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아래쪽에 '집안이 여력이 되어야 공무원도 쉽게 되느냐' 라는 얘기가 있는데,
초등학교교사 십몇년 한 지금으로서는 '예' 가 답이라 생각해요.
1. 부잣집 애들은 생각하는게 다르다.
학원 뺑뺑이 다녀서 힘들게 살고 인성 매말라가는 학생들 얘기 들어보셨을텐데, 이게 부잣집 얘기가 아닙니다.
그때는 부잣집들이 그랬겠지요. 지금 부잣집 애들은 그렇게 안살더라구요.
한달 용돈만 300만원이 넘는 학생이 있었는데, 이 학생은 진짜 생각하는게 달라요.
일단 내가 원하는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어요.
근데 건방지지는 않더라구요. 반대로 욕심이 별로 없어요.
무언가를 가지고자 하는 마음도 약하고, 무언가를 잃을까 두려워하지도 않아요.
그러다보니 엄청 자유롭고 엄청 자신감이 넘칩니다.
게다가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하지도 않아요. 뭔가가 마음에 안들어도 그냥 무시하고 맙니다.
어차피 자기 좋을거 하는 것도 시간이 부족하거든요.
이 학생에 대한 어른들의 평가는 '뭐가 되어도 크게 될 놈' 입니다. 생각하는 스케일도 크고, 무언가 하기로 마음먹으면 중간에 포기하는 것도 없이 끝까지 몰입해서 합니다. 흥미도 쉽게 잃어서 금새 또 다른걸 하는데, 그러다보니 할줄 아는게 엄청 많고 다 수준급으로 합니다.
다른 애들이 맨날 피씨방에서 오락이나 하거나 카톡으로 남 험담이나 할 때, 이 학생은 요리학원 갔다가 어른들이나 가는 모터쇼 갔다가 서바이벌게임 하러 갔다가
경험하는 스케일도 질도 완벽하게 달라요.
2. 목표가 다르다
가난한집 아이들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뭔가 해주질 못해요.
그러다보니 아이들의 꿈도 작게 만들어줍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도 꿈을 찾지 못하거나, 꿈을 꿔도 지극히 현실적이거나 작은 스케일로 꿉니다.
문제가 뭐냐
노력을 안해요.
어차피 난 해봤자 10밖에 못할거라 생각하니 겨우겨우 10만 채우는 노력만 합니다.
성공하려면 100이 필요한데 10밖에 안하니 뭐가 되겠나요.
반대로 부잣집 엄마들은 일단 자기가 높은 곳에서 본 세상이 있고, 지금 자기가 가진게 있으니 아이들에게 꽤 높은 수준을 요구합니다. (참고로 요즘 추세는 공부하라 강요하는 추세 아님.)
그러니 얘내들은 일단 기본적으로 '나는 100만큼의 일을 해내야 한다'라는 마인드가 있어 20, 30도 부족하다 생각해요.
그러니 나중에 가면 60도 모자르다 스트레스받으며 노력하고 있는데,
고등학교 가서도 30만 하고 아~ 많이했다 생각하는 애들이 경쟁이 되나요.
3. 맨토가 있고 없고
가난한 집이 왜 가난하냐,
돈을 못벌어서입니다.
너무 당연하죠?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집안에 없으니, 애들이 돈 많이 버는 방법을 모르고 관심도 없어요.
그냥 막연히 공부 잘하면 되겠지 하는데, 집안 사람들 중에 공부 잘하는 사람도 없어요.
친척들 중에 잇다고 해도 남얘기 같고,
학교 가서 애들 만나봤자 땅값 떨어지는 동네 애들이라 자신들이랑 다 비슷한 상황입니다.
그러다 어쩌다 잘난애 하나가 전학을 와요.
애들은 이해를 못해요. 자기들은 20만 하고 서로 칭찬하는데 그놈은 30을 하고도 별거 아니라고 합니다.
열받죠. 그 애가 미운게 아니라, 그것도 못하는 자기들이 부끄러워서 왕따를 시작합니다.
왕따하면서 애들이 생각하고 느끼는건 이겁니다.
'난 틀리지 않아. 내가 옳아.'
