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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민족화해위원회,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마련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와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가 평화를 향한 한일 청년 만남의 장을 마련했다.
'전쟁을 넘어 평화의 노래를'이라는 주제로 마련한 평화문화제에는 일본 각지에서 참석한 일본 청년 14명과 한국 청년들, 사제와 수도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22-24일 평화 교육과 이야기 마당, DMZ 평화 순례와 기도회, 이주민과 함께하는 떼제 기도, 음악 콘서트에 참여했다.
22일 개막 미사에서 평화문화제를 준비한 강주석 신부(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는 이번 만남의 장은 코로나19 확산 시기, 한일 청년들이 온라인으로 만났던 기회에서 시작됐다면서, 이후 이어진 온라인 정기 모임을 통해 2년간 서로 기도하고 공부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강주석 신부는 예수와 이방인 가나안 여인의 만남 일화를 들며, 이방인 여인(그의 믿음)과 만남으로써 예수 자신이 유대인의 틀을 벗어나 구원되었다는 상호문화주의적 해석을 전했다.
이를 통해 그는 “이러한 만남이 우리 신앙의 핵심이라고 믿는다. 낯설고 새로운 만남을 통해 성장하고, 예수를 닮을 수 있다”며, 서로 다른 역사와 사회문화 배경을 가진 한일 청년들이 만남으로써 구원의 시간, 기적의 체험을 만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파주 북한군 묘지 앞에서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사진 제공 =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둘째 날 본격 현장 활동에 나선 청년들은 비무장지대를 순례하고,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이주민과 더불어 떼제 기도를 드렸다.
한일 청년들이 만나, 왜 서로의 역사와 관련한 현장과 이야기는 없었느냐는 질문에, 한 참가자는 “한일 역사에서 일제강점기를 언급하면 한국은 피해자, 일본은 가해자로서 입장을 갖게 된다”며, “이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세대라는 인식, 청년으로서 만나는 평화와 비평화에 대한 인식과 성찰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적 부채 의식을 갖고 접근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이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어려움을 갖게 한다”고 답했다.
이주민과 함께 하는 떼제 기도. (사진 제공 =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셋째 날, 북한대학교대학원 김성경 교수는 평화 토크 콘서트에서 '평화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청년들을 Z, MZ 세대로 구분 짓고 호명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해 청년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다만 그들이 무엇을 소비하고 쓰는가라는 소비산업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정치적으로도 청년들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정치적 의제로 반영하기보다는 그들의 표심에 주목하면서, 다만 사회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현실을 설명하는 데 청년들을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이라는 집단이 정말 문제 집단인가, 이 사회에 여러 가지 불안을 담지하고 있는 집단인가”라고 물으면서, 청년들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들이 자산 격차, 불안한 노동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북한대학교대학원 김성경 교수가 청년의 평화, 청년이 상상해야 할 평화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정현진 기자
또 현재의 청년 세대는 처음으로 부모 세대보다 못사는 최초 세대라면서, 이들이 느끼는 박탈감, 불만, 현실과 희망 사이의 괴리가 약자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하고, 무엇보다 젠더 갈등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가 과연 평화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나의 맥락에서만 평화를 이해하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적극적 평화 즉 구조적 폭력이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극복된 상태 측면에서, 청년들이 개별로 겪는 불행, 반평화 역시 구조적 폭력(한반도 분단과 같은)을 극복하는 것에서 해결될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불안한 노동(고용), 젠더 갈등, 경제 불평등은 구조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구조적 폭력을 극복하기 위한 더 많은 방법을 상상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이미 청년들은 많은 것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절망할 필요는 없다”고 응원했다.
24일 한일 청년들과 백석동 성당 신자들이 함께 폐막 미사를 봉헌했다. ⓒ정현진 기자
마지막 날 행사와 폐막 미사는 백석동 성당에서 진행했다.
폐막 미사에서 강론을 맡은 김항수 신부(파주 엑소더스)는 마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을 맞아, 이주민과 난민 그리고 이들이 빼앗긴 평화를 말했다.
김 신부는 이주민과 난민이 발생하는 이유는 전쟁과 박해, 기후위기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들이 평화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면서, “고향 땅에 살 수 없고, 더 낮은 지하로 가야 하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어디서나 차별과 혐오의 눈빛을 받아야 하는, 미래가 없는 구조 속에 놓인 사람들의 상황이 오늘날 청년들과 같은 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교종의 말씀처럼, 진정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의와 자비가 실현되어야 하고, 정의란 누군가가 그의 것을 돌려주는 행위다. 또 자비란 내가 가진 것을 누군가에게 내어주는 것”이라며, 복음의 ‘포도밭 주인의 비유'처럼, 경제 논리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누구에게나 필요한 평화를 돌려주고, 그 평화를 위해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설명했다.
폐막 미사가 끝난 뒤, 참가자 모두와 함께.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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