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인과 피고소인
고소사건에서 고소인과 피고소인이 대질조사를 받았다. 나는 고소인의 대리인으로서 변호사 참여를 했다. 조사는 무려 6시간이나 걸렸다. 무척 지루할 것 같지만, 막상 조사과정에 참여하면 시간은 금방 간다.
우선 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관이 질문하는 사항을 잘 들어야 하고, 내가 맡은 고소인이 어떻게 답변하는지 잘 들어야 한다. 또한 상대방인 피고소인이 진술할 때에도 귀를 기울여 잘 들어야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이 진술하는 내용과 수사관의 질문사항을 중요한 대목에서는 메모를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매우 빠르게 지나간다.
대부분의 사건이 그렇다. 고소사건은 고소인과 피고소인이 매우 가까웠던 사이다. 그래서 동업도 하게 되고, 가깝기 때문에 사기도 치고, 횡령도 하게 된다. 절도나 강도 사건과는 다르다. 길에서 처음 만난 여자를 강간하는 사건과는 다르다. 대부분의 재산범죄에 관한 고소사건을 보면 고소인과 피고소인은 누구보다도 서로 믿고 가깝게 지내면서 사업을 같이 하든, 돈거래를 하던 사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해관계가 달라지면서 서로 원수가 되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형사고소한다. 민사소송과 달리, 형사고소는 상대방을 범죄로 처벌해 달라는 취지다. 말하자면 재산범죄를 저질렀으니까 징역을 보내달라는 청구다. 그러면 서로 각자 다른 주장을 한다.
고소인은 피고소인이 이러 이러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막상 말 이외에 다른 물적 증거는 많지 않다. 서로 믿고 거래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피고소인은 나름대로 변명을 한다. 상당 부분은 거짓말이다. 그리고 거짓 증거를 댄다. 가까운 사람들로 하여금 거짓 진술을 하게 만든다. 그러다 보면 진실은 하나인데, 두 사람의 말은 180도 다르다.
대질조사를 할 때 보면, 서로 펄펄 뛴다. 서로 거짓말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얼굴이 붉어진다. 심지어 욕을 하기도 하고, 손찌검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사관은 냉정하다. 각자 자기 진술을 하고, 증거를 제출하라는 입장이다.
고소인이나 피고소인 모두 법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진술을 할 때 논리적이지 못하고, 무엇이 사건의 핵심인지 잘 모른다. 그러다 보면 질문의 요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동문서답한다. 횡설수설한다.
또 긴장하다 보면 자신이 경찰에서 어떤 진술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모순된 진술을 하기도 한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변호사 입장에서는 사전에 충분히 공부를 시켜주어야 하는데, 당사자가 열심히 준비를 하지 않고 가서 제대로 답변을 못하면 난감해진다.
조사가 끝난 다음 당사자는 각자 자신의 진술부분을 확인하고 서명날인한다. 변호사도 고소인이 진술한 부분이 사실대로 기재가 되었는지 확인하고 서명한다.
6시간 조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벌써 캄캄한 저녁이 되었다. 당사자는 자신이 잘 조사를 받았는지 모르니까 나에게 물어본다. 우리는 사건에 대해 걱정을 하면서 헤어졌다. 다시 또 준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