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영탄곡
저녁 늦게 잠들어도 새벽이면 눈뜨는 사람이라 새벽돌이 일찍한터에 컴에서 시간보내다 날이 휘붐해지니 집안청소랍시고 해놓았는데도 마누라한텐 이른새벽이다. 그냥 쿨쿨잔다. 아침밥차려줄 기미 보이지 않으니 나절로 먹는다고 주방에 가보니 밥한알없고 그냥 씻어놓은 쌀 돌가마에 넣어 가스렌지위에 올려놓은것밖엔 없다. 가스렌지 틀어 3분가량이면 밥이 긇기 시작하고 그때부턴 가스렌지를 끄고 젖은수건같은걸 돌가마위에 올려 놓는다. 끓어번져 넘쳐나는 김이 가스렌지에 떨어져내는 칙칙소리를 막으면서도 위생적이라나? 한5분가량 기다리면 밥이 다되는데 돌솥밥이란다. 영양돌솥밥을 만들려면 여러가지 쌀 한데섞고 그위에 대추몇알과 구기자 스무나문알 얹혀놓으면 기가막힌 영양돌솥밥이 된단다.
밥다되기를 기다리며 켜놓은 텔레비에서 재밋는 프로를 구경하며 텔레비 앞에 아침밥상을 차리는데 나에게 편한 밥 상이 바로 지나간 신문지 한장을 펴놓는거다. 쥐다나니 지나간 연변일보 090206호이고 펴다나니 6~7면이 바로 펼쳐지는데 설을 쇠느라고 보지 못했던 내용들이다. 연변선전부 부부장 채영춘님이 쓰신 수필 <황소영탄곡>이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밥이고 뭐고 글읽기에 바쁘다. 지식청년으로 도회지로부터 산골에 가게 되였고 그로부터 접촉하게된 황소 이야기, 괘씸한 소, 불쌍한 소 로 나뉘여 엮어진 재밋는 에피소드와 서정에 빠져 같이 웃고 울고 하다보니 결국 늦은 아침을 마누라와 같이 먹게 되였다.
소해에 소에 대한 글 여러편 읽었지만 실생활중에서의 소와 맺어진 정이 다분한글은 처음 접해본지라 나도 저런 현실속에서 살았던적이 있었는데 하면서 글이라도 긁적여 보려고 시작한것이 이 글이다.
본격적인 만남은 지난세기 76년7월 부터였다. 집체호에 가니 소에대한 이야기가 많기도 하였다. 어느 암소는 지금 십몇년 살았고 새끼도 십여마리 낳았는데 사람으로 말하면 륙십살인데도 그냥 힘깨나 쓰고 아직도 생육능력이 있다는둥, 어느 둥글이는 생산대에서 제일 힘깨나 쓰는데 번식때에는 너무 큰배때문에 제대로 활용 못하는둥, 어느 둥글이는 체대도 크고 힘도 쎈데 내리막길에서 두짐받이 못한다는둥, 어느놈의 둥글이는 키도작고 힘도 작지만 번식때는 어떻게 어떻게 교미를 잘한다는둥… 얘기가 많기도 하였다. 그중에서도 제일 감격적으로 들은건 제일 늙은 둥글이 얘기였을 것이다.
겨울날 헐망한 집체 우사칸이 큰눈을 못이겨 무너져 내리게 되였는데 내려오는 대들보를 목으로 떠받쳐메고 사람이 와서 다른소들을 다 구조할때까지 버텨내다가 기둥을 받쳐 대들보가 더 내려오지 않게 하고 그 소를 빼내니 그자리에서 쓰러지더라는 얘기였다. 과연 그 둥글소에게도 동종의 암컷이나 어린송아지에게 자기 생명을 바쳐가면서까지도 보호하려는 의식이 있었을가? 위험한 상황에서 고삐를 끊고 안전지대로 피신간 둥글이들도 있긴있더란다…..
얼굴이 하얗고 빤빤한 나로 (사실 퉁방울눈에 시답잖은 몸)놓고 말하면 사람들에겐 어떤 호감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소들은 아니였다. 소들도 나를 업신여겼다. 그래서 새끼달이,금방 송아지를 벗어난 암소를 운전하다가 아주 아주 멋진길에서 빈수레를 번진적도 있었다. 사람들의 놀림속에서 발개지는 얼굴도 그렇지만 음메~음메하며 물끄러미 쳐다보는 꽉지같은 암소가 괘씸하여 배때기를 차놓은적도 있었다.
