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 47일 - 제 19 일

[kiwon]

여러분! 즐거운 주말 보내셨쎄요?

무한도전 때문일까요, 왠지 댄스 스포츠가 배우고 싶은 월요일입니다.

날씨가 갑자기 많이 추워졌습니다.

제가 프라하에 있을때도 엄청 추웠는데...


어쨌든 오늘은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날입니다.

아침 일찍 빈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일단 유레일 타임 테이블에서 기차 시간과 출발역을 확인 하고!

기차역으로 ㄱㄱㅅ

캐리어를 끌던 키다양은 팔이 아프다며 이상한 짓을 하더군여

캐리어를 밀면 팔이 덜 아프다나요;

힘들기는 배낭을 맨 현식이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현식이 표정이 마치 무한도전의 박명수씨를 보는듯한 느낌입니다.

참고로 현식이와 저는 캐리어 대신 배낭을 매고 갔는데

제 배낭이 8kg, 현식이 배낭이 10kg 정도 였답니다.


그렇게 해서 프라하 기차역에 갔습니다.

매표원한테 몹쓸영어로 말했더랬져

"빈에 가려고 하는데요, 유레일 패스 있고요...에..."

근데 제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매표소 직원이 절 무표정하게 쳐다보면서

"빈에 가는 기차는 여기서 타는게 아니라 다른역에서 타는겁니다."

헉!!!

아닌데? 분명히 유레일 타임 테이블엔 이 역이라고 써있는데!?!?

타임테이블을 보여주며 이 역이 맞지 않냐고 다시 물어보니

매표소 직원, 다시 절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며,

"잘못 나와있네요. 여기가 아니에요."

-라고 하면서 친절히 종이에 '빈으로 가는 기차가 출발하는 역'의 이름과

지하철 몇호선을 타고 어느역에서 내려라...뭐 이런것들을 적어주더군여.


갑자기 "유레일 타임 테이블을 너무 믿지 말아라" -라던

배낭 고수님들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까지는 타임 테이블에 대체로 잘 맞아서

제가 이걸 너무 믿은 모양입니다.


뭐 별수 있나여 옆 역으로 ㄱㄱㅅ

그러나... 이미 이렇게 왔다갔다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사이

제가 타려고 했던 오전 기차는 떠났더군여.

할 수 없이 다음 기차를 2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는 상황.

두시간동안 역 주변이라도 돌아 다닐까...싶어서 역 밖으로 한발자국 나왔는데...

(그때 마침 차가운 바람이 저의 빰싸대기를 때립니다.)

'그냥 역 안에 있자..'

역 안에 벤치에 앉아서 밀린 일기도 쓰고 낙서도 하고 가이드 북도 보고 하는데

오 왠걸

귀티나게 화이트 톤으로 옷을 쫙 빼입은 귀엽게 생긴 동양인 아가씨가 제 옆에 와서 앉네여?

딱봐도 귀티가 나는게 우리같은 배낭쟁이는 아니고

유학생인가? 음...일본인같이 생겼는데? 말 걸어볼까?

이상한놈으로 생각하면 어떡하지? 혼자서 이런저런 고민을 막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 아가씨가 절 보고 씩 웃더니

"아 유 코리언?"

이러는겁니다? 어...어버ㅂ...엄....예;..예스 아..암.. 코리언..

생각보다 너무 환하게 웃으면서 먼저 말을 걸어더라고요

자기는 미얀마에서 태어났고, 23살이고, 어릴때 독일로 이민 왔다고 하더군여.

제가 쓰는 일기에 글씨를 보고 한국사람인걸 알았다고~

근데 이분도 독일어는 잘하시는데 영어는 잘 못하시더라고요.

서로 짧은 영어로 이런저런 얘길 했져..

아니나 다를까 이분도 북한에 대해서 물어보네여;;

엄...노스코리아..데이 해브..어.. 뉴클리어 웨폰... 베리 롱 리치 미사일..."대포동"...

그 밖에 남한은 어떻다 독일은 어떠냐 등등 별 얘기는 안했지만 설명하는 시간이 길어서-_-

두시간이 훌쩍 지나가더군여.

 엄...아...캔아이 테잌 유어 픽쳐?

ㅋㅋㅋㅋㅋㅋㅋㅋ

헤어질때 사진 한방 박았습니다.

그 아가씨 실물은 사진보다 한 1.8배정도 더 귀여웠음.

아 이름은 '란rahn' 이라고 하더군여 ㅎㅎ


그렇게 겨우겨우 빈행 기차를 탔습니다.

키다양은 피곤했는지 타자마자 동면에 들어갑니다.

저는 잠도 안오고...해서 기차 밖 풍경이나 감상...

저희가 빈으로 넘어갈때 6인실 컴파지트먼트에 탓거등여?

근데 6인실에 저희 말고 어떤 외국인 아주머니가 한분 계셨거든여?

그분이 자꾸 저희는 힐끔힐끔 보면서 웃으시는겁니다?

그래서 제가 또 말 걸었져...어디셔 오셨냐고...

근데 이 아주머니, 정말 영어를 단 한마디도 못하시더군여.

