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武林血刀客(무림혈도객)]
글쓴이 지존큘라
"여기냐?"
"네."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두 명의 남자였다. 존대를 사용하는 자는 칠 척의 키에 덩치가 꽤 컸는데 몸집에 비해 얼굴은 꽤 생긴 편이었다. 등엔 육 척 정도의 곤을 매달고 있었다. 다른 한 사람은 약간 붉은색 머리카락을 지닌 잘생긴 소년이었는데 왼쪽 허리엔 머리색과 같은 붉은 색의 도를 차고 있었고 오른쪽엔 현이 없는 활을 차고 있었다.
"여기가 남궁세가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흠...네 친구는 어딨냐?"
"글쎄요...저 안에 있겠죠."
"그럼 가자."
비현과 장호성이 남궁세가의 문 앞에 서자 그 앞을 지키던 보초 두 명이 길을 막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보초 두 명 중 한 명이 장호성에게 물었다. 키로 보나 겉 생김새로 보나 비현보단 장호성이 더 위에 분으로 보이기 때문이었다.
"호성. 좋냐?"
"죄...죄송합니다."
이 어이없는 부하에 대해 고민하는 비현이었다. 장호성은 자신의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사람이었다.
"나는 건곤문의 장호성이라 한다! 성현이는 잘 있는가?"
"앗! 몰라 뵈어 죄송합니다. 대사형께선 안에 계십니다. 기별을 넣을까요?"
"그럼 내가 기별을 넣으리?"
"죄...죄송합니다!!"
장호성과 대화를 나눈 보초 한 명이 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장호성과 같이 다니며 안 것이지만 장호성은 무림에서 꽤나 유명했다. 어느 땐 그것이 득이 되고 실이 될 때도 있었는데 득이 될 때가 더 많았다. 역시 부려먹기엔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드는 비현이었다.
"호성! 왔냐!!"
얼마 지나지 않아 안에서 누군가가 나와 장호성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성현!! 이게 얼마만이냐!!"
장호성은 안에서 나오는 남궁성현을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남궁성현이라면...분명...'
비현도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전풍검귀(電風劍鬼) 남궁성현.
젊은 나이에 고수 반열에 든 검객이었는데 남궁세가의 거의 유일한 자존심이었다. 남궁성현은 무예가 출중한데다 얼굴도 잘생겨 여자한테 인기가 많았다. 게다가 가주의 맏아들로 남궁세가의 차기 후계자 감이니 무림이 주목할 만한 인재였다.
'끼리끼리 논다더니...그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군...'
제멋대로 해석하는 비현이었다.
"그런데 호성!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냐? 부하냐?"
순간 비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와 동시에 어울리지 않게 울상을 한 장호성이 남궁성현의 입을 급히 틀어막았다.
"임마!! 말조심해!! 내가 모시는 주군이시다!!"
"에? 말도 안돼. 네가 누군데 누굴 주군으로 삼는다는 거냐? 게다가 저렇게 별 볼일 없는 녀석을..."
장호성이 다시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남궁성현의 말은 비현의 귓속으로 들어간 뒤였다.
"호성!"
"예, 예!! 주군!!!"
비현이 목소리를 낮게 깔아서 자신을 부르자 깜짝 놀란 장호성이었다.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냐?"
이 말은 사실 장호성에게 하는 말은 아니었다. 바로 남궁성현에게 하는 말이었다.
"아! 내 정신 좀 보게. 미안. 하하! 너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기분이 너무 들떠 있었구만...미안하오!"
"괜찮소!"
비현이 말하자 장호성만을 이끌고 세가 안으로 들어가는 남궁성현이었다. 비현은 아무 말 없이 뒤를 따랐다. 남궁성현을 따라 간 곳은 남궁성현이 개인 적으로 사용하는 방이었다. 먼저 방으로 들어간 남궁성현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그런데 호성!"
"왜 그래?"
"저 분이 자네가 주군으로 모시고 있는 분이라고 했지?"
"그래."
"흠...자네 그렇담..."
"맞네. 난 패배자로서 이 분을 주군으로 모시기로 맹세 했다네."
"허...자네 실력이 많이 줄었구만."
"이 사람이 그래도! 내가 주군으로 모시고 있는 분이네! 함부로 말하지 말아 주게!"
왠일로 비현에게 충성하는 장호성이었다. 하지만 장호성이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남궁성현은 아직 이해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비쩍 마른 비현에게 저 큰 덩치의 장호성이 진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흠...'
비현은 현재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겉으론 드러나진 않았지만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던 것이었다. 장호성이 저렇게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것도 당연했다. 남궁성현 역시 처음 장호성과 만났을 때처럼 자만심에 가득 차 있었다.
'흠...저 한 생명을 구제해? 하지만 주작단에 부력먹을 싸움꾼은 장호성 하나만으로도 충분한데...'
"하하! 성현! 여기서 이러지 말고 남궁세가 구경이나 한 번 시켜주게나."
"하하! 좋지!"
