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어버이날을 위해 내 하나밖에 없는 딸은, 말레시아에 다녀오며 내겐 화장품과 아빠에겐 귀한 액체?한병을 미리 사왔고, 그러고도 모자라 금요일날 이쁜 꽃다발을 택배로 보냈고
이제 50일된 유찬이 아빠가 된, 내 하나밖에 없는,아들 주환이는 양희은 ,양희경 자매의 드라마콘써트 [R석씩이나] 표를 사주었다.
작년에는 아들내외에게 블라우스와 골프티를 선물받았는데 올해는 뭔가 다른 선물을 하고 싶다고 . 표를 예약하기 며칠전에 아들이 전화로 내게 의향을 물어왔다.
나는 물론 당연히 O.K를 했지만 남편에게는 [ 미리 물으면 분명 싫다고 할것같아] 함구령을 내린후, 사흘전쯤에야 남편에게 시침 뚝 떼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했다.
<주환이가 비싼 표를 보냈네?,엄마나...77000원짜리야> <돈도 많다.갸는 뭔 그런 씰데없는데다가 돈을 쓴대여?> <아이구 뭐 우리도 이참에 원님덕에 나발 한번 고상하게 불어봅시다. 죽기전에 언제 당신이 당신돈으로 내게 그런 호강? 시켜줄기여?...>
그렇다 우리남편은 조용필이나 이미자 콘써트라면 몰라도
양희은科는 분명 아니다. 자칭 평강공주인 나와는 출신성분이 다른, 가난한 장수골짝 촌사람 온달이고 , 무려 네살이나?ㅎㅎㅎ 세대차이가 나는 商高,商大를 나온,다시 태어나도 < 판에 박은, 은행원출신>인거다.
표 두장값 십오만원으로 아들,딸,며느리 대동하고 무슨 무슨 가든에 앉아 돼지갈비를 우적우적 뜯는편이 훨~씬 실속있다고 틀림없이 생각할 원단? 실용주의자인것이다.
아무려나...빗방울까지 한방울씩 떨어지는 어버이날인 토요일에 우리는 서초동한전 아트쎈터로 갔다. 가게문을 여섯시에 닫았으므로, 냉면한그릇씩을 먹고도 시간이 널널했지만 길이 막힐것을 요량하고 느긋하게 마음먹고 출발했는데 해마다 어버이날 이브가 그렇게 길이 막혀 북새통을 이루는것과는 대조적으로 전혀 붐비지 않은 뱅뱅사거리를 통과해 콘써트장에 도착한것은 7시였다.
그래도 명색이 콘써트구경을 가는데 정장을 하고 가야하지 않느냐고 아침출근시에 남편에게 정장을 입기 권했을때 , <자꾸 이래라 저래라 귀찮게 해싸면 안가는 수도 있어.>하며 엄포를 놓는바람에 입을 다물고,나만 정장틱?한 차림으로 갔는데...
나의 <씰데없는걱정 >이 얼마나 씰데없는 걱정인가를 증명하기위해 남편은 기다리는 시간동안 마누라들에게 코가 꿰어 붙들려온 ,얼마 안되는 남편들의 옷차림을 계속 눈여겨 본 모양이다. <아이고 암만 봐도 넥타이 맨 사람 하나도 없네?>
정말 그랬다. 토요일 저녁시간이어서 그런지, 둘씩 혹은 셋씩 모여있는 늙수그레한 ,이제막 할머니대열로 진입한 아줌마들사이 사이에 어쩌다 마누라에게 팔짱을 꿰인? 점퍼나 사파리차림의 머리벗겨진 아저씨들도 몇 있었지만, 근사하게 스카프까지 두른 제법 멋을낸, 5학년은 분명히 지난 아줌마들에 비해 우산까지 말아쥔 아저씨들의 차림은,확실히 대부분 편한 차림이었다.
그리고 양희은의 노래는 아무래도 여성취향임이 분명하다.
