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사랑 무궁화
이 정식
봄이 오면 들과 산에는 수많은 꽃 이 피어난다. 진달래, 개나리, 벚꽃 등이 화사하게 피는 언덕을 올라보면 저-수많은 꽃들 중에 어떤 꽃이 가장아름다울까. 꽃을 보는 미적시각이야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라꽃’도 그 나라 국민의 시대정신, 역사적 배경, 국민정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황실의 휘장(徽章)이 장미 빛이었기에 대영제국의 나라꽃은 ‘장미’가 되고, 황무지를 개간한곳에 크로버를 심어 세계 제1의 낙농 국이 된 덴마크 국민은 행운의 ‘크로버’를 나라꽃으로 택했다. 또 산림왕국 캐나다 국민은 가을의 꽃이라 할 ‘단풍잎‘을 선택했고, 무사정신을 이상으로 삼는 일본인들은 순간적으로 피었다 지고 마는 ’벚꽃‘ 을 나라꽃으로 삼았다. 그러면 우리나라 무궁화는 어떤 꽃일까.
무궁화를 보면 꽃잎중심에 붉은 단심선(丹心線)이 꽃잎 따라 햇살처럼 방사(放射)하는 모습에서 열정과 번영의 느낌을 받는 꽃이다. 해 뜨는 아침이면 날마다 수백 개의 꽃망울이 줄줄이 연이어 새로운 꽃으로 송송이 피어나니 이보다 더 부지런한 꽃이 어디에 있을까. 그러다 저녁이면 미련 없이 지고 마는 꽃을 보면 영고성쇠(榮枯盛衰)의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게 하는 꽃이다.
무궁화는 여름에 피기 시작하여 가을까지 꽃피는 기간이 길어 영원함과, 일편단심 꽃말처럼 변함없는 사랑과 열정을 느끼게 하는 꽃이다. 장미. 벚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금방 저버리는 것이 기녀(妓女)의 교태(嬌態)같은 느낌을 준다면 무궁화는 굳은 절개의 조강지처(糟糠之妻)같은 지조(志操)높은 이미지를 느끼게 한다.
무궁화는 한민족의 뿌리 깊은 역사와 함께 삼천만의 가슴에 새겨진 겨래 의 꽃이다. 단군조선 이전부터 하늘나라꽃(幻化)라 불렀고, 신라시대 근화향(槿花鄕)이라 국서에도 적었으며, 이씨조선시대에 이르러 한글이 창제되어 무궁화란 이름으로 불었지만 왕실 화(王室花:자두꽃)에 밀려 민중의 꽃으로 되었다가 갑오경쟁 이후 개화기에 나라꽃으로 다시 부각된 꽃이다.
무궁화는 나라꽃으로 언제 누가 정한 것도 아니다. 역사의 물결이 흐르는 곳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겨레의 마음속에 알게 모르게 이심전심(以心傳心) 새겨진 꽃이다. 왕정시대 왕의휘장(徽章), 어사화(御史花), 진찬(進饌)화 등에서, 주화(鑄貨), 기념우표, 애국지사의비(碑), 보신각의종(鐘)까지 무수히 남아있는 유물유적에 새겨진 것이 무궁화다. 국가를 상징하는 애국가, 태극기, 나라의 문장(紋章)과 국새(國璽), 무궁화대훈장, 공무원들의 배지, 모표에 이르기까지 민족의 얼이 담겨진 곳에는 무궁화의 조각이나 도안에는 어김없이 새겨져있다.
그러기에 일제강점기 무궁화는 우리 민족을 상징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잔인한 무력 앞에 무참히 짓밟히는 시련을 겪었다. 1937년 조선소년군단 모자에 새겨진 화환이 무궁화라고 압수당하고, 1938년. 동아일보신문 이름바탕이 무궁화라고 삭제당하고, 중앙학교 교가에 무궁화 구절이 있다하여 교가가 금지당하고. 우리민족이 즐겨 부르는 ‘울밑에선 봉숭아’, ‘바위고개’ 노래에 나오는 무궁화를 봉숭아. 진달래로 바꿔 불러야했던 그 시대, 우리민족은 어떻게 그 울분을 참고 견디었을까.
또 나라꽃 무궁화를 보기만하여도 눈에 피가 스는 피 꽃, 손에 닿기만 해도 부스럼이 생긴다고 거짓외곡 선전하는 등 일제는 무궁화 탄압에 열을 올렸다. 이는 우리민족의 말, 글, 얼이 담긴 꽃, 까지 말살시키고자 하였던 것이다.
밟고 또 밟아도 되살아나는 노방초(路傍草)처럼 우리 국민정신을 대변하는 무궁화 사랑운동은 숨어서라도 굳은 의지로 민족의 얼을 심어온 애국지사들의 충정을 오늘에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일제강압이라 해도 지울 수 없는 역사의 흔적이 우리민족의 얼을 되살아나게 헸다. 이런 의미에서 1981년 프랑스 파리, 세계박람회에서 무궁화가 당당히 1위를 하여 꽃 중의 꽃이 되었다. 세계 어느 나라꽃이 무궁화의 역사성과 심미적 우월성을 따를 수 있을까.
이제우리는 광복 70년을 맞으며 태극기 휘날리고 애국가를 힘차게 부르자. 무궁화를 더욱 튼튼히 기르고 겨레의 얼을 뿌리 깊게 내리자. 통일조국을 바라보며 자손만대에 이 땅에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려면 무궁화를 아름답게 가꾸고 기르는 것은 우리 민족의 도리이자 사명이다.
무궁화는 소중한 나라꽃으로 군자(君子)처럼 보살핌을 받아야할 꽃나무이지 울타리나 하듯 아무렇게나 키울 잡목은 결코 아니다. 소중한 만큼 적은 양을 심더라도 나무특성에 맞게 심고 가꾸어 화려한 꽃이 피게 해야 한다.
무궁화는 물 빠짐이 좋은 사질양토에 비옥하고 햇볕이 잘 드는 곳을 골라서 심고 비배관리에 정성을 다해 멋진 나라꽃으로 길러야한다. 무궁화가 화려하게 피는 만큼 나라사랑하는 마음도 함께하여 아름다운 이 강산을 만들어가자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수많은 공원에 무궁화동산을 만들어 온 국민이 함께 가꾸면서 나라사랑의 마음도 하나로 모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공원 한구석에 시들어가는 무궁화를 그대로 두고 어떻게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란 애국가를 불을 수 있겠는가. 정원 그늘 속에 가려진 초라한 무궁화를 안타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 마음! 나라사랑 무궁화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첫댓글 감상 잘했습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