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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 월에....
寶海/ 유 희 민
(제3장)
* 달중이 이야기 *
신문에 특별한 기사는 없었다.
제5공 정권의 출범 이후 추진되었던 언론 통폐합의 영향으로 어떤 신문을 보든 내용은 다 비슷했다.
소위 말하는 '보도지침' 이라는 게 있었기 때문에 신문의 독립성을 잃고 있었기 때문이다.
3면 하단부에 짧게 '국가 보조금 축소' 라는 기사가나와 있었다.
드디어 사상지(思想誌)와 출판사들의 칼질이 시작 될 거라는 예고와 같았다.
곧 좌익으로 분류 되는 출판사와 사상지의 폐간이 있을게 뻔했고
예전에 몸담고 있던 출판사도 없어지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나는 퇴직금과 위로금 까지 받은 터 였다.
국가 권력의 칼춤 바람이 어디 언론 뿐 이였겠는가.
많은 상공인(商工人)과 기업들마저 치를 떨고 두려워했던 흑암의 시절 이다.
국제 그룹의 양정모 회장의 그 곧은 성깔로는 이 정권하에서
자기 재산을 지키지 못해 분루를 삼켜야 하는 그런 시기 였고
다른 기업들은 국제 그룹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고 모두 몸을 사려야만 했다.
평화의 댐 성금 모집에 앞을 다투어 돈을 냈고,
일부 기업은 일해재단을 통해 직접적인 눈인사를 대통령과 하기도 했다.
일해재단은 야당 국회의원들이 줄기차게 잡고 늘어지는 비리성 재단임에도
기업들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다.
당장의 군사 정권이 새로운 민주 국가의 바른 이념의 정권으로
거듭 날수 있다는 생각을 아무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80년대의 봄 이라는 3김 씨의 해금 조치에도 불구하고
아직 야당은 통합된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5공 정권 치하에서 사상 최초의 무역 흑자가 난 사실도 참 아이러니한 사건 일수도 있었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김우석은 그의 모습을 나타냈다.
숨어 다닌다는 쌍식이 형님의 이야기와 다르게 말끔 했다.
깨끗하게 면도한 모습과 잘 다려 입은 듯 한 양복 이였다.
다방에 손님이 없어서 인지 들어오면서 부터 날 알아 봤다.
"하이고…기자 아저씨… 간만입니다. 웬일로 또 오셨소?"
아주 친한 사람처럼 너스레를 떨며 앞으로 걸어와 악수를 청한다.
나도 일어서서 악수를 하면서 앉기를 권했다.
"그냥 바람 쏘이러 왔다가…
제가 이곳에 워낙 아는 사람이 없어서 어제 쌍식이 형님을 찾아 갔는데…
같이 술 한 잔 할 생각으로 우석이 아저씨를 청했는데…
요새 좀 어렵다고 그렇게 말씀을 하셔서…"
"좀 깝깝한 일이 있어서 요새 몸좀 사리고 뎅기요…"
"우선 차 한 잔 하세요."
"다방으로 돌아 뎅김서 차 마시는 것도 인자 엉성시럽그만… 나가서 술이나 한잔 합시 다."
차린 건 멀쩡해도 '배고파 죽겠습니다. 밥이나 사쇼' 이렇게 들렸다.
이럴 땐 흔쾌히 동의해야 할 것 같았다.
힘없고 배고픈 사람들 다루기가 얼마나 쉬운가.
다행스럽게 나에게는 무한정으로 쓸 수 있는 재력은 뒷받침이 되어 있는 상태 이었으니까.
"아 그럴까요. 어차피 식사 시간 이고 하니까 식사부터 하고 이야기 하는 게 좋겠습니다."