제가 하는 말이 뭔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이시더라구여.

근데 말을 들어보니 독일분이신거 같습디다? ㅋㅋㅋ


전 느꼈습죠. 올커니! 올게 왔구나. 드디어 널 사용할때가 왔구나!

'유럽 6개국 여행회화집'

유럽 와서 단 한번도 안썻던...-_-; 이걸 꺼냈죠..

여러분 회화집 이런거 사지 마세요...저 회화집 이때 딱 한번 썼습니다..

암튼 요고요고 꺼내서 간단한 독일어로 아주머니랑 재밌게(?) 놀았습니다.

이히 하이쎄 기원(전 기원이라고 해요)

당케쉔, 프라우 가브리엘(고맙습니다 가브리엘 여사님)

뭐 요런거 하면서...ㅋㅋㅋㅋ 간단한 한국어도 갈켜드리고 ㅎㅎ

사진도 찍고...ㅋㅋㅋㅋ

이렇게 가브리엘 아줌마(금새 친해짐)랑 놀다보니 시간이 또 훌쩍...

금방 빈에 도착했습니다.

올해 23살 먹은(낼모레 24살) 현식이는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또 이상한것만 골라서 따라합니다..

암튼 도착해보니까 벌써 깜깜해졌드라구여..

호스텔 찾아 ㄱㄱㅅ해야져

저희가 예약한 호스텔은 '팔라스 호스텔' 이라는곳인데,

이 호스텔. 가이드 북 '100배 즐기기'에도 나옵니다.

빈 교외의 한적하고 조용하고...전원분위기의...블라블라블라 뭐 이렇게.


암튼 찾아서 ㄱㄱㅅ했져... 지하철 타고 종점까지 가서.. 또 버스타고..

버스기사 아저씨는 탈때부터 저희 행색을 보고 알았다는듯이

'니들도 호스텔 찾아 왔구나?"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웃으시더니

내려야 할 곳에서 알아서 내리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ㅎㅎ


딱 내렸는데.

와 이게 정말 호스텔이야??

팔라스palace(궁전,성) 호스텔이라더니 정말 화려하고 크군화!!

당당히 입구로 들어가 리셉션을 찾았습니다.

정말 궁전답게 안에 인테리어도 럭셔리 하더군여..

호스텔이라는게 믿기지 않을정도로...ㅎㄷㄷ

그때, 리셉션에 이쁜 아가씨가 저희의 초라한 행색을 보고 알았다는듯이

의미심장하게 생글생글 웃으면서 한마디 합디다.




"여기는 팔라스 호텔이고요. 호스텔은 옆 건물입니다."



아...음...그렇구나...

조용히 나왔습니다...




아!!!!!! 쪽팔려!!!!!!!!!!!! 어쩐지!!!!! 호스텔이 카펫트도 깔리고!!!!!!

직원도 유니폼 입고있고 너무 좋다 싶더라니!!!!!!!!


개 쪽을 참아가며 '옆 건물'을 찾았습니다..

옆에 호텔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작은 2층 건물이 보이더군여

이곳이 팔라스 호스텔입니다..

이 시간에도 체크인 하려는 사람들이 많더군여...

특히 리셉션 알바가 잘 웃고 이뻤다능...

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정말 한적하니 조용하고 전망도 좋더군여 ㅎㅎ


아 근데 배고프다. 아직 저녁을 안먹어서.

호스텔 리셉션에

눈 크고, 까만 흑발에, 입술이 이쁜, 좀 통통한 스타일의, 한마디로 이쁜! 여자 알바한테,

가까운 레스토랑이 어디냐고 물어봤습니다.

친절하게 도박또박 영어로 가르쳐 주네여... 이쁜게 친절하기까지...흐흐...


근데 그 레스토랑 가보니 자리가 꽉 찼답니다..-_-;

다시 와서 이쁜 알바한테 그 레스토랑 자리가 꽉 찼는데 다른 곳은 없냐고 물었더니

다른 레스토랑은 버스 타야할만큼 멀답니다....헉ㅠㅠ

제가 풀어 죽어 있었더니 이쁜 알바가 그럼 피자를 시켜 먹으면 어떠냐고 하더군여.

와! 피자 좋지~~피자집 전화번호랑 공중전화 위치 좀 알려줄래요?

그랬더니 그럴거 없이 자기가 여기서 시켜주겠답니다.

와~ 리얼리 카인드~!!

와! 아쁜게 친절하기까지! 너 정말 천사구나~

그렇게 해서 그날밤은...

눈 크고, 까만 흑발에, 입술이 이쁜, 좀 통통한 스타일의, 게다가 친절하기까지 한

리셉션 천사 알바가 시켜준 피자로 저녁을 때웠답니다..

참고로 배달 피자가 참 싸더군여 (피자 라지 7유로, 콜라 2L 3유로)

피자를 먹고 방에 들어왔습니다.

4인실 믹스룸에 화장실 샤워실 딸린.

이 호스텔 나쁘지 않네~ 한적하고~ 조용하고~ 화장실도 딸리고~

리셉션 알바도 이쁘고~ 흐흐

근데...-_-; 화장실에서 냄새가 좀...나더군여.

