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공식 페이스북에 게시된 김정숙의 브로치(왼쪽 위) 사진을 두고 2억원대 '팬더 드 까르띠에'(오른쪽 위) 시리즈 중 하나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아래 두 브로치는 영국(왼쪽), 미국(오른쪽)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 비슷한 형태의 2만원 전후 제품들. 지지자들이 김정숙 브로치라고 주장했지만 제작자 박모씨가 나타나 "김정숙 브로치는 남대문에서 주문 구매한 제품"이라고 밝혔다. 사진 각 홈페이지 캡처
표범이냐 치타냐 호랑이냐. 文 부인 김정숙이 착용한 브로치로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이 떠들썩하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맞춤옷 비용, 고(故) 노무현의 논두렁 시계 보도까지 재소환되며 대통령가(家) 명품 논란이 권력 교체기 신구 권력 대결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①‘2억 브로치’ 진실은
가까스로 일단락된 브로치 논란을 정리하면 이렇다. 큼지막한 은색 몸통에 검은 보석 점이 박힌 고양이과 맹수 모양 브로치를 김정숙이 공개석상에서 수차례 착용했다. 이런 브로치의 원형은 프랑스 명품 업체 까르띠에의 ‘팬더 드 까르띠에’다. 팬더(panther)가 라틴어·영어로 ‘표범’이다. 까르띠에 공식 홈페이지에 ‘표범이 까르띠에의 상징적 동물이며, 1914년 여성용 시계에 처음 사용됐다’는 설명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이 2018년 7월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이봄씨어터에서 인도 영화 '당갈'을 관람하기 앞서 인도 유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김 여사가 '2억원 브로치' 의혹을 일으킨 큼지막한 브로치(붉은원)를 착용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낙타가 사막을, 독수리가 미국을 상징하듯 일각에서 통하는 ‘표범=까르띠에’ 공식이 관련 의혹을 증폭시켰다. 최고급 세공품(하이 주얼리) 브랜드인 까르띠에의 '표범'장식은 시기·모델별로 그 자세와 모양이 일정하지 않다. 일반인이 육안만으로 진품·가품임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2022년 3월 공식 온라인몰 기준 팬더 브로치 가격은 14만8000달러~17만8000달러(1억8000만원~2억1500만원)다. 별도의 ‘커스터마이징(주문 생산)’ 제품이나 이른바 ‘빈티지 프리미엄’이 붙는 희귀품의 경우 값이 더 치솟는다.
까르띠에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된 다양한 형태의 '팬더 드 까르띠에' 브로치들. 세공된 보석 종류에 따라 같은 형태라도 가격이 다르다. 홈페이지 캡처
그러자 김정숙 지지층에서는 ‘표범이 아닌 치타’라는 반박이 나왔다. 지난달 26일 트위터 등에 “김정숙 브로치는 영국 브랜드 ‘어반미스트(urbanmist)’의 ‘치타 모조 다이아몬드(cheetah diamante)’ 브로치로 가격은 12.5파운드(2만180원)”라는 글이 사진과 함께 게시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온라인 패션몰 ‘알리랭(alilang)’의 14.95달러(1만8000원)짜리 제품”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정숙이 착용한 것과 유사한 형태의 미국 온라인몰 브로치 제품. 까르띠에의 '팬더'가 아닌 '레오파드(leopard)' 표범으로 소개돼 있다. 홈페이지 캡처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표범이든 치타든 보석으로 구현된 외양은 비슷하다. 다만 표범이라면 까르띠에 모조품 또는 아류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며칠 뒤 청와대의 설명은 표범도 치타도 아닌 호랑이였다. 탁현민이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명품이 아니다. 인도 방문 때 인도라는 국가에 대한 배려로 호랑이 모양 브로치를 달았다”고 밝혔다. 이틀 뒤 문제의 브로치 제작자라는 박모씨가 등장, “세트당 약 50만~100만원으로 책정된 한국 호랑이 모티브의 국내 제품”이라는 해명도 냈다.
②옷값 논란, 朴 닮은꼴
브로치 제작자가 출현했지만, 한 번 불이 붙은 文 부인의 옷값 논란은 쉽게 정리되지 않는 분위기다. 의상과 보석, 구두 등에 김정숙이 쓴 돈의 출처가 어디냐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지난달 2일 청와대가 시민단체 요구로 이뤄진 법원의 특활비 내역 공개 판결에 불복, 항소장을 제출한 것이 논란의 도화선이 됐다. 1일 온라인 맘까페 등에는 “기어이 옷값을 숨기려는 것이 미심쩍다”, “내로남불이다”, “임기의 40%가 코로나 시국이었는데 해외 순방에 화려한 치장이 실망스럽다”는 글이 올라왔다.
문과 부인 김정숙이 2020년 12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내 주요 기부금품 모집 및 나눔단체 초청행사에서 굿네이버스 모금함에 기부금을 넣고 있다. 김정숙이 왼손에 낀 진주 반지를 잠시 뒤 손 안으로 돌려 껴 논란이 일었다.
지난 2020년 12월 기부 나눔단체 초청 때의 문 부부의 동영상도 다시 퍼지고 있다. 알 굵은 진주 반지를 낀 김정숙이 성금 봉투 투입 행사 도중 보석을 안쪽으로 숨겨 돌리는 장면이다. 정연아 이미지테크 대표는 “김정숙은 쾌활하고 흥이 많아 탈권위 이미지를 쌓았지만, 이런 성향이 동전의 반대면처럼 패션에서 과한 화려함, 조심성 부족으로 나타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역대 대통령 부인 들 중 화려함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꼽히지만 사실 그는 처음부터 원조 ‘강남 아줌마’ 이미지였다”며 “반면 김정숙은 임기 초 소탈한 ‘인권변호사 아내’ 면모를 내세웠지만, 차츰 차림이 화려해지면서 실망하는 사람이 생겨났다”고 덧붙였다.
네티즌들이 수집한 김정숙의 의상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네티즌들이 김정숙의 공개석상 의상사진을 178벌 이상 찾아낸 건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133벌 맞춤복’ 논란과 닮았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2004년 3월~2006년 12월 박근혜 후보 사진을 조사한 결과 디자이너가 맞춘 133벌의 여성 정장을 입었다. 계산해보면 총 옷값이 1억9950만원~3억99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말에도 네티즌들이 의상 사진을 수집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③‘논두렁 피아제’도 소환
민주당은 13년 전 ‘피아제 시계’를 반격 카드로 냈다. 방송인 김어준이 지난달 28일 라디오에서 브로치 논란에 대해 “논두렁 시계 ‘시즌 2’ 간을 보는 것”이라 주장했고 이틀 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논두렁 시계 같은 가짜뉴스를 마구 퍼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대검 중수부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 도중 나온 손목시계 뇌물 보도가 노무현을 겨냥했듯 문 내외가 부당한 여론의 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당시 “권양숙이 각 1억원 상당의 스위스 명품 ‘피아제’ 시계 2점을 전달받아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 보도가 논란을 일으켰고, 결과적으로 '노무현의 비극'으로도 이어졌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문제는 김정숙이 입고 나온 여러 의상들이 이미 자극적이라는 것”이라며 “(민주당이)진실이 묻힌 논두렁 시계를 소환하는 것이 얼마나 큰 소구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