽었어요. 뒤를 노린것도 아닌 것 같고, 반항한 흔적도 없고. 김지훈도 어느정도 자기 죽음을 예상한 것 같군요."
"삶에 미련이 없는 것 처럼은 안보이던데, 무방비 상태의 김지훈에게 갑자기 나타나서 총구를 겨눈건 아닐까요? 그러면 반항을 할 수가 없죠.
그리고 아마 박규원이 직접 처리한 것 같아요.
"박규원이요? 아뇨, 그는 절대 이런 살인사건에는 자기 손으로 처리하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발각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죠. 부하를 시켰을 것 같은데요."
"....이 형사님, 어제 느끼셨습니까? 박규원 얘기 할때, 김지훈 표정이 살짝 굳은 거. 우리처럼 증오때문이 아닙니다. 아마 두려움 때문일겁니다.
말했지만 김지훈은 박규원에게 정말 죽도록 맞은 적이 있어요. 그 일을 계기로 박규원을 두려워하게 됐을겁니다.
그런데 그토록 두려워하는 박규원이 내 가슴에 총구를 겨누고 있다, 그리고 박규원은 사람을 죽이는게 죽는것보다 더 쉬운 일이다...아마 김지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겠죠.
이것 역시 지나친 억측일지도 모릅니다만 제 생각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그래요, 그 상황이 가능성이 높은것 같습니다. 박규원이 자기 것은 악착같이 지켜냈으니 자기것을 탐내려 한 자는 자기 손으로 처단했겠죠."
그에 관련된 일화라도 생각나는 건지 표정이 살짝 굳은 이 형사를 보고 화제를 돌리기위해 입을 열었다.
"아마 박규원이 나타난 순간 김지훈은 다 포기했을겁니다. 어제 알았지만 김지훈은 상황파악이 빠른 놈이더군요. 자기가 어떻게 하든 죽을거란걸 알았을거에요."
".....생각해보니까, 정 형사도 참 대단한 것 같아요. 그 한다면 꼭 하고 마는 박규원에게서 도망쳤었다니, 하하. 존경스럽네요....."
"결코 좋은건 아닐껄요."
"칭찬이었던 거 알죠? 그냥 부러워서 그래요, 부러워서. 나도 눈치채고 내 모든 힘을 다해서 그 애를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었겠다, 싶어서."
이런 젠장, 화제 선택이 잘못되었다.
휴, 이런 암울한 분위기 같은거 정말 싫은데.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덩달아 나까지 우울해지는 기분이라 정말 이런 분위기를 싫어하는 나였다.
그래서 재빨리 차라리 사건에 전념하기 위해 사건 이야기를 했건만 다시 박규원 이야기로 넘어가고 마는구나.
화제 돌리기를 포기하고 생각에 빠진듯 희미하게 웃으며 중얼거리는 이 형사의 옆에 서서 묵묵히 들어주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 마음을 먹기가 무섭게 바로 그의 목소리가 작게 미소지어진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정말, 박규원이 생각날 때 마다 그 애가 생각나고. 그럼 나는 다시 슬퍼지고. 혹은 그 애가 생각날 때 마다 박규원이 생각나고. 그럼 나는 다시 분노하고.
이젠 제발 좀 잊고싶어요. 그 애, 정말 잊으면 안되는데 자꾸만 박규원이 생각나서 이제 생각하기도 싫어요. 생각하면 또 슬퍼지고 화나니까, 아예 지워버리고 싶은데.....
사람이 그렇게 잔인해서야 되겠어요? 그래서 늘 생각하고, 울고, 옆에 있던 물건만 부숴지는거죠. 하하....."
나같으면 잊겠다.
소리내어 말하고 싶었지만 나도 눈치가 있는 놈이라 나혼자 조용히 생각할 뿐이었다.
지금 이 말을 했다가는 주먹다짐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걸 나는 제대로 알고있었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때야 뭣모르던 시절이니 쌈박질이 좋았다고 쳐도, 지금은 나이도 있는데 지금 상태에서 주먹을 휘두르면 꼴이 우습지 않은가.
그렇게 어색하게 서서 그의 말을 묵묵히 들어주던 나는 다시 한번 화제돌리기에 전념하기로 했다.
"잊어도 저는 뭐라고 안할거니까, 걱정마세요. 그나저나 이 형사님. 이젠 뭘 해야하죠?"
내 말에 그는 나를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왜 보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의 시선에 뭔가 기분이 묘해졌다.
"이제 살인은 멈춘걸까요?"
"글쎄요. 그 때 정 형사님을 주제로 그런 이야기를 한 게 이 둘만은 아닐꺼같은데."