나는 계산대에 가서 계산을 하면서 한중사가 주었던 돈 봉투의 돈다발을 꺼내어
일부러 김우석 이가 볼 수 있게 만원 지폐 한 장을 꺼내어 주고 잔돈을 받아
두툼한 돈 봉투에 함께 넣으면서 그 모습을 김우석 이가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역시 김우석 이의 눈동자가 많이 끈끈해 지는걸 느꼈다.
다방을 나온 나는 그에게 호기 있게 물었다.
"우석이 아저씨… 이야기가 길어 질수 있으니까…
좀 고급스럽고 오래 있어도 좋은 식당으로 갔으면 좋겠는데…"
슬쩍 그래 봤다. 그는 입가에 미소까지 보이며 대답 했다.
"좋은 식당은 천지제… 갑시다.…여 오거리 앞에 '샘집' 이라고 있는디…
거가 한정식이 젤 좋을것 같은께… 그리 갑시다."
지리를 모르는 나를 뒤에 세우고 씩씩하게 걸어갔고 이윽고 샘집 이라는 식당에 도착하였다.
그는 호기 있게 방을 달라고 했고 주인은 2층의 조용한 방으로 안내를 했다.
이곳도 역시 벽면에는 동양화와 산수화가 주된 장식 이였다.
목포라는 도시는 미향(味響)의 도시요, 예향(藝鄕)의 도시임에 틀림없었다.
어딜 가나 먹을 만 했고 어디를 가도 동양화 몇 폭은 쉽게 볼 수 있는 도시 이기 때문 이였다.
주문을 받기 위해 나이 먹은 아주머니가 왔다.
"뭐 잡술라?"
"한정식 한상 주쇼."
"한정식은 최소한 시명(세명)이 와야 그것이 기본인디? 사람 또 오요?"
김우석 이 내 눈치를 살핀다.
"괜찮아요. 이집이 잘한다고 해서 왔으니까… 3인분 주세요. 돈은 계산해 드릴 테니까요."
내가 계산 하겠다는 말로 확실하게 내가 돈이 있다는 사실을 과시 해 줬다.
그 말을 받아서 김우석이 한마디 했다.
"그란다고 2인분 주지 말고…한상 가꼬 오쇼이."
"아 그거사 그렇제. 그란다고 그렇기사 하겄소. 더 필요 한 거는 없소?"
또 내 눈치를 살폈다.
"우석이 아저씨 마시고 싶은 거 주문하세요.
전 그냥 맥주 한잔만 하겠습니다. 밤에 또 쌍식이 형님 하고 약속이 되어 있어서…"
"아줌마…그라믄 보해 한 병 하고 맥주 암꺼나 한 병 주쇼. 술하고 스끼다시는 먼저 올려 주쇼이."
"찜 땜에 그란께 한 20분 기다리쇼이..... 술하고 스끼다시는 지금 올릴랑께..."
대충 주문이 끝나고 풍채 좋은 아주머니는 내려갔고
우석이는 묻지도 않는 자기의 신세 한탄을 시작 했다.
"나는 첨에 쌍식이 형님이 찾는다 그래서 속으로 '반 죽었구나.' 했소.
그것이 왜 그라냐 하믄…
옛날에 언놈이 남농 그림이 필요 하다 그래서 내가 '선생님한테 직접 야기 하쇼' 그랬는디…
지는 남농선생 잘 몰라서 나한테 부탁을 한다고 그람서 쓸데없이
쌍식이 형님을 들먹이고 그래서 돈 욕심에 몇 장 그려서 남농 낙관 찍어서 넘겼는디...
그것이 인자사 들통이 나가꼬…
이놈이 법원에 고소를 해브렀는 모양 입디다. 그림을 팔 때는 백만 원에 팔았는디…
이놈이 이상한 소리를 함서 이백을 주라고 그래서 그렇게 못한다고 한께…
이놈이 사기죄로 나를 고소 해브렀소…
것도 돈만 있으믄 이백 아니라 삼백 이라도 줘블겄는디…
내가 이모양 이꼬라지로 있응께…
아직도 쌍식이 형님은 그 사람이 자기 친구 인지 모르고 있어라…
내가 먼저 쌍식이 형님한티 이야기를 해야한디…
쌍식이 형님이 젤 싫어 하는게 자기 이름 팔아 먹는거 아니요… 내가 요새 미쳐 블것소…"
그때 소주와 맥주 그리고 안주가 나왔다.