양희은의 노래가 ,아니 양희은이라는 가수?가 자기 생김처럼, 편안한 노래처럼 ,덩달아 관객들의 옷차림까지 편안하게 유도하는지도 모른다.
검은 정장을 입은 안내원들이 내가 들고있는 생수병까지 반입을 못하게 근엄정숙을 요구했지만 숲속 화면이 뜨고 그화면 안쪽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벤치에 앉아 노래를 시작하는 양희은의 옷차림은 ,편안하기 그지없는,펑퍼짐한 흰블라우스에 청바지 차림이었으니까
그러니까,드라마콘써트라는 좀 생소한 이름의 그 공연은, 내짐작대로 ,입담좋은 양희경이 역시 검은 바지에 흰부라우스를 입고 나와 언니 양희은의 [성대를 보호하기위해? ]소녀가장시절과, 회수권과 청바지로 일관하며 명동의 OB,s 캐빈 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이야기, 사이사이로 무대 뒤편에 일렬로 앉은 기타리스트들과 피아노반주자의 반주에 맞춰 양희은이 자신의 히트곡들을,맨몸으로 혹은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무대였다.
<어떤 아줌마가 고상하게 서예를 배워 벽에 써붙인 사자성어< 月現木新>이 무슨 뜻인지 아세요? 월요일엔 현대백화점이 쉬고,목요일엔 신세계가 쉰다...ㅎㅎㅎ랍니다.>
<요즘 핸드폰 없는 사람은 5급장애인이고,애인없는 사람은 6급 장애인인데 6급장애 해결한 아내가 남편한테 걸려 그만 1급장애자가 됐대요....ㅋㅋㅋ>
이미 알고 있고 한물간거지만 양희경의 유쾌하고 낭낭한 음성으로 듣는 유머에 좌중은 금시초문인듯 박수를 치며 까르르 웃어준다.
1층은 거의 찼지만, 2층은 거의 비어있는듯했다. 이건 내 오지랍이지만..이 불황에,이왕 하는거니 티켓값을 5만원쯤으로 내린다면 주머니 가벼운 효자효녀들이 다투어 표를 사주어서 , 큰맘먹은 소심한? 부모들로하여, 그나마 객석이 꽉차지 않았을가?
작년 3월 낸시의 부군 출판기념회때 바로 곁에서 양희은을 본적이 있다. 낸시의 부군이 양희은의 남편을 고쳐준 은인이어서 ,
그때부터 낸시부부와는 한국과 미국을 넘나드는 절친한 친구가 되어 그날도 맨 앞자리에 앉아 낸시와 허그도 하고,우리와 같이 사진도 찍었는데...
그때 나는 그녀가 미인이 아니었기에, 수더분한 얼굴과 넉넉한 체격을 가졌기에,평범한 중년들에게 오래 어필하는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불멸의<오디오 가수>가 될 수있었다는 생각을 했었다.
나는 양희은의 노래를 옛날부터 좋아했었다. 그녀가 서강대 1학년 휴학을 하며 통기타가수가 되던 1971년에 나는 27세로 결혼을 했으니 갓 스믈이었을 그녀와 똑같은 감성대의 나이는 분명 아니었지만,
하루아침에 두레박으로 우물물 길어,아궁이에 불때서 가마솥밥을 짓는 시골새댁으로 전락?한 미니스커트의 미쓰리에게는 ... 운동권노래로 낙인찍혀 한동안 금지곡이 되었건 말건, 목침만한 건전지를 달고 있던 고물라디오에서 시도 때도없이 흘러나오던 그녀의 < 이루어질 수없는 사랑>,<하얀목련>,<아침이슬>들은 어쩌면 유일한 카타르시스였다.
당시 흑백 TV화면에서본 <암시랑토 않은 >그녀의 미색?,긴생머리,청바지들은 너무나 가난하여 밤에 빨아 아궁이에 말리다가 아랫목에 말리고 그도 안되면 이불밑에 깔아 말려야했던,피말리는 전투의,눈물젖은 흔적이었단다.