대화가 끝나자 남궁성현이 장호성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비현도 그 뒤를 따랐다. 남궁성현이 가장 먼저 간 곳은 제일 가까운 연무장이었다. 연무장에선 많은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수련을 쌓고 있었다. 한참을 연무장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던 남궁성현과 장호성이 연무장을 떠나려할 때 비현이 말했다.
"흥! 남궁세가도 지금 보니 별거 아니군."
비현은 연무장 내에 있던 사람들이 다 들을 정도로 크게 말했다. 노골적으로 남궁세가를 무시한 것이었다.
"지금 뭐라 하셨소?"
남궁성현이 뒤를 돌아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남궁세가도 별거 아니라고 했소이다!"
"허! 절친한 친구의 주군이라 하여 대접을 해 주었더니 말하는 것이 가관이로구나!"
"나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오!"
"그러는 네 녀석은 얼마나 잘났기에 이곳에서 그런 말을 지껄이는 것이냐!!"
"그 쪽 보단 잘났소이다!"
"네 이놈!! 혼이 나 봐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할 수 있다면."
"네 이놈!!"
스르릉!
남궁성현은 비현의 말투에 주저 없이 검을 뽑았다. 이 모습을 보며 장호성은 비현을 말릴 수 없었다. 사실 장호성은 이런 것을 바랬었다. 자신이 비현에게 패하고 나자 그는 세상이 달리 보였다. 그 동안 얼마나 헛된 삶을 살았는지 알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느낌을 절친한 친구인 남궁성현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기에 장호성은 나서지 않았다.
"무기를 들어라!! 내 친히 네 놈을 상대하겠다!!"
남궁성현은 그렇게 말하며 연무장 중앙으로 갔다. 그러자 연무장 내에서 수련을 쌓고 있던 사람들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비현도 연무장 중앙으로 향했다.
스르릉~!
그리고 비현 역시 자신의 도를 뽑았다.
허! 허엇!
비현이 도를 뽑자 주위에서 놀라움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저건!!"
남궁성현도 비현의 도를 알아볼 수 있었다.
"명풍적혈도!!"
놀라움이 섞인 목소리가 남궁성현의 입에서 나왔다.
"흥! 아무리 명검이라 할지라도 주인이 허수아비라면 쓸모 없는 검이 될 수밖에 없는 법!"
맞는 말이었다.
'아뿔사! 내가 사람을 잘 못 건드렸구나!'
그래도 장호성보단 머리가 좋은 남궁성현이었다. 겉으로 뿜어져 나오는 비현의 기도에 위압감을 느낀 것이다. 허나 이대로 물러설 남궁성현이 아니었다. 비현과 남궁성현은 잠시 동안 중앙을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남궁성현이 먼저 움직인 것이다.
카가강~!!
비현이 가볍게 남궁성현의 검을 막았다.비현이 자신의 검을 막아내자 방금 전의 생각이 더 확실해지는 남궁성현이었다. 비현과 검을 부딧친 남궁성현은 뒤로 물러났다. 때를 놓칠 비현이 아니었다.
"명풍적혈도법(明風赤血刀法)! 신도술(迅刀術)! 팔전혈도(八剪血刀)!!"
슈슈슉!!
엄청난 빠르기로 남궁성현을 향해 달려가던 비현이 그대로 지나쳤다. 그때 비현의 도의 끝은 아래를 향해 있었고 손잡이 부분이 위를 향해 있었다.
"크윽!"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도 모른 채 남궁성현이 무릎을 꿇는 것만 봤다.
"네...네 이놈...가만두지 않겠다!"
"그만하라!!"
남궁성현이 다시 비현에게 달려들려 할 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음성만으로도 느껴지는 위압감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사...사부님!!"
남궁성현은 창백해진 얼굴로 장내에 나타난 노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인은 하얀 백발에 무릎까지 오는 하얀색 긴 수염을 갖고 있었는데 느껴지는 위압감이 음성을 들었을 때와는 또 달랐다. 이 사람이 바로 남궁성현의 사부이자 현 가주의 아버지이며 전대 남궁세가의 가주인 검성(劍星) 남궁창천이었다.
"네 이놈!! 어찌하여 세가에 오신 손님께 이런 무례를 저지르는 것이냐!! 네 아비가 그렇게 가르쳤더냐!!!"
남궁창천의 호통은 오금이 저릴 정도로 무서웠다.
"하...하지만 저 녀석이 먼저..."
"네 이놈!! 그래도 아직 정신을 덜 차렸구나!! 내 너 같은 막대 먹은 제자를 둔 적이 없다!! 차라리 세가를 떠나거라!!"
"죄..죄송합니다. 사부님!!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남궁성현의 바라보던 남궁창천이 비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미안하게 되었네. 못난 내 제자를 용서 해주게."
"오히려 제가 더 죄송합니다. 쓸데없는 말로 이런 일을 일으킨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허허! 명풍적혈도라...오랜만에 보는 구만!"
"명풍적혈도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천하제일인의 도를 어찌하여 모르겠는가. 그 분의 제자인가?"
"그렇습니다."
"괜찮다면 저 아이를 데려가 줄 수 있겠는가?"
