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경제질서를 위한 논의가 시작된 우루과이를, 바로 그 무렵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문한다. 1987년이다.
공식적으로 그 방문은 우루과이라운드와는 무관하다.
그럼에도 우루과이의 ‘멜로’라는 국경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행한 교황의 짧은 연설 한 대목이 미묘하다. 그것은 영화 <아빠의 화장실>에 잘 표현되어 있다.
“노동은 살기 위해서만 수행되어서는 안 됩니다.”
당시 교황은 세계화 자체는 불가피한 현실임을 받아들이되 시장 우상숭배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수차례 말했다.
브라질에서 경제신학을 공부한 김항섭 교수에 따르면, 요한 바오로 2세의 문헌 안에서 세계화에 대한 이러한 비판적 관점은 대체로 각 인간들이 선택해야 하는 윤리적 문제로 환원되어 있다.
한데 <아빠의 화장실>은 이러한 윤리적 선택의 사각지대를 보여준다. 가난한 국경마을 주민들은 교황 방문 소식을 접하면서 인생 역전의 꿈을 꾸었다.
수십만명의 방문객이 교황을 따라 이곳을 방문할 것을 연일 보도하는 뉴스를 보면서 사람들은 집을 저당잡히고 고리대금을 쓰면서 방문자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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