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어제 피곤해서 일찍 잠에 들었더니 일찍 깼다. 시험기간이기도 하지만 머리가 복잡하고 산만하다. 날씨 때문이리라. 아니다. 4학년이기 때문이리라. 아니다. 어쩌면 얼마 전부터 내 머리 속을 맴돌고 있는 ‘이 쌩뚱 맞은’ 과제 때문이리다. 그래, 어쩌면 이 모두 때문이리다. 아니면 이 모든 것들과 관련 없는 이유 때문이리라.
*짧은 서론
한동안 멍하니 창밖 풍경에 몸을 맡겼다. 좋다. 그렇다고 마냥 이러고 있을 수만도 없다. 일단 시험기간이기도 하니 숙제부터 해놓고 보자. 컴퓨터 화면으로 긴 이야기를 읽어 본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좋다. 전체를 이해하여 주제를 압축하기 보다는 이해되는 부분을 확대하여 내 마음대로 이야기를 ‘재구성’해 보자. 대충 모든 이야기를 통합할 수 있는 주제는 ‘이것도 저것도 아닐 수는 없는가?’ ‘이것이면서 동시에 저것일 수는 없는가?’로 가닥이 잡힌다. 오해여도 좋다.
*본론 같지 않은 본론
주제를 압축해 놓고 보니 간단해진다. 물론 이것도 저것도 아닐 수 있으며, 이것이면서 동시에 저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지금 내 눈 앞에 보이는 돌멩이는 액체도 기체도 아니다. 그리고 나는 어머니의 자식이면서 아버지의 자식이다. 숙제를 끝낸 기분이다.
*결론 같지 않은 결론
그런데 찝찝함이 남는다. 현주엽는 잘생겼는가 못생겼는가와 같은 문제는 좀 애매하다. 현주엽은 잘생기지도 못생기지도 않았는가. 현주엽은 잘생겼으면서도 못생겼는가. 현주엽이 잘생겼거나 혹은 못생겼다는 말은 틀린 말이란 말인가? 생각을 하면 할수록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 많다. 정답이 있는 문제가 있고 없는 문제가 있다. 가령 개인의 가치관이나 세계관, 취향 등에 관한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아니 모든 것이 정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우리가 객관적이라고 인식하는 대상 자체도 사실상 누군가의 특정한 가치관(기준)이나 세계관(이데올로기) 아래에서 만들어지고 다듬어져 굳어진 것이라면 세상 모든 문제에는 정답이 없다. 아니 모든 것이 정답일 수 있다. 가령 종이는 왜 ‘이종’이라고 불리면 안되고 ‘종이’라고 불려야 하는가. 왜 종이는 하얀가? 세상의 모든 종이가 까맣고 볼펜이 하얀 색이면 비정상적인 세상인가? 왜 우리는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가, 신문지에 그림을 그리면 안 되는가? 초등학교 2학년이 풀만한 객관적인 시험문제를 하나 만들어 보자. “다음 중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기에 적합한 종이는?” 1번 화장지, 2번 마분지, 3번 휴지, 4번 폐지. 정답은 2번인가? 1번이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누가 정했는가? 이 문제는 객관적인가? 태초에 누군가의 주관이 개입했다면 객관적인 것이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남한과 북한, 서구 문화와 비서구 문화, 제국과 식민지, 제1세계와 제3세계, 중심과 주변, 자본가와 노동자, 남성과 여성, 기성세대와 신세대, 맑스주의자와 자유주의자, 이성연애자와 동성연애자, 낙태 찬성론자와 반대론자 이들의 존재는 완전히 객관적인 것이라고 말 할 수 있는가?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면 모든 것이 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답이 아닐 수 있다. 세상엔 여러 가지 갈등이 존재한다. 나만이 맞다고 주장하고 나만이 객관적인 사실에 바탕을 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모든 경계는 이것이면서도 저것일 수도 있는 것이요. 이것도 저것도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결론을 대신하여...
좋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문제로 돌아오자. 독도는 일본 땅일 수도 있는가? 나는 산사람이면서도 죽은 사람일 수도 있는가? 사람은 죽어도 그만 살아도 그만인가? 전쟁은 일어나도 그만 일어나지 않아도 그만인가?
“그렇지 않다.”
극단적인 이분법적인 사고는 경계해야 하는 것이지만, 세상 모든 일들이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 것은 아니다. 그것은 객관성이란 유효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지만... 우리에게 반드 시 필요한 인식론이라는 인식에 근거한다.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한, 그리고 우리가 사회를 살아가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한 우리는 객관성을 ‘불가피하게’ 활용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전쟁은 피해야만 한다는 명제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있다. 그래, 끝없는 회의는 더 이상 회의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끝)
첫댓글 (2) 주제와 거리가 좀 있어보이는글이네요...그렇지만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한 글이었습니다,수고하셨습니다^^
(2) 주제가 논지과정에서 흐려지는듯 하네요~ 수고하셨습니다.
(2) 좀 더 논리적인 전개가 필요 한 듯 싶네요... 수고하셨습니다
(4)독특하고 좋은 글입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4] 항상 결론같지 않은 결론이, 결론이나 그것을 이끄는 짧은 서론보다는 많은 게 사람사는 거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