부잣집 애들은 일단 집안에 돈을 잘 버는 사람이 있어요.
그러니 현실감이 생깁니다. 돈을 어떻게 벌어야 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밥먹다가 아버지가 'MMA(M&A임.. 댓글 보고 수정합니다.)해서 100억정도 이득을 취할 수 있겠다' 라는 말을 하면, 이해는 못해도 애들이 느끼는건 분명히 있습니다.
학교에 가면, 또 부자동네잖아요.
심한 경우에는 애들이 벌써 주식 얘기도 해요.
누군가는 애들이 되바라졌다, 교육에 안좋다 할텐데요,
전 오히려 벌써 그런것도 생각할 정도로 애들이 생각하는 수준이 넓어졌다고 생각해요.
가족들중에 맨토가 없을 수도 있지요. 이런 애들은 비싼 학원에 다니거나 비싼 과외를 하는데, 거기서 맨토를 만나는 경우도 많아요.
결국 집안에 돈이 많으면, 주변에 맨토로 삼을 훌륭한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그런데, 아닌 경우도 있죠.
바로 졸부.
돈은 많아서 펑펑 쓰는데, 돈을 자신이 직접 벌지 않았고, 공부하고 노력해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오로지 소모적인 경제활동만 하는데,
그걸 본 자식들은 정신적 맨토 없이 돈자랑만 하는 우리가 생각하는 졸부같은 놈들이 됩니다.
근데 대부분은 안그럼.
4. 집안 환경
가난한 집은 일단 돈이 없으니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걱정꺼리도 많고, 그만큼 육체노동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집에도 일찍 들어오지 않아요.
그러니 어떻게 되겠나요.
애들 만나는 시간은 줄어들고, 만나도 짜증만 냅니다.
애들은 하루종일 방치되다가, 저녁에 잠깐 만나면 대화해봤자 잔소리와 짜증만 듣습니다.
그러니 부모와 담을 쌓고, 지가 알아서 하게 됩니다.
초등학생이 지가 알아서 얼마나 할까요.
결국 방치된 시간은 죄다 소모적으로 사라져버리고,
부모에게 받은 짜증이 그대로 내 짜증이 되어서 성격만 나빠지고,
염세적이고 비관적으로 자라게 됩니다.
남탓만 하게 되고, 남을 탓하는 만큼 자신은 잘못이 없다 생각하고,
그만큼 노력도 안하게 됩니다.
성공할리 있겠나요.
부잣집 애들은 일단 집에 부모가 없어도 하다못해 가정부라도 있습니다.
집에서 혼자 있지 않기 때문에 무작정 소모적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아요.
부모들도 애들에게 짜증을 별로 안냅니다.
어차피 나는 잘 나가고, 오늘도 돈좀 벌었기에 기분좋은 하루일 확률이 높죠.
그러니 애들과 만나서도 짜증낼 일은 줄고,
그만큼 칭찬이나 격려의 말을 하는 일이 늘어납니다.
그러니 집에서 칭찬과 격려를 받은 애들은 자존감이 높아지고,
나도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하며
스스로 노력하는 태도를 가지게 됩니다.
대부분은 성공하지요.
결론
과거에는 아니었어요.
개천에서 용나던 시대였고,
졸부라서 돈만 많지 막되먹은 집안도 많았습니다.
그때가 70~80년대, 90년대까지도 그랬거든요.
지금은 그 뒤로 20년이나 지났어요.
2000년에 태어났어도 지금 20살 청년입니다.
세대가 바뀌면서, 성공할 집안은 다 성공했고,
성공 못할 집안은 다 망했습니다.
물론 다 그런건 아닙니다. 억울하게, 운이없게도, 실패하고 좌절해서 가난한 사람 아직 많고,
여전히 세상에 졸부는 수두룩하게 많습니다.
다만, 예전보다는 그 비율이 줄었다고 봅니다.
요즘 진짜 절실히 느끼는게,
부자동네 애들과 가난한동네 애들 보면 진짜 많이 다르고,
그 애들의 학부모들 만나면 더더더더더더우우욱 많이 다르다는걸 느낍니다.
