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서자마자 온몸이 샛노랗고 눈은 시뻘겋고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운동력은 하나도 없지만, 의식은 또렷한 젊은 여인을 보게 된다.
면역계통에 결핍이 있어서 모든 장기가 같이 망가져가고 있다.
그이랑은 눈 맞추는 것도 편하지가 않다.
그 옆에는 24시간 가래를 그렁거리는 가파른 얼굴의 할머니가 누워있다.
삶의 끝에 낼 수 있는 소리가 가래소리밖에 없다면...
그 옆에는 두리뭉실한 몸매의 인텔리 할머니가
(일제시대에 대학을 다녔단다.)
생로병사를 어쩔 수 없어서 뇨독증으로 의식이 혼미하다.
심장은 제멋대로 뛰고, 손을 번쩍번쩍 들었다놨다 한다.
조금 건너 뛴 자리에는,
10Kg이 조금 더 나가는 12살 아이가 꼼짝 못하고 누워있다.
세상에 태어나서부터 저러고 있단다.
저절로 숨이 가라앉고 혼수상태에 빠져서 병원에 들어왔고
이젠 기력을 회복해서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숨쉬는 정도이다.
보호시설에 맡겨져 있었는데,
엄마아빠가 가끔 들리긴 한다. 따로따로..
그 부모의 마음은 또 어떨까..
눈인사는 수차례 했지만 말을 건넬 수가 없다.
한 할머니는 내가 중환자실에 들어가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셔요? 오랜만이네요.. 반가와요, 할머니..”
음.. 나보고 할머니란다.. -.- 치매할머니이다.
곱상하신데.. 성격도 밝으신데...
글쎄 모르겠다..
우리는 삶의 끝에 어떤 모습일지..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다.
세상은.. 삶은.. 우리가 쉽게 보는 이면에..
잘 보이지 않는, 잘 보려하지 않는, 늘 잊고 살고 싶은 아픔과 소외가 있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가능성에서 내가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사는 것이란... 그 모습도 함께 끌어안고 가야 하는 어떤 것..
나는 신비라고 부르고 싶다..
밝고 맑은 것만이 신비는 아니겠지..
우리는 이 신비를 늘 대면하며 걷는다.
격랑을 잠재우실 주님..
그 주님께서 지금 잠들어 계신다면, 우리도 함께 잠들어도 좋은가..
아님..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그분을 흔들어 깨워야 하는가..
과연 어떤 것이 믿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