라면과,회수권의 가격 알아맞추기를 하여 화장품회사의 경품을 나눠주는 소란한 이벤트는 사실 칠만원이넘는 아까운 돈을 내고 앉아 꽉찬 볼거리,들을거리를 기대하는 우리 남편같은 엄숙하고 점잖은 옛날사람들에게는 엄청 아까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변했다. 컴컴한 객석의 관객들은 숨죽이고 무대를 향하여 집중하고 스포트라이트 휘황한 무대위의 가수는 그 숨막히는 정숙에 엄청 숨막혀하며 혼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열창해야 훌륭한 공연이란 소리를 듣는 시대가 이미 아닌것이다.
그런 대수롭지않은 것 들을, 어찌보면 말장난같은 이벤트를 무대 아래위에서 같이 즐기며 깔깔대며 박수치는 아줌마부대들의 파워가 막강해진 시대가 온것이다.
평일공연에도 어쩌다 밥에 뉘처럼 섞이는 몇명의 고등룸펜 남자들을 제외하면 너댓명씩 단체로 몰려오는 사람들은 , 다 부부동반이 아닌 여자 동창생들이다.
그동안 <남편네들>이 웃지도 못하고 심각하게 일하여 벌어다준 돈을 , <여편네들>은 절대로 심각하지않은 얼굴로, 희희낙락 문화생활에 투자하는 세상이... 남자는 나이먹을수록 초라해지고,여자는 나이먹을수록 점점 우아해지는 세상이
진즉에 도래했음이 분명하다.
이제 출연자는, 몇번씩 번쩍이는 호화로운 의상을 바쁘게 갈아입어야 하고, 공연기간 내내 다른 아무짓도 못하고,긴장하고 노심초사하며 전력투구하는 시대는 아닌것 같다.
열흘이 넘는 공연기간동안, 양희은이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게,
목소리를 많이써야하는 , MBC의 여성시대를 아침일찍부터 진행하고 또 사이사이 TV의 다른 토크프로에 나가 너털웃음을 웃으며 참여하고, 그러고도 저녁에는 두시간의 자기 공연을 씩씩하게 소화할수있는것은...
그 콘써트의 내용이 ,과거의 고정관념을 깬 , 전력투구를 하는것같지 않게 일상을 편안하게 풀어나가는, 일종의 변형 2인 토크쇼같은 형식이어서인지도 모른다.
나는 양희은이, 한때는 잘나가던 다른 얼짱 비디오 가수들처럼 얼굴이 받춰줘야 생명이 유지되는 미모가수가 아닌것을 감사한다. 젊은 애들이 어떤 가수의 노래를 좋아하기보다 ,가수의 미모나 이미지에 더 열광하는것과는 달리
그녀가 얼굴보다는 심금을 울리는 그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모두를 타임머신을 타고 30년전으로 돌아가 다시 갈수 없는 그시절을,젊음을 그리워하게 한다.
얼굴이 아닌 노래로 삶을 말하는, 오디오 통기타 가수였기에, 허랑방탕 여유롭게 살아온 귀족이 아니기에 30년이 지난 지금, 같이 가난하고 힘들었던 그때보다 열배나 삶의 질이 나아진 중년이 된 그때의 청년들로 하여금 박수치며 환호하게 하는것이다.
그래도 기성이니 보수니하며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노인들의 사고는 아무래도 과거에 고정되어 세상의 흐름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리는것 같다. 우선 나보다 네살많은 우리 남편부터,
틀림없이 공짜표가 절반은 넘을것 같은데 R석이면서도 겨우 중간통로 바로 앞에 앉아 , 양희경의 ,삼양라면이 처음 나온 해가 언제였죠하는 질문에 63년이다,아니다 64년이다,라면값이 10원이다 아니다하며 공방을 계속하며 떠들어대는것을 [그시간까지가 쇼의 한부분임을 용납못하고] 대책없이 들어야한다는것에 은근히 짜증내고 있었으니말이다.