개천도, 용이 사는 천상계도,
이미 자리잡았고,
앞으로 바뀌긴 쉽지 않아보입니다.
첫댓글 이야. 앞으로도 자주 부탁드릴께요
이건 뭐 책을 쓰셔도 될것 같습니다
꾸벅
잘읽었습니다^^
지극히 공감합니다
진짜 공감되네요
많이 공감됩니다. 사실..어느 시대에도 기득층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죠.. 개천에서 용나는 일은 흔한 일은 아니죠.. 꼭 개천에서 용이 나야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본인 위치에서 사람들을 편가르기 하는 건 참 공감하기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제 앞길 가기도 바뻐서 주변 둘러보기 어렵지만.. 다 같이 잘 살면 좋겠습니다..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느끼는바가 많네요 출력해서 곱 씹으며 봐야겠네요
내용 중 "MMA해서 100억정도 이득을 취할 수 있겠다" ☞ M&A 인수합병 인것 같네요
진지한 글에 죄송하지만 mma해서 100억 벌려면 코너 맥그리거 정돈 되야하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든지 저도ㅋㅋㅋ
헉!! 저의 무식함이 드러났군요.
제가 경제부분엔 아는게 없어서 그냥 막연하게 MMA 라고 했고, 액수도 어느정도인지 몰라서 막연히 100억 했습니다. 쩝.
무식함을 감추는 것도 챙피한 일이라 수정은 안하겠습니다. 에효.
밑에 댓글 보니 MMA는 심지어 격투기쪽 용어군요 세상에. 격투기도 몰라서.. ㅠㅠ
슬프지만 현실이죠. 서민 중의 서민인 지금, 제 아이는 마음만이라도 풍요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시간과 애정을 쏟고 있네요. 돈을 쫓으면 더 중요한 걸 놓칠까봐..
기본소득제 됐으면 좋겠네요 좀 달라지려낱ㅠㅠ
극공감합니다
맘껏 도전해보고 실패해보고
부딫히면서 성장할수있는 자유..
글 잘 쓰시네요..잘 읽었습니다..현직 교사분이라 더욱 더 와닿는게 많네요..
애들한테 더욱 더 잘해줘야겠다는 반성도 하게됩니다..
공감하는데, 맘이 굉장히 불편하네요. 기생충 영화 본 기분입니다.
222딱 이 느낌인듯ㅎㅎ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있더라고요. 아이들에게 크게 바라는 건 좋지만 어느면으로는 주변에 관심이 사라지고 목표만을 위한 삶이 되지는 않게 하는 것도 주의하게 될 거 같아요. 저도 지금 5살, 2살 남자아이들을 키우고 있는데, 어떤 방법을 가르치기보다는 어떤 방향을 바라봐야하는지를 어떻게 생각하게 할지를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여전히 고민 중이지만, 지금은 여전히 유투브와 치카치카로 싸우는 중이기도 해요. / 집에 가서 와이프와 나눠서 읽어봐야겠어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그래도 다르게 느끼시더라도 학생들을 대하는 마음은 한결같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주제로 쓴 논문도 있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5020600065&code=940100
물론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라고 말하고싶지만.. 사회현상을 설명할때는 어쩔수없죠. 공감합니다..
기생충 영화를 글로 풀어쓰신 느낌.. 소름..
극공감가네요...
이것이 현실이져.. 그런데도 일부 예외사례들만 생각하고 가타부타 하는 사람들은 현실감각이 부족한거구요.
자본주의사회 기본 논리가 돈이 돈을버는 구조잖아요. 이렇게 되는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너무공감됩니다
그냥 어느새 당연하다고 생각되네요
추천 누르고 갑니다. 제 생각과 200프로 동감해요.
많이 공감되네요..ㅜ
그래서 전 결혼포기 자식새끼 낳는거 다 포기했습니다 좋은 환경을 물려줄 능력없으면 혼자 살다 죽는게 현명하죠
매번 멋진 움짤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알럽인들에게는 은인 중의 은인이십니다.
