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천장(天葬)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시신을 땅에 묻는 대신 조각조각 잘라 독수리의 먹이로 주는 천장은 죽은 이의 영혼을 다른 생명체에게 보내는 의식으로 티베트 문화의 상징성을 담고 있는 독특한 장례문화이다. 운이 좋다면, 여행 중 멀리서 들려오는 독경의 메아리와 살이 썩는 냄새가 풍겨올 지도 모른다.
물론 일반적인 토장, 화장, 수장 역시 티베트에서 보편적으로 이루어지는 장례이다. 고승의 죽음은 탑장(塔葬)으로 치러 영원한 윤회의 굴레를 돌게 한다.
그러나 티베트에는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거니와 찾아보기도 힘든 신비한 장례식이 한가지 더 있다. 그것은 수장(樹葬)이라 하는 것으로, 나무가 죽은 이의 관 역할을 하는 장례이다.
주어룽고우, 모퉈 국도가 시작되는 지점이자 티베트 불교 속의 신녀 ‘두어제파무’의 영지이다. 산 아래 마을서부터 깊은 계곡과 거석이 만들어낸 산길을 끼고 7km쯤 걷다 보면 라마교 탑과 셀 수도 없이 많은 깃발들이 보인다. 길 가의 바위들에는 하나 하나 경문이 새겨져 있어 신비롭다. 탑 뒤에는 집인지 절인지 알 수 없는 허름한 건물이 있는데, 현지 사람들은 주어룽쓰라고 부른다. 주어룽쓰를 뒤로 하고 걸어가면 얼마 가지 않아 ‘수장지’가 나타난다.
아무나 수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곳에 잠든 이들은 모두 돌을 넘기지 못한 영아들. 영아들은 세상에 태어나 어떠한 선행이나 죄악도 저지르지 않은 존재이기 때문에 수장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부유한 집에서는 나무 상자를 관으로 쓰고, 어려운 집은 보자기나 포대기가 관을 대신한다.
티베트의 수장은 3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장례 풍습이다. 수장을 하는 이유는 아기들이 윤회를 거친 후에 큰 나무처럼 곧고 훌륭하게 자라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곳에는 500명이 넘는 아기들이 나무에 수장되어 있으며, 땅에 묻힌 20여 명의 고승도 있다.
수장을 할 때는 우선 소금물로 시체를 깨끗이 씻을 후, 나무 상자나 나무 통 등에 넣고 산 속으로 들어가 큰 나무를 골라 그 위에 걸쳐놓는다. 이렇게 해야 그 집안 아이들의 액운이 비껴간다고 한다.
이 숲에서는 실제로 나무 위에 걸쳐놓은 나무 상자나 포대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어떤 포대기는 이미 색깔이 검게 변하거나 썩어서 땅에 떨어져 있기도 했다. 죽은 아기의 머리카락이나 손톱 등이 걸려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