"하지만 더이상 후인파에는 저와 안면이 있는 사람이 없는데요."
"그런 이야기는 상상만으로도 가능하죠. 아니면 단지 맞장구치거나 조금 거들어줬을 뿐인데 그게 박규원의 신경을 건드렸다거나 하는 상황도 생각해봐야 하구요."
"박규원이 그런것에 일일이 반응하지는 않을것 같은데요. 김지훈과 강태현이야 옛날에 그런 전적이 있었으니 처리할 필요가 있었겠지만요."
"박규원의 독점욕과 소유욕은 절대 무시할수 없습니다. 일단 후인파에 언질을 넣어두죠."
그 편이 낫겠다고 생각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 형사가 전화로 다른 형사에게 지시를 내리는 듯 했다.
생각해보니 부서 내 사람들은 이 형사의 말을 잘 따르는 듯 했다, 어린 나이인데도. 능력이 좋다는거겠지. 미래의 유망주인가?
이 형사는 곧 전화를 끊고 주위를 둘러봤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눈에 익히는 듯 했다. 나 역시 이형사의 눈을 따라 여기저기 둘러봤지만 그닥 특별한 것은 없었다.
주변에 널리 흥건한 피와 그 주축에 있는 김지훈의 사체, 더 생각할것도 없이 살인장소가 바로 여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엔 정말 신경 안썼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 형사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건 현장이라 하기엔 꽤 거리가 먼 목소리였다.
"이번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군요. 살인 외에, 저번처럼 얼굴을 알아볼수 없게 한다거나 하는건 전혀 없이요.
이건 마치........ 우리의 행동을 모두 간파하고 있는듯한데요. 박규원은 우리가 다음 피해자를 예상하고 있었다는걸 알고있었어요."
"그렇겠죠. 소리나 흔적없이 저를 따라다니며 사진까지 찍어대는 놈을 수하로 둔 녀석인데 어련하겠어요?"
"하하, 정 형사 그 일때문에 진짜 쌓였나보네요. 그나저나, 박규원은 도대체 언제쯤 제 모습을 드러낼까요?"
"글쎄요. 아마 모든 살인이 끝난 뒤겠죠. 김지훈이 마지막이라면 조만간 만나게 될 것 같은데, 이 형사님은 박규원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에요?"
"그게 아마...... 고등학교 3학년 초 쯤 되려나. 정 형사네 학교로 전학가기 전에가 그놈과의 마지막이었죠."
"그러시군요.........."
그렇게 대화를 접자, 사진 찍는 소리와 작은 말소리들이 끊임없이 들려옴에도 불구하고 왠지 조용하다고 생각 되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문득 눈에 들어온,
바로 어제도 능글맞은 미소를 짓던 김지훈에게서 시선이 멈췄다.
그렇게 싫어하고 더럽다 욕했던 김지훈이지만 이미 죽은 시체가 되어 싸늘히 굳어있는 그를 보는 내 마음이 편한건 절대 아니었다.
그가 박규원의 다음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걸 미약하게나마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나는 왜 어젯밤 그를 그렇게 보냈는가.
조심하라고 여러차례 경고라도 했다면, 그렇게 그에게 불안감이라도 심어줬다면 조금이라도 나았을텐데.
강태현의 시체에 비하면 비교적 편한 모습으로 굳은 김지훈에게로 천천히 다가가 그의 옆에 쭈구려 앉았다.
그래도 3년 가량을 미운 정 들고 산 놈이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씁쓸해져 살짝 지어진 미소마저 씁쓸해지고 말았다.
혹시 박규원, 혹은 그의 시다바리.
보고있냐?
만약 후자의 경우라면, 네 상관에게 좀 전해줄래.
니가 제안한 그 게임, 이때까지 오기에 가까웠는데 오늘부터는 진심으로 임하겠다고. 더불어 축하한다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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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20대.......기분좋아요~~!
첫댓글 의건이멋있어요..ㅠㅠ
규원이 언제나와요ㅠㅠㅠ 규원이 보고싶다.... 근데 이둘이 전혀잘될기미가안보이는듯..ㅜㅜ언제쯤잘될까요??
빨리 다음 편이 보고 싶네요 ㅎ
넘 재미있어요~
와우!!!
20화 축하♥ ㅎㅎㅎㅎ
이거 로맨스가아닌 .. 미스터리인가여?ㅠㅠ 넘 엊갈리네요.ㅠㅠ
아직까지 정말로 참 적이네; 규원이의 소유욕이 의건이에게 더 상처가 된거같은데....그래도 난 둘이 잘됐으면 하는데..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