제 주변 실제 사례인데요. 실패, 실패, 실패를 6번 반복하고 7번째 턴에 사업체 자리 잡아서 잘나가는 선배가 있는데 이 선배 부모님이 현금과 부동산 포함 7천억대 자산가라는 소문이 돌정도로 집이 준재벌 수준입니다.
이 선배 보면 본문에서 나온 저 학생처럼 굉장히 긍정적이고 진취적이면서 고민이 없어요. 실패해도 서포트 해주는 부모가 있고 서로간 케미도 좋아서 집안 분위기가 너무 좋습니다. 그러다보니 주변에 사람들도 많았고 졸부처럼 인성 파탄난 사람도 아니었기에 뭘해도 성공은 하겠구나 다들 예상했었죠.
반대로 비빌 언덕도 없고 실패하면 전재산 바닥나는 사람에게 도전은 무슨.. 현실적으로 다닐 회사라도 있으면 다행인거죠.. 부가 부를 낳고 가난해지면 정말 벗어나기 힘든 구조가 고착화 되었습니다..
현실이 이렇다는것에 애써 외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맞습니다. 부모가 가난하면 어떻게해야 돈을 버는지 몰라요.
그냥 주변에서 누가 어디 대기업 합격해서 다닌다더라 누가 공무원됐다더라 이런 얘기만 듣고, 애들한테 이거해라 저거해라 강요만 합니다.
불편한 내용을 잘 풀어서 써주셨네요
상황을 잘 아시는 만큼 아이들을 좋은 길로 잘 이끌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근래 읽은글 중에 가장 뼈저리게 와닿는 글입니다.
추천해요. 제 경험도 비슷하고요. 4050세대 이하 부자들은 기본적으로 그닥 꼬이지 않았어요. 남을 싫어하지 않아요. 남을 밟아야 내가 번다 이런 마인드를 훨 뛰어 넘어 있어요. 쉽게 말해 긍정적 에너지죠. 그리고 대치동 쪽 말고 압구정이나 한남동쪽은 벌써 정말 애들 푸쉬 안 하더군요..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커라, 대신 경험 폭이 많아 해외, 어학에서 자유로운 경우는 많은 거 같구요. 그래서 동네가 중요하고 중간층에 있는 사람들 기를 쓰고 업을 하려고 하는 거 같습니다. 덧붙여 경주랑 대구에 전임으로 자리잡은 친구 둘이 있는데 만나면 진짜 마음 아파하더라구요. 우리가 커온 거나, 서울쪽에서 대학 다니는 애들이랑 자기 제자들이 경험, 시야, 꿈, 부모의 서포트 모든 면에서 차이 정도가 아니라 같은 나라가 아니다...라고요.
마지막 친구분 말씀이 너무 가슴 아프네요 ㅠ
부의 대물림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학교에서의 공부와 그로인한 성적이 매겨지는
"국영수사과"라는 말을 하면 발끈 하시는 분들도 많죠 .. 현실은 기득권의 이데올로기가 그대로 전달되고 있는 불평등한 교육일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완전.....ㅠㅠ 너무 좋은글이에요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짜 공감되는 글이네요 저희 와이프도 현직인데 같은이야기를 해요 학군에따라서 아이들이 조금은 생각하게 차이가있다고 오히려 조금 어려운곳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못해준다는 미안함에 물질적으로 채워주려 한다하더라고요 그래서 최신 휴대폰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저도 지방에서 좁은 시야속에 쭉 30년을 살다가 수도권으로 올라왔는데 우리아들에게 공부보다는 넓은 세상이 있다는걸 보여주는게 목표입니다
공감.추천.
공감이 가는 글이고 또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지기도 하는 글이네요. 부모님께 전화 한통 드려야겠어요.
지금 전 미서부에 거주중이고 이사를 여러번 다녔는데 완전 공감됩니다. 게토지역과 잘사는 백인밀집지역도 살아봤는데, 확실히 한국보다 더 극단적으로 비교됩니다. 둘다 완전히 상상이상으로 이해가 안될정도로 차이가 심합니다. 에피소드같은것들 이야기하면 끝이 없네요 ㅠ
근래에 비스게에서 본 가장 공감가는 글입니다. 정말 잘 봤습니다. 필력이 엄청나십니다^^