스끼다시 라고 나온 안주도 이곳은 현란 했다.
때(時)에 안 어울리게 굴이 나왔고 지짐이 종류와 나물 종류가 상에 깔렸다.
놀랍게도 맥주 안주를 위해서 내가 첨 봤던 그 인삼(生蔘)과 꿀이 이곳에도 나왔다.
가격에 관계없이 음식의 궁합과 구색을 맞추는 이곳은 가히 이곳을
미향(味響)의 도시로 불릴 만 했다.
빠른 동작으로 맥주를 따서 나에게 한잔을 부어 주고 자기도 소주병 뚜껑을 열었다.
내가 그 병을 받아서 나도 그의 소주잔에 잔을 채워 주었다.
"한잔 하세요. 맘고생이 많겠습니다."
정말 많이 안 되어 보이기도 했다.
예술가의 삶이 고달프다고 하지만 김우석이의 삶은 그런 예술가와는 또 다른 애환이 있었다.
내가 다소 엉뚱한 질문을 해 봤다.
"부모님은 안계세요? 목포에…"
"내가 대학교 들어 가던 해에 미국으로 두 분 다 가셔서…
지금은 어머니만 거 살아 계시고 작년에 동생들 다 들어갔소."
"왜 같이 안 들어 가시고…"
"낯짝이 있제… 장남이 되가꼬 어찌께(어떻게) 빈손으로 들어 가겄소.
심정 같으믄 법원에 고소한놈 그놈 줄 돈 이백만 원 있으믄 미국으로 비행기 표 끊어가꼬
걍 토껴블고 싶소."
그러면서 또 자기 잔에 술을 부어서 입에 털어 넣었다.
쌍식이 형님 주위이 사람들은 모두 자작 하는 게 습관처럼 보이기도 했고
김우석 이라는 사람의 복잡한 심경을 대변해 보이는 듯 했다.
이번에는 내가 소주병을 들어 그의 잔에 술을 부어주었다.
"근디… 나사(나야) 쌍식이 형님이 기자양반을 만나 보라고 그랑께 오긴 왔는디….
특별히 뭔 볼일이 있소? 나한티 부탁 할 거는 뻔한 거 밖에 없는디…."
"특별히 부탁드릴 건 없고… 혹시 몽유도원도라고 들어 봤습니까?"
의외로 대답이 빨랐다.
"우리 같은 사람은 백날 사진 봐가꼬는 감(感)이 안 오요.
대학 다닐 때 사진은 몇 번 봤는디…
그라고 안견이다, 안평대군이다 그런 거는 고작 시험 나오는 것만 챙겼을 뿐이제…
그림이 국보급 이라는 소리 정도만 아요. 다른 건 모르고…"
"사진 보니까 어때요? 저는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해서…"
"좋~제… 그림 이라는 것이…
사진의 포쿠스 멩키로 환쟁이 시야에 들어 오는 것을
멀리 서 부터 앞으로 땡겨 잡아서 그리는 게 보통인디…
그 그림은 사진기 카메라를 왼쪽에서 부터 오른쪽으로 시야를 옮긴 거 멩키로 그려 놔서…
좀 옆으로 길게 구도들 잡은 그림이요.
그림을 지구본 말데끼(말아 놓은 듯) 감아 놓으믄
첨하고 끝하고 그림이 연결 될 것 같은 그런 그림이요.
근디 그것도 취재 할라고 그라요?"
첫댓글 행운과 행복이 늘 님들곁에 머물기를 바라며...비 오는 날 건강하세요....*^^*
행복한날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