남궁창천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비현에게 물었던 것이었다. 비현이 주작단장이란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둘의 대화를 듣던 남궁성현은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저 비쩍 마른 사람이 강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어째서 자신의 사부님이 저렇게 사정사정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좀 더 두고 봐야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남궁성현은 더 이상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옆에 있던 장호성에게 물었다.
"호성! 저 사람은 도대체 누구냐?"
"그러기에 내가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나. 저 분은 현재 사신단의 하나인 주작단의 단장이시네."
"허어어억!!!! 그...그렇담 저...저분이!!!"
"음? 주작단장은 알고 있는가?"
"구...궁신혈도(弓神血刀) 비현!!!"
아직까지도 자신이 장호성보다 더 유명하단 사실을 모르는 비현이었다. 다행히도 오늘에야 알 수 있었다.
"궁신...혈도?"
신기한 듯 비현이 중얼거렸다.
'어느새 저런 멋진 별호가 붙은 거지?'
"자네는 모르고 있었던 건가?"
잠시 잠자코 있던 남궁창천이 비현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설마 벌써 저런 별호까지 붙으리라곤..."
"그 만큼 사신단의 단장들에 대한 무림인 들의 기대는 대단하다 할 수 있네..."
"그렇군요."
"별호가 마음에 들지 않는가?"
"아뇨. 아주 마음에 듭니다."
"오래 전부터 명풍적혈도의 주인들의 별호엔 항상 혈도라는 글자가 붙었었네."
"그렇군요."
별로 좋은 반응은 보이지 않는 비현이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흘렀다. 모두들 남궁성현이 어떻게 할 지에 대한 것에만 관심이 쏠려 있었다.
"아~함."
그 와중에 비현이 입을 크게 벌렸다.
"하...답답한 녀석이로구만...출발은 내일 사시 초로 한다. 오든 말든 나는 말리지 않겠다."
그렇게 말하며 비현이 세가를 나가려 했다. 하지만 잠은 남궁세가에서 자게 되었다. 뒤늦게 온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천명이 큰손님을 그냥 보낼 수 없다며 극구 말렸기 때문이었다.
"출발하자!"
정확히 약속한 사시 초가 되었다. 하지만 남궁성현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더 기다릴 것 없다. 누구보다 네가 그 녀석을 더 잘 알고 있지 않느냐."
"하하! 그럼 걱정 할 것 없겠군요."
"흠...그렇군. 하나...둘...셋..."
뜬금 없이 숫자를 세는 비현이었다.
"아홉! 열!"
"잠시만요!!"
비현이 정확히 열을 세자 남궁성현이 세가 밖으로 나왔다. 신기(神技)가 있는 비현이었다.
"저...저기...그것이..."
뭐라 해야 할 지 몰라 우물쭈물 거리는 남궁성현이었다.
"가자!"
비현은 그런 남궁성현을 외면하며 장호성에게 말했다.
"저를 주작단에 받아 주십시오!"
비현이 정말 떠나려 하자 남궁성현이 급하게 말했다.
"성현!"
"네!"
"너는 이미 주작단의 두 번째 단원이다. 어서 가자! 갈 길이 바쁘다. 호성!"
"예!"
"네가 몇 일 선배이니 적당히 충격을 줘라."
비현이 충격을 주란 말은 남궁성현에게 현재 무림의 상태를 알려주란 말이었다.
"헌데 주군!"
"뭐냐?"
"다음 목적지는 어디입니까?"
"글쎄...성현! 어디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냐?"
남궁성현은 눈물이 나올 정도로 기뻤다. 자신이 주작단에 들어갔다는 건 둘째치고 이런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뻤던 것이다.
"사천으로 가는 것이 어떻습니까?"
"사천?"
"예. 사천 당가에 좋은 인재가 있을 듯 싶습니다."
"그래? 하지만 무공이 강한 것 만으론 주작단에 들어올 수 없다. 주작단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뿐이다."
"사천 당가의 사람들은 성질이 좀 더럽기는 해도 마음은 착한 사람들입니다. 후회는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의외로 남궁성현은 장호성과는 달랐다. 무공의 발전 가능성도 장호성보다 뛰어났고 머리도 장호성보다 뛰어났다. 하지만 약간 소심한 성격이 단점이었다. 그에 비해 장호성의 대담한 성격은 비현도 알아주는 것이었다.
"그럼 목적지는 사천 당가로 한다."
그렇게 비현 일행이 당가를 향해 떠났다.
RedBatKing_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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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재밌네요^^* 마니 써주세요^-^
넘재밋땅 >_< 계속 빨리 부탁해요@@
네 감사합니다 ㅋㅋ;;;
무림맹주 딸을 데리러 가는게 아니었나요? 당가로 가다니요...,;;
뭐 어쨌든 좋은 인재가 있으면 주작단에 넣어야 하기 때문에 말이죠.ㅎ
ㄴ 공감 .... 야 현아 .. 어디가 .. ;; 딸래미 찾으로 가야지 ,, ;; 재밋다 ,,
하하하 딸래미 ㅋ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