잊고있었던, 프랑스에서 맡았던 그 냄새가...

"그래도 괜찮아...알바가 이쁘니까..."

그러고 그냥 넘어갔습니다.

근데...침대가 좀 꺼졌네?

"괜찮아...그래도 알바가 친절하니까..."

이것도 이러고 그냥 넘어갔습니다.



그날밤 키다양은 말했습니다.

"알바가 두번만 친절했다가는 얼어 죽것네"

[작은행복큰걸음]

아싸 1빠~~~선리플 후감상...^^

[kiwon]

감상후 리플도 좀...ㄳ

[작은행복큰걸음]

계속 읽었는데요...센스가 넘치는 글빨 부러워요...^^...기대 만빵입니다...^^

[노코미스]

기원군의 예측을 불허하는 한 마디씩..정말 재미있게 잘 읽고 있어요 오늘의 하이라이트 "알바가 두번만 친절했다가는 얼어 죽것네"

[산골소녀★]

아주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빨리 올려주시지^^ㅋ

[하이봉쥬르알로챠오]

역시 이렇게 마음맞는... 싸울 수 없는 관계들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 정말 잼나보여요. 피자먹은것도 왜케 부러워보이는지... 동생이랑 동생친구 이쁜 재벌2세 현식씨랑 또... 자주 등장안하는 한분이랑 ㅋㅋ 잼있을수밖에 없을거 같아요~ 구성자체도.. 기원씨 성격자체도 잼있고.. 여행기볼때마다 매번 부러워요. 전 혼자갔다와서.. 저 피자가 왜케 부러운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정말 더 맛났을거 같아요 ㅠㅠ 넷이서 오손도손~ ㅠㅠ

[kiwon]

마음맞는....;; 후후...만약 다음에 제가 또 여행을 가게 된다면 운전 할줄 아는 사람들을 3~4명정도 모아서 캠핑카로 여행을 해보면 어떨까 해용...ㅎㅎ

[2년후에꿈꾸는여행]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도 역시 잘 읽었습니다^^ 바쁘시더라도 빨리 빨리 좀 올려주세용~~~

[kiwon]

기원이는 차마 '사실 안바빠요..' 라고 말 할 수 없었답니다.

[나이스몽키]

재밋어요 ㅋㅋㅋㅋ다음껀ㄴ 언제 또 올라오려나나나나

[kiwon]

리플이 10개 넘으면 올라온다능...

[은미리~*]

ㅋㅋ 넘 재밌어요!! 현식양의 동상표정 따라하는것도 넘 귀엽구요.. .키다양의 왠지 뾰루퉁해있는 뒷모습도...ㅎㅎㅎ 기원님의 긍정적마인드도..좋네요^^ㅎㅎ

[Anna~*]

ㅎㅎㅎ 역시 사람이 좋으면 모든게 커버가 되는군요 ㅋ

[뚤뚜루]

ㅋㅋㅋ 잼나게 잘 봤습니다~다음편 빨리 올려주세욤 ^^

[사과돌이]

일행 분들이 다 귀여워요 ㅋㅋ. 호텔 사진보고 놀랬는데, 역시 호스텔이 아니었군요..

[29세해외여행]

ㅋㅋ 넘 잼있게 보고있어요 글쓰시는 솜씨가 좋으세요

[Norway]

리플 10개 넘겼다~~올려라 올려라~~~~ ㅋㅋㅋㅋ

[kiwon]

ㅋㅋㅋㅋㅋ 그럼 내일~~~~

[정인모]

첨 쓰는 댓글인데요...... 블러그 넘 재밋스빈다.

[gusgml]

넘 재밌어요...글빨두 좋으시구..ㅋ

[울룰루]

아하하하. 호스텔인줄 알고 들어갔다는 얘기.. 너무 웃겼습니다. 그래도 이동하시는동안 재밌었네요. 저는 프라하->빈 이동할때, 일본인 4명이 먼저 앉아 있다가 자리 예약까지 한거 보여주니까 그때서야 마지못해서 일어나고, 짐도 좌석 한켠에 둬서 불편하고, 6인실 꽉차서 갔음. 그나마 저희짐 올리려하니 여자분이 일어나서 도와주더라구요. 그러구선 얼마나 시끄럽게 떠들어대는지... 에어콘도 안나와서 더웠고... 비엔나는 그린칭에서 와인 마셨던거빼곤 별로 안좋은 기억만 있네요.

[kiwon]

개인적으로 6인실 꽉차서 가면 그냥 시트석보다 더 안좋은거 같다능...ㅎㅎ

[소금별하루]

더...더....더...ㅋㅋ 보고싶어요. 솔직히 너무 도움이 되네요. 코스가 같아서요. 혹, 이탈리아도 가셨나요?

[kiwon]

이탈리아 나중에 갔어요~~ㅎㅎ

[수퍼자두]

정말 넘 재밌어요. 39일 후면 떠나는데... 저도 일기장 한권 쓸 요량으로 있는데... 님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

[파브레가스]

^^

[일산카미노]

역시 님글을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님 글 읽고 있으면 하도 웃어서 몇년은 더 살거 같아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