점차 농촌생활에 익숙해지고 얼굴이 검고 몸이 굳세져감에 따라 소들도 고분고분 내말을 듣기 시작하였다. <말은 두둘겨 패고 소는 얼리라> 는 말이 있다. 소는 두드리면 점점 더 애먹인다. 수레채옆에 바짝 다가붙어 버들잎가지로 달려드는 쇠파리를 쫓아버리거나 죽여버리며 알아듣는지 못듣는지 중얼중얼 코노래부르면서 소대가리를 슬슬 쓰다듬어주면 고분고분 말잘듣는다. 늘정늘정 가는길도 가고야 말리라고 생각하면 마음은 느슨해지기만 하였다.
기계의 힘보다 사람의 힘이 더 많이 들었던 삼합붉은기수로 공정이거나 삼합초평두만강가 논밭개간공정이 있을때마다 청년돌격대 식당관리원으로 일했던 나는 밥짓고 방덮히는 땔나무땜에 4~5일에 한번씩 나무하러 산에 가야만했다. 주위의 야산에 낫나무들이 쌔고 버렸는데도 불땜이 없다고 성차지 않아 꼬옥 도끼로 찍어야하는 나무여야 불땜도 있고 더욱이 남자의 기백이 있다고만 생각하였었다. 20리여리 가면 깊은 산속에 들어갈수 있는데 산어구지에서도 얼마든지 한수레의 나무를 할수 있건만 굳이 고집하는나무가 직경 10여센치 길이 7~8메터의 잘 자란 나무였다.
겨울날 아침일찍 점심밥 챙기고 소수레로 먼길걸어 알맞는 나무들이 있는 산속에 도착하면 어쩌다 들리는 이름모를 산새소리와 소와 나 밖엔 없다. 저 산아래 큰길가에 소수레를 벗겨놓고 발구로 바꿔메워 이곳까지 왔다. 찍어넘겨야 하는 나무가 맘에 드는곳에 소발구 벗겨놓고 고삐를 뿔에 칭칭 감아놓고는 여물마대를 헤쳐 놓는다. 그리곤 나무 찍기에 여념없다. 비탈진 곳에 찍어놓은 나무를 끌어 내리고 도끼로 자국을 낸다음 발구에 고정시킨다. 나뭇짐이 다 됐다 싶으면 점심을 먹는데 이때 별일 생긴다.
풀어놓아 제 여물 먹고 또 슬쩍슬쩍 걸어서 저 멀리로 먹음직한 풀찾아가서 먹고 놀며 실컷 휴식을 취했던 소란놈이 슬렁슬렁 내곁에 돌아온다. 주크리고 앉아 찬 겨울음식 먹고 있는 내켵에 와서 게춤이 질질흘러내리는 주둥이로 내대가리를 슬슬 핱는다. 뭔가 얻어 먹자는거다. 네놈은 짚에다 어쩌다 섞인 콩알이나 얻어 먹으면 됐지 사람먹는걸 욕심낼건 뭐람? 대가리를 툭때려놓아도 비위를 쓴다. <뭘좀주슈. 좋은걸 혼자 먹는것 같은데유…> 여러차례 경험이 있는지라 혼자먹는 점심밥이 아니라는걸 아는 화식원들이 푼푼하게 준비해준 점심이다. 내 한입먹은 주먹밥 그대로 소한테 주면 넙적 받아 먹는다. 내 한잎 먹고 너 한잎 먹게 차입쌀구이를 넘겨주면 넙적넙적 잘도 받아 먹는다. <사람은 좋수꾸마예. 이렇게 좋은걸 먹으니, 우리는 이런게 없어서 짚이랑 먹수꾸마, 알뜰한건 다 사람이 먹구 우리는 사람이 안먹는 거친것만 먹으니,맴씨좋은 사람 만날을때 맛있는거 먹어나 보깁소…> 그래두 눈치는 있는지 다 먹고 없다 싶으면 더 달라고는 안한다.
이렇게 친해진 소에게 이제부터는 목숨을 내건 사투를 벌리게 한다. 발구멍에들어 소에 메운다음 고삐를 뿔에 감아주며 눈덮인 구불구불한 내리막길에 내몬다. 발구에 올라 탈수도 있지만 목숨을건 일이라서 사람은 그냥 뒤에서 또는 옆에서 소리만 지를뿐이다. 내리막길 가는길 험난해도 가야만 한다. 눈뿌리 아칠할 지경으로 눈보라 날리고 스키선수처럼 구불구불 오솔길을 요리조리 용케도 빠져 나간다. 소와 발구가 지나간 자리를 밟으며 느릿느릿 어느굽에서 뒤벼져 죽어번져지지나 않았는지 근심이 태산같으면서 뒤따라 내려와보면 수레 옆까지 끌고와서 큰숨을 몰아쉰다. 용키도 하지. 소야~잘한다. 잘해.
