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견 전저점을 갱신한 이후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는 듯 보이나 사실상은 전반적으로 10월 이후 우하향으로 기울어져가는 추세 안에 있던 뉴욕증시에게 있어서 지난 5일간의 연속 상승장은 차트상으로 볼 때 아래 그림에서와 같이 하향트렌드의 수렁을 벗어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물론 결과론적이지만 말이지요.
추수감사절 바로 이전의 지난주 화요일 상승장까지만 하더라도 나흘간 지속되는 연휴를 앞두고 많은 투자자들이 단기 상승으로 인한 이익실현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전저점을 시험하는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으나, 연휴 바로 전날인 수요일의 상승에 이어 반나절만 개장했던 금요일에는 거래량이 미비했음에도 불구하고 1퍼센트 이상의 추가상승을 이어나가면서 많은 이들에게 위의 햐향 트렌트 탈출이 12월 첫날인 오늘 월요일의 증시 움직임과 관련하여 관심사로 급부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오전 10시의 ISM 제조업 지수의 26년만의 최저치가 발표될 때 2퍼센트 수준에서 전장대비 하락세를 보일때만 하더라도, 경제지표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나흘간의 추수감사절 쇼핑 기간동안의 성적이 일부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전년대비 1퍼센트 이상 하락을 훨씬 상회하는 7.2퍼센트 상승으로 잠정 집계된 사실 등이 아침의 하락폭을 약보합세 수준에서 상쇄해 줄 수 있을 것에 대한 기대를 모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맥락속에서 오전 장의 2퍼센트의 하락은 사실상 지난 5일간의 상승에 따른 피로감 정도로 해석되어도 좋을 만큼 낙관적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나흘간의 연휴기간동안 소위 검은금요일(Black Friday) 의 쇼핑실적이 리세션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예상보다 훨씬 견조한 모습으로 잠정집계되었다는 각 언론의 발표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시장관계자들의 힐난에 가까운 비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우선 월스트릿 저널의 경우 전미소매연합(National Retail Federation) 의 발표를 근거로 들어 작년 대비 추수감사절 소비가 7.2퍼센트 상승했다고 밝혔는데, 일단 337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기본적인 샘플링 추출 방법론에서부터 의문이 제기되었으며, 소매상들의 PR 그룹으로서 NRF 라는 단체의 공정성과 역사적으로 이들의 잠정집계 결과와 실제 소비 지표에는 상당한 균열이 있어왔던 사실 역시 지적되었습니다.
또한 해가 거듭될수록 늘고 있는 인터넷 쇼핑을 추수감사절의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실적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마스터카드에서 공식 집계해 발표하는 연휴동안 마스터 카드 실거래 내역이라는 보다 객관적인 지표의 발표를 기다린 후에 Surprise Holiday Sales 와 같은 헤드라인을 내보내도 늦지 않을 듯 합니다.
한편 오늘 증시는 11시경에 들어서면서부터 하락폭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더니 급기야 12시, 2시, 3시에 연달아 터진 악재들로 인해 다우지수 7.7 퍼센트 및 나스닥과 S&P 500 지수의 9퍼센트에 가까운 하락으로 마감하고야 말았습니다.
사실 월요일 뉴욕증시 하락의 명목상 기제가 된 요인들은 다른 때 같으면 오늘과 같은 큰 하락을 이끄는 원인으로 작용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 것들이었지만, 5일간 상승장 뒤에 오는 기술적 하락과 하향트렌드를 벗어날 수 있는 기로에서 오히려 구조적 하락을 확인시켜 줄 뿐이었습니다.
악재로 드러난 세가지 요인들은 첫째로 12시의 NBER 발표였는데, 미 경제의 2차대전 이후 11번째 리세션이 이들 전미경제연구소 경기 사이클 분과위원회에 의해 '공식적으로' 선포되었지요. 작년 12월부터 리세션이 진행되어 왔다는 것이 이들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사실 이미 작년 말, 늦어도 올해 봄까지 많은 이들이 미 경제의 실질적 리세션은 작년 말부터 진행되어왔다고 주장해왔었고, 그 주장이 NBER 에 의해 오늘 뒷받침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오늘 뉴욕증시는 악화된 경기지표에는 거의 무조건적인 하락으로서 신경질적으로 반응해온 기존의 모습을 되풀이했습니다.
사실 오늘 NBER 의 발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데, 첫번째로 리세션이 12개월째 진행되어오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역사적인 평균치인 11개월을 이미 넘어섰다는 것과, 그렇다면 앞으로 얼마나 더 진행될 것인지가 많은 사람들이 일말의 단서라도 잡고 싶어하는 부분이겠지요. 일단 NBER 의 보고서는 질답형식으로 보고서 말미에 몇 가지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사항들을 추가했는데, 그 중 하나가 NBER 에서는 앞으로 얼마나 리세션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대답은 예상대로였으나 한편으로는 허무하게도, 'NBER 은 예견(forecast)하지 않는다' 였습니다.