<그래도 애들한테는 잘봤다고 해야지?> 갈치먹는놈의 식성과 꽁치먹는놈 식성이 엄연히 다르니 이미자 노래를 더 선호하는 남편을 나무랄수야 없다. 그래도 아들의 성의를 존중하려는 착한 마음만도 박수를 쳐 줄 수 밖에...
언제나 봄날... 좀 쌀쌀해도,좀 후덥지근해도 내가 봄날이라고 우기며 봄옷을 입는한... 내게는 언제나 봄날이 계속될수 있을까?
아까시아가 피어 저리 분분하고 짙은 녹음속에서 꾀꼬리가 목을 놓아 울어대는데 사위어버린 모란꽃, 자줏빛 낙화가 저리도 처연한데...
쉬리님 안녕하세요. 전 6급 장애인? 일급장애인 되기 무섭지만 모험삼아 한 번...ㅋㅋㅋ 지난번 부산 벡스코에서 있었던 양희은 콘서트를 본 사람중의 하나로서 이 글 쓰신 분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우리나라의 콘서트 문화가 젊은이 대상(록, 발라드, 댄스..)일때는 엄청화려하고 많은 자금을 투입하던데 성인대상
성인대상일 때는 지나치게 소박하게 하는 경향이 있나봐요. 청각적으로 아무리 만족해도 시각적으로 뭔가가 보태어져야 더 즐거울텐데요. 솔직히 이승환, 이승철,김경호,윤도현,이은미,조성모등 콘서트가 아무리 비싸도 돈이 아깝더라는 소리 한 번도 못들었습니다. 그만큼 혼신의 힘을 다하고..
무대장치와 프로그램 진행을 잘 한다는 이야기인데. 밋밋한 무대에서 오로지 두 세명의 입심과, 가수의 노랫소리에만 의존하여 시각적으로 볼거리 없는 공연을 거금을 주고 보기엔 가정경제가 다들 어렵지 않나요? 양희은씨의 노래를 무척 좋아하는 저이기에 더욱 안타까운 맘이 듭니다.
첫댓글 쉬리님,, 정말 반갑습니다.. 봄을 기억하고 생각하며 기다릴 수 있는 한 그 봄은 어디로도 가지 못할걸요.. 마리이야기 같은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지는 글이군요.. 자주 보입시더이..
쉬리님 안녕하세요. 전 6급 장애인? 일급장애인 되기 무섭지만 모험삼아 한 번...ㅋㅋㅋ 지난번 부산 벡스코에서 있었던 양희은 콘서트를 본 사람중의 하나로서 이 글 쓰신 분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우리나라의 콘서트 문화가 젊은이 대상(록, 발라드, 댄스..)일때는 엄청화려하고 많은 자금을 투입하던데 성인대상
성인대상일 때는 지나치게 소박하게 하는 경향이 있나봐요. 청각적으로 아무리 만족해도 시각적으로 뭔가가 보태어져야 더 즐거울텐데요. 솔직히 이승환, 이승철,김경호,윤도현,이은미,조성모등 콘서트가 아무리 비싸도 돈이 아깝더라는 소리 한 번도 못들었습니다. 그만큼 혼신의 힘을 다하고..
무대장치와 프로그램 진행을 잘 한다는 이야기인데. 밋밋한 무대에서 오로지 두 세명의 입심과, 가수의 노랫소리에만 의존하여 시각적으로 볼거리 없는 공연을 거금을 주고 보기엔 가정경제가 다들 어렵지 않나요? 양희은씨의 노래를 무척 좋아하는 저이기에 더욱 안타까운 맘이 듭니다.
님의 글보며 정말 나의 진정한 봄날의 흔적을 찾아보지만 아 ! 정말 옛날이여! 를 외치며 시든 국화꽃같은 심정이 드는군요.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