다시 발구짐 부리우고 수레짐 꾸밀때까지 풀어놓은 상태지만 멀리 가지 않는 소다. 호랑이가 나타나도 사람이 옆에 있으면 호랑이와 싸운다운 황소가 아닌가?서로 의지가 되는 사의다.수레짐이 다 됐다싶으면 저절로 기신기신 찾아온다. 묵직한 나뭇짐수레를 끌고 뉘엿뉘엿 집으로 돌아온다. 싯누런털위에 돋아난 땀이 새하얀 서리로 맺혀있다. 수레에 타고 있어도 묵묵히 걷고 있지만 옆에서 같이 걸어 주면서 멍에를 눌러주거나 들어주면 묵묵히 걸으면서도 신나하는 표정이 뚜렷하다. 코노래 흥얼거리거나 휘파람이라도 불어주면 더 신나한다.짧은 겨울해의 긴 나뭇꾼의 얘기다.
느릿느릿하지만 끈질긴 소와의 정이 오늘날의 나를 있게해주지 않았나 돌이켜보게 된다. 물론 소는 소고 사람은 사람이지만 시골에서 소와 맺어진 끈끈한 정과 소처럼 꾸준한 정신, 의미 시작된 험난한길에서 살아남아야만하는 그 움직임의 율동이 바람처럼 사라져버린 오늘날에도 회억할수 있게 남아있는건 아마두 쉽게 변하는 마음들을 정화시켜 꾸준히 한길로, 탄탄대로에서, 또는 구불구불한 내리막길에서,올리막길에서 소리도 쳐주고 부추켜도 주고 눌러도 주면서 신나게 살아보자는 욕심이 아닌지 모르겠다.
(시답잖은 글이지만 글을 마무리하게 해주신 오월의 꿈님. 락동강님께 허리굽혀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코스모스화원 자작글자작시방에 발표)
2009년 3월15일
첫댓글 채부장님이 쓰셨다는 <황소 연탄곡>은 보지 못했지만은 두만강님이 쓰신 소에 대한 이야기 보고나니 소에대해 아는게 별로 없는 저로선 처음으로 소도 정이 많고 이사 소통이 어느정도 잘되는 동물인걸 알게 되였습니다.. 구수하게 역으신 글에 기분도 좋아 지네요 . 잘보고 갑니다 ~~ 항상 건강 하시고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
세월이 변해 넓다란 콩밭속에 콩탈곡기 놓고 콩타작 제자리에서 하는 농부들보고 세월이 변했음을 실감하였답니다. 인젠 소도 키워서 잡아먹으려고만 하는 시댄데요, 고통없이 껌뻑죽이고 잘 먹어만 주면야 ... 어이야~ 잘 살아 봅시다.ㅎㅎㅎ
참 오랫만에 님의 마음이 듬북담긴 좋은 글을 접하게 되네요. 그런 모진 환경을 딛고 오늘날 님이 그 위치에 있음도 다 소의 부지런함과 말없이 묵묵히 따라주는 것에서 교훈을 삼아 오늘날 참된 삶을 살아간지 모릅니다. 모르긴 해도 우린 사람과 같이한 동물들에게서도 배울것은 배워야 하는가 봅니다.난 동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우화들을 보면 재미난 이야기 들이 많지요. 일요일 열린음악회에 나가려다 컴을 켜고 울 카페에서 고운 울님의 좋은 글 읽고 쉬고 있네여~~즐거운 휴일 되시고 행복 하세요!.영혼.
끈질기고 참된 모습 찾아오는 님의 모습에서 우러러 보입니다. 너무도 고마운데요. 앞으로 더 활기찬 모습으로 아는 옛날 얘기와 근대 사람사는 얘기 들려 주세요. 항상 건강하세요...
그런 일은 별로 해보지 않으신 분인줄 알았는데 소수레도 운전하셨네요... 그리고 소는 콩과 풀만 먹는 초식 동물이라고 알았는데 밥도 먹는다?? 재미있게 쓰신글 잘 읽고 갑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에헤~~선생님두~ 용정 년치계시는 아줌마들 다 나를 아는데 ㅎㅎㅎ 사위삼자구ㅎㅎㅎ 롱담이구요. 글에 담긴 내용들 다 진실이랍니다.하나두 허구가 없어요,ㅎㅎㅎ 정말요.
구수한 지난 이야기를 귀뚜라미 또르륵 또르륵 하면서 부른 두만강님 노래소리 음미해보면서 잼이 잇게 잘 읽엇습니다..코스모스자작글방에만 올리기 아쉬운 글이네요 ..간행물에 어디 투고 해 보세요 ..그리고 처음 대목에 쓴 돌솔밥 하는 방법 잘 배우고 갑니다..이 문장 계기로 우리집에서두 실시 해 볼가 합니다 ,돌솔밥 ㅋㅋ 근데요 저는요 곱돌장 지지면서도 자꾸 넘어나서요..ㅎㅎ좋은 글 올려주신 두만강님 감사합니다..매일 매일 웃는 날 되세요 ..
<귀뚜라미 또르륵> 노래는 나만 아는가 했더니 왕청 어느 뚝빡골에 아는 사람 있대요. 나한테 가사랑 물어보더군요. 오늘글도 비뚜럼하게 얘기할 사람 있겠죠. 제가 글로 옮겨 놓았을 뿐이죠. 그런데 제가 접한건 진실이랍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쫄깃하고 구수한 된장냄새나는 "황소 영탄곡"에 함빡 빠져 들었습니다. 자작글 자작시방의 이의 주제는 소가 되였네요. 우리 민족과 갈라좋을수없는 황소의 재밋는 이야기 더 많이 기대해 보게 됩니다. 좋은 글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두만강소님.
감사합니다.글감을 이어갈수 있게 해주셔서 ...시에서 많은 계발을 받았어요.
두만강님의 글 항상 재미 있어요 구수하고 카페 오면 먼저 두만강님의 글 있는가 자연적으로 살피게 됩니다.항상 존경하는 분 입니다 건강하세요
다녀가심에 감사 드립니다. 어려운때라 몰켜옴이 감사합니다. 어느때건 진정이 진정이겠죠. 쉐의 정신으로 ...쇠파리...끈질지죠.쉐파리는 더 끈질기구요.ㅎㅎㅎ
이전에 우리집에 있는 암소는 한해에 한번씩 새끼를 낳아서 보배였어요 글구 작년에 난 새끼와 올해에 난 새끼가 서로 어미 젖을 먹겠다고 싸움도 하구요 황소의 목을 티운다고 아버지가 소를 몰아달라고 해서 몰다가 발까지 밟혔었구요 또 쇠파리가 온다고 하면 소들이 어찌나 빨리 뛰는지 눈 깜박할 사이에 산에서 집으로 와요 ㅎㅎㅎ 재밋게 쓰신 좋은글에 추억을 더듬어 보네요 건강하세요
소무리들이 흩어지기 시작하는때가 바로 그 쏠쌔미같은 쇠파리들이 왕성할때죠. 늙은소들은 그런대로 참아내는데 송아지들은 냅다 뛴답니다.ㅎㅎㅎ
어릴적 소 꼴베고 풀 뜯기던 기억이 삼삼하네요. 고삐 끈겨 내달리는 소랑 신경전 하던 생각, 소등에 타려다 떨어진 일등,아름다운 추억속에 머물게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다녀가심에 감사드립니다. 재밋는 추억들이 많죠.ㅎㅎㅎ
하루를 시작하는 새 아침에 두만강님이 쓴 추억의 좋은글을 잼있게 보고 갑니다.
머물러 가심에 감사 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기쁨이 가득하길 빌어봅니다.ㅎㅎㅎ
한해에 소몰이를 하면서 새끼 10여마리를 메서 우사칸으로 옮기면서 로농들에게 눈이 빠지게 욕먹든 추억이 떠오릅니다.
섹꼉님도 쇠와 감정이 있군요.ㅎㅎㅎ 욕먹은 덕분에 그만큼 건강합지비.ㅎㅎㅎ
연변테빕방송국국장하시다 승급하여 연변주당위 선전부 부부장으로 계시는 채영춘 부장의 황소영탄곡이나 님의 황소영탄곡 다 나름대로 개성이 있어 읽을 맛이 납니다. 님글에는 토속적이고 구수한 이야기가 있어 시골집곱동장같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다시 추고하여 올렸어요. 시인님의 방조 많이 많이 바랍니다. ㅎㅎㅎ
항상 고향의 흑내음 같은 자작글 보면서 미소로 즐깁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
춰주지 말아요. 그러다가 훌렁 벗어지겠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