일각에서는 아래 차트에서처럼 NBER 의 리세션 공식 선포 시점과 리세션 시작 지점 사이에서 급격하게 진행되는 증시의 하락을 근거로 들어 내년 1분기 이후에 증시가 턴어라운드의 조짐을 보일 것을 예상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편 버냉키 연준 의장과 부시 행정부의 마지막 재무장관이 될 폴슨 재무장관은 오후에 1시간 간격으로 미 경제에 대한 연설을 진행했는데, 우선 버냉키 의장은 추가로 금리 인하가 필요할 것을 직접적으로 시사했습니다. 덧붙여서 0퍼센트 아래로는 명목금리를 인하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방안등을 함께 할 것이라는 의지를 천명했는데, 대량의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오늘로서 0.04퍼센트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3개월 만기 국채 수익률의 움직임을 반영하는 것으로서, 특히 헤지펀드들에서 자금을 회수한 후 단기 국채에 기부(donation) 에 기부하다시피 하는 투자자금의 동향이 다시 한 번 선명하게 오늘 증시에 각인되기도 했습니다.
버냉키의 연설이 리세션 공식발표와 함께 경기악화를 더욱 명징하게 보여줬다면, 3시의 폴슨 재무장관의 연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부시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따른 실망감이 장 막판 2퍼센트의 추가하락의 발로가 되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만 하더라도 전세계 금융시장 붕괴 9단계론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뉴욕대학교의 루비니 교수에게 영향을 받은 듯한 오펜하이머의 애널리스트인 메레딧 휘트니가 향후 18개월간 신용카드 회사들이 소비자 신용 여신 한도를 2조달러 이상, 현 수준에서 45퍼센트 삭감한 수준까지 감축시킬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미 의회와 정부가 진통끝에 통과시킨 7천억달러라는 구제책의 규모가 얼마나 초라한(?) 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내줬습니다만, 폴슨 재무장관은 월가 금융기관과 소비자 금융에 이어 이제는 모기지 시장의 주택 차압률을 줄이는 데 7천억달러를 쓰겠다고 이야기해 시장 관계자들로부터 빈축을 샀습니다.
현 위기의 시발점인 주택시장과 금융시장, 그리고 위기라는 파고가 모여 해일이 될 수 있는 종착지인 실 소비 부문을 타겟으로 잡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그 만큼 방향을 올바르게 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문제는 시간과 돈의 액수인 것이지요. 이미 월가 대형은행들이 추락을 거듭할 때 시기적절한 동앗줄을 내려주지 못하더니, 그마저도 갈라서 다른 분야에 나누어 쓰겠다는 것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을 적절히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은행들의 부실채권을 구입하는 TARP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실패로 끝나고 있음이 여기저기서 지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모기지 시장 구제 계획 역시 TARP 를 통해 부실자산 매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니, 여기저기서 짜증섞인 반응이 터져나올 만도 합니다. 사실 TARP 프로그램은 어찌보면 상당히 정치적인 색채가 짙은 방안으로 볼 수도있는데, 국유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형식상 재무부가 공적자금 제공자가 아닌 투자자로서의 스탠스를 취하는 어정쩡한 프로그램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버릴 수 밖에 없는 기업과 살려야만 하는 기업을 아직까지도 정리하지 못한 미 정부로서는 일단 대형기업, 특히 금융업체들의 파산은 무조건 막고 보려는 조급함이 단적으로 드러난 구제책으로 볼 수도 있는데, 시티그룹과 같은 은행들의 파산 위기 앞에서는 무조건 저금리 융자자로 입장을 바꾸는 모습에서도 이와 같은 분위기는 잘 드러납니다.
난관에 처한 미 경제와 전세계 경기악화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미국 주택가격으로 나타내지는 주택시장의 활성화가 선행되어야 함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버냉키 의장 역시 현 시점에서 이 명제에 전격적으로 동의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작년 10월만 하더라도 연준 의장으로서 버냉키는 주택시장의 거품이 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견해를 내 놓았던 적이 있으며 올해 2월만 하더라도 늦어도 올해 말에는 주택시장 상황이 반전을 이룰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었지요.
이와 관련해서 흥미로운(그러나 흥미로울수만은 없는) 보고서가 있는데 지난달에 발표된 노무라연구소의 Richard Koo 수석 연구원의 보고서가 그것입니다.
아래 그림을 클릭하시면 차트 위주로 정리된 보고서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위 그림은 1977년부터 97년까지의 일본 (도쿄 및 오사카 지역) 콘도 가격과 1992년부터 향후 20년간 미국 10개 도시의 주택가격 종합지수의 움직임을 포개어 놓은 차트입니다.
이 외에도 여러 그림들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이전의 20년과 미국의 지난 20년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듯 합니다. 물론 잃어버린 10년의 미국 버젼에 대한 예측은 상당히 섣부를 수 있는 생각이겠지요. 하지만 동시에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가 향후 3-4년동안 더 지속될 수 있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현실적인 경고로서 보여지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미 증시를 알면 시장의 중심에 설수 있